여기 언급한 적도 있는 상해사는 친구놈이 완전 귀국했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와서 상해에서 만났으니 대충 칠년만의 귀국인가
나야 주재원남편따라 간거고 그 놈이야 사업하러 온거지만 어쨌든 초등학교동창도 아니고 그 나이에 동갑으로 만난 남녀가 야, 자 어쩌고 할 수 있어서 내겐 참 편안한 친구였다
지난 번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 지금 남자친구도 상해에서 그 놈때문에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남자친구를 처음 본것도 몇 명 술자리를 같이 했을 때고 그 날 한 네명인가 그 친구랑 지금 남친이랑 함께 사는 집에가서 술마시며 나름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을 밝혔더랬다.
그러니까 나는 그 날 지금 남친을 처음 만났더랬는데 그냥 그저 내 떠도는 그 수 많고 많은 사람중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달까..-_-
그 땐 우리도 젊었다. 서른 초반의 나이에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으로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시기니까
당시 우리는 아무도 지금의 운명은 상상하지도 못했더랬지만...
그 놈은 정말 나랑 친해서 상해에서 알던 내 지인들이나 놀러왔던 가시님과도 또 고기공놈과도 술자리를 같이 했었더랬다.
또 강조 지금 남친을 그럴 때 전혀 만난 적이 없다..^^
유유상종이라고 나도 별난 인간이지만 내 주변엔 정말 별난 인간들이 많고 난 그 것이 좋다.( 아 물론 그래서 힘들 때도 많다만..ㅎㅎ)
사실 그 놈과 나는 생각이 같은 인간도 아니다. 당시 대선 때 이회창을 지지하던 그 놈과 노무현을 지지하던 내가 어찌나 말싸움을 별였는 지 말하면 그 입만 더 아프다..ㅜ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면 별로 재미 없잖아, 아닌가?
당시 일년 반 정도의 짧은 세월이고 그것도 나이가 들어 만난 친구인데 이번에 그렇게 오랫만에 만났어도 하나도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던 친구.
그 놈이나 나나 이 대단한 대한민국에서 아니 꼭 대한민국이 아니라도 어딘가에서 뭔가 이 나이에 맞는 그런 위치를 꿰차고 있었다면 우리의 대화는 달랐지 않을까
그 동안 그리 많은 세월이 지난 것이 아님에도 그 놈 눈에서나 내 눈에서 우린 서로의 초조함을 본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맥주잔과 소주잔을 부딪히며(나는 죽어도 맥주를 그 놈은 소주를..ㅎㅎ) 돌아온 한국에서의 새 생활을 축복했다.
외국생활을 하다 마흔이 넘어 돌아온 한국은 결코 만만치 않으니까.
아니 한국에서 개긴(?) 인간들에게도 힘든 한국이 어찌 날라리로 떠돈 인간들에게 만만하겠냐. 감히 꿈도 꾸지 않는다지..
우야든둥 돌아올거라 생각하지 못한 놈이기에 무조건 그 놈이 돌아와서 좋다.
내게도 좋은 친구지만 남친에게도 중요한 형이다.
기절초풍까진 아니어도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을 이번에 듣고는 황당의 극을 달리던 놈.(하긴 내게도 황당시츄에이션인데 그 놈이 안 황당하면 그게 이상하다..ㅎㅎ)
화요일 그 놈과 함께 장성에 가기로 했다.
그때 남친은 내겐 별 의미없는 내가 아는 남자놈의 동생이었는데 셋이 이 긴 세월을 지나 함께 만나면 웃길까?
지금으로선 상해에서도 본 적이 있고 그리 멀리 살지 않는 가시님도 합류하게 될 듯한데 그럼 삽겹살 파티가 훨씬 흥이 나겠다 싶다
나는 몇 일 더 묵으며 진지하게 그 곳에서의 내 삶에 대해 더 고민해봐야 할 듯하고...
지금 촛불시위가 한창이고 군화발에 짓밟히는 여자가 있는 마당에 멀리서도 아니고 돌아온 이 땅에서까지 이 딴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나지만 그냥 비겁하게 살련다
누군가는 내가 이 곳에 돌아온 후 아주 사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니 그런 각오도 없이 돌아왔냐고 하던데 그건 각오를 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고 현실이다
나는 몇 년간 이 아.름.다.운. 내 조국에서 자리를 잡아야하는 사람이니까..
얘기가 또 샜는 데 어쨌든 나는 이 그. 지. 같.은. 내 조국에 뼈를 묻고 싶어 돌아왔다. 예전처럼 편하게 박모양이 대통령이 되면 국적을 바꾼다느니 어쩌느니 할 수 없는 위치로.
대한민국 국민이면서도 떠돌며 독일정부의 보호(?)를 받던 나는 아무 힘없이 돌아온 이 한국이 지금 무섭다
노무현정권때는 노무현을 욕하는 인간들이 미웠는데 이젠 이명박을 욕하는 인간들이 존경스럽다. 아니 이명박은 무섭지 않은데 알아서 기는 이 한국시스템이 무섭다
내가 살 떨리도록 무서운 건 나와 다른 걸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비이성이다.
횡설수설이 되었다만 그래서 내 친구가 고마운 이유다.
내가 꼭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야한다고 투표권도 없고 별 상관도 없는 그 상해땅에서 열을 올릴 때 별 큰 이유도 없이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어야한다고 우기는 친구와 어찌보면 쓸데없는 대화를 얼굴 붉히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그 것.
그런 친구가 내게 있어 고맙고 내가 돌아온 이 땅에 그 친구도 이유야 어쨌든 돌아와서 그것도 내겐 고맙다..
2008.06.01.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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