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앉아 하염없이 창문을 바라보며 사는 생활. 바쁘니 어쩌니 해도 내겐 그런 시간이 많다. (저 흑인여자는 이번에 가을바람님댁에 갔다가 업어온건데 넘 마음에 든다..^^)
운전을 배우느라 어쩌고 정신이 없긴했어도 마흔이 넘어 백수에 혼자인 나는 고민하고 괴로와(?) 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요즘은 특히나 저 대로를 내다보며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볼까, 말까 고민하는 게 일.
아무리 첫 테이프를 잘 끊었다고는 하나, 운전은 단시간에 되는 것도 아닌데다 시내는 하도 복잡해서 엄두가 안난다.
지난 금요일 연습도 할겸 나간 일이 마침 장안동 면목동 뭐 그런 정신없는 길이었는 지라 혼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 어찌나들 급하고 어찌나들 매너도 없는지...^^;;;
토요일도 나갈려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어찌나 용기가 안 생기던지 그냥 하루를 보내버렸다. 내 스스로가 한심해서 기운빠져있는 저녁. 친구놈이 가족들과 삼청동에 나들이를 왔었다며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무엇보다 행복한 건 올케언니가 집에 있나며 잠깐 들린다거나 이렇게 문득 누군가가 만나자고 전화를 하는 것. 남들에겐 자연스러운 이런 일들이 내겐 너무나 간절히 그리웠던 거니 말이다.
돌아와서 친구놈이야 몇 번 봤지만 그 와이프는 전화통화만 한번하곤 15년만인가 처음.
부부는 어찌나 자연스럽고 행복해보이던지 이쁘고 구김없는 딸내미를 먼저 집으로 보내놓고 우리 셋은 부어라 마셔라 이런 저런 이야기로 밤늦는 줄을 몰랐다.
사람사는 거 어렵고 힘들 지 않은 사람 어디있겠냐만 그래도 내가 아는 몇 안되는 멋진 부부라 그냥 바라만봐도 위안이 되더라.
기분은 드럽게 좋았는데 술기운이었는 지 괜히 그 늦은 시간에 남친이랑 통화하다 대판싸우고 또 시어머니랑 통화하며(그 시간에 멀쩡히 깨어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복이다..-_-) 울고불고 했더랬다.
요즘은 이상하게도 뭐가 그렇게 서러운 지 자꾸 눈물이 난다. 놀랜 울 어머니 거기가 어디라고 잠시라도 다녀가라시는데 또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나는 요즘 직장있는 사람들도 부럽고 자식있는 사람들도 부럽고 집있는 사람들도 부럽고 종교가 있는 사람들마저 부럽다.
연약하기 이를데없는 존재인 인간, 유한하고 의미찾기도 어려운 삶. 가끔은 내 남은 삶을 어떻게 이어가야하는 지 막막해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니 말이다.
이 집 계약도 팔월말이면 만료고 그 이후 내 삶이 어찌 진행될 지는 오리무중인 상황
물론 돌아와서 너무나 잘 지내는 내가 대견하고 계획했던 일들을 잘 해내긴 하지만 막막하고 기가막혀서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들마저 이해가 되는 상황이 내게도 가끔은 있다.
사람이란 참 간사한게 하루이틀도 혼자 잠을 못이루던 여자가, 혼자라도 편하게 잠을 잘 잘 수만 있다면 세상 어떤 것도 부러울 것이 없겠단 생각을 했던 여자가, 팔개월 넘게 너무나 잘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막막하다니..
아니 간사한게 아니라 어쩌면 삶이란 그 현실이 너무나 냉혹하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어제는 요즘 나와 같은 강사에게 운전연수를 받고 있는 고기공놈이 (이 놈은 7년 장롱면허다..ㅎㅎ) 연수끝나고 우리집에 와서 얼씨구나 하고 오후에 양수리로 갔다.
초보여서인지 아무래도 누군가 옆에 앉아있으면 이런 저런 수다도 떨며 마음이 훨씬 안정이 되니 내겐 절호의 기회였다.
예전에 그림그리러 다닐때 참 많이도 지나다녔던 곳인데 가는 길이며 많이 변했더라. 마침 내가 다녔던 운전학원도 그 근처라 짧게나마 내 시험코스를 지나는데 어찌나 신기하던지..ㅎㅎ
지난 번 우리 합숙이후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는 이 놈. 내가 정말 이 놈을 좋아하는 건 뭘하나 가르치면 그 후는 본인이 알아서 해낸다는 것. 내가 시켰던 근육운동이 결코 쉬운 것들이 아니라 우리 집에선 눈물까지 글썽이던 놈이 이젠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니 대견하고 신기하다.
언젠가 꼭 새벽에 와보고 싶은 곳. 그래 이렇게 연습하다보면 그럴 날도 있겠지?
우리가 갔던 다산유적지.
워낙 늦게 출발했던데다 차도 많이 막혀서 결국은 그 두려워하던(?) 야간운행을 했지만 무사히 집에 도착.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그 시간에 출발해 다녀온다는 것이 무리였겠지만 역시 기동성이 있으니 좋다란 생각을 했던 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에서 이렇게 내게 막간처럼 혹은 천형(?)처럼 주어진 이 생활이 때론 벅차게 좋고 때론 미치도록 고통스럽다...
2008.05.12.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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