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내리면 미치던 사야는 이제 더이상 비가 온다고 미치진 않는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들과 맘껏 통화할 수 있고 또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일거다.
그래도 비가 내리면 흔들리는 속까지 숨길 수는 없다.
지난 금요일에도 비가 억수로 내렸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천둥 번개도 치고...
비오는 거리를 내려다보다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한동안 적게 마신다고 좋아했더랬는데 요즘은 정말 술을 다시 많이도 마신다.
처음엔 그저 좋다, 하고 마시다가 술도 취하고 빗소리도 거세어지고 누군가에게 주정이 하고 싶었다.
내 술주정 전담인 시어머님은 시누이집에 가 계시는데 그 집 전화번호는 모르고 시어머니나 시누이 휴대전화는 안 받고..
그래 아는 동생놈에게 전화해 누나 취했는데 넌 오늘도 바쁘냐고 투정을 했더니 어찌어찌 일이 일찍 끝났다고, 누나 회나 먹어요, 하며 그 놈이 나타난 시간은 아홉시 반.
그 놈이 진짜 바쁜 줄 아는 데도 가끔 그 놈에게 전화해 술마시자고 투정을 하는 이유는 그 놈이 내가 아는 가장 냉소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삶에서 징징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나는 너무 힘들고 막막할 때 누군가 쓴 소리를 해줄 인간이 간절히 필요하다.
내가 정말 힘들어 보였는 지 아님 말도 안되는 소리로 주정을 해대서였는 지 그 놈은 그날 그저 잘 들어주고 먹을 걸 챙겨주고..
콜라 한 잔 놓고 끊임없는 술주정을 받아주는 놈을 붙들고 술집에서 문닫는다고 쫓아낼 때 까지 버텼다.
요즘 나는 내가 놀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사람에게 말이란 것도 타고 난 용량이 있는 걸까. 어찌 그 오랜시간 하루종일 거의 입한번 안 떼는 그 시간을 이 수다쟁이는 버텨낸 걸까 신기할 만큼 말이다.
술도 만땅 취한 주제에 이십킬로를 달리고 싶으니 조만간 같이 달리자고 떼를 썼더니 이 웃기는 놈 달리기 힘들다고 자전거로 에스코트를 해주면 안되겠냔다.
얌마 내 템포를 맞출려면 자전거도 기어가는거냐? 철인삼종은 괜히 하냐? 긴말 필요없다 그냥 달리자..ㅎㅎ
그 시간에 잠들어 다음 날 아침 달리기를 할려니 죽을 맛이더만 뭔 이십킬로를 뛰겠다고 난리를 치는 건지..^^;;;
그 날은 또 승호네가 내가 한국에 온지 처음으로 우리 집에 오기로 한 날.
13년 전 저들이 결혼하던 날 보고 처음 보는 친구남편은 참 많이도 변했더라.
그래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긴 하다만 당신들도 참 많이 노력하며 살았구나 싶었던 날.
그 사이 구구절절한 사연이 백장인데 참자..ㅎㅎ
마침 본가에 볼 일이 있다며 동네에 왔던 그 남자친구가 승호네가 와 있다니 잠시 들려 분위기도 확 띄어주고 갔다.
드럽게 무뚝뚝한 놈인데 갑자기 오면서도 승호 좋아할 만한 것도 잊지 않고 챙겨와 감동.
이 웃기는 놈은 이렇게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면 내가 안 돌아갈거니 안된다나? (잘났다.얌마.ㅎㅎ)
내가 지갑에 사진을 넣고 다녔었다는 친구 아들이 이 이쁜 놈 승호다. 내 새로운 남자친구, 문자를 주고 받는 것도 모잘라 요즘 내 블로그에 나타나 종횡무진을 하고 있는 놈이기도 하다..ㅎㅎ
이래 저래 기분도 업되어 친구친정동네까지 술을 마시러 갔다. 친구남편은 친구 친정집에 가서 마시자는 데 그 꼴에 오랫만에 친구부모님 뵙기도 그래 몰래 다녀올려다 들켰다지.
너무 반가와 하시던 친구어머님,
그래 앞으로 또 좋은 사람 만나야지, 아 그럼요 어머님 혼자 살 생각 없습니다..ㅎㅎㅎ
아 결론은 뭐
무지 좋은 주말을 보냈고 오늘이 월요일이라 새 맘으로 잘 출발할렸더니
역시 비가 내렸단 이야기다.
올케언니가 김장을 했다며 김치 가져다 줄 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을 고기공놈을 만나 또 마시고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 우리 둘다 괴롭다..-_-) 그 놈에게 넘버 원 투 어쩌고 하며 해결하고나서 우리 집에 오라며 숙제까지 쥐어 보냈다.
지금까지 또 술을 마시는 데 정신은 맑아지다 못해 풍선처럼 터질 지경이다.
도대체 나는 왜 징징대지 못하는가.
이 어마어마한 알콜을 마셔대며
그래도 침대보를 갈고 꼬박꼬박 설겆이를 하고 화분의 마른 잎을 잘라대는 이유는 뭘까.
오늘도 비가 흩뿌리는데 달리기를 했는데
내가 지금 이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내일도 달리기를 나가면 나는 사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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