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망 좋은 방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

史野 2007. 11. 23. 15:31

오랫만에 비가 내린다.

 

사위는 어둑하고 촛불 켜놓고 음악 틀어놓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포도주 한 잔 마셔줘야할 분위기..ㅎㅎ

 

나를 오지게 괴롭게 만드는 인간들도 내 주변엔 몇 있다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인간들이 다행히도 훨씬 많다.

 

월요일에는 송현님이 내게 꼭 보여주고 싶은 전시회가 있다고 하셔서 인사동에 갔었다. 전시회는 그저 그랬는데 전각예술하시는 분 갤러리에 가서 좋은 작품도 많이 보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인사동에 새로생긴 갤러리인데 너무 재밌다. 그냥 저 판매어쩌고만 없으면 좋을텐데 안타깝다.

 

화요일에는 드디어 조카놈이 첫 정기휴가를 나왔다. 당연히 점심을 사주기로 했는데 그 음악하는 친구가 내가 다니는 한의원에 맛사지랑 해독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고 나타나는 바람에 배신을 때리고(그 놈 표현이다..ㅎㅎ) 친구랑 집에서 보쌈에 맥주에 오지게도 먹었다.

 

아 물론 친구는 저녁부터 단식을 해야하는 관계로 여섯시까지만 먹었다..^^;;;

 

 

군바리 모습은 찍히기 싫다는 걸 굳이 셔터를 눌렀다..하하 

 

당장 다음날 올케언니랑 셋이 조개구이집에가서( 이 동네 저렴하고 맛있는 집이 생겼다) 또 대낮부터 술잔 좀 비워주시고 이차는 우리집으로..^^

 

이렇게 싱싱한 놈이랑 밥을 먹으러 가니 미니반바지를 입고 나갔는데 맥주사러 들렸더니 그 편의점 아줌마 너무 잘 어울리시고 다리 이쁘시다고 난리났다. 아 드럽게 아름다운 인생..ㅎㅎ 그 반바지를 살때 울 언니 그걸 어떻게 입을려고 그러냐고 마구 말렸는데 판매하는 아가씨, 저 손님 스타일이 더한데 이걸 왜 못 입냐고, 하하하

 

 

술도 만땅 취한 주제에 조카랑 올케언니는 영화보고 가라며 집에 버려두고(!) 고기공놈 만나 네일을 하고(요즘 이 놈이 외모에 무진장 관심이 많다..ㅎㅎ) 인사동에 가서 몽님을 만났다.

 

이 두사람도 사연이 있다.

 

몽님은 내가 잠시 있었다던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는데 무슨 일로 내가 술한잔을 산다는 약속을 했었다. 한국에 나오면 워낙 바쁘니까 그 중 젊은 놈인 고기공놈을 만날때 함께 만났다. 우연히도 둘은 같은 동네에 살기에 택시비 준다며 술집을 옮겨가면서까지 첫 밤을 불태웠다지..지금은 나빼고 둘이도 잘 논다..ㅎㅎ 

 

 

 저 고기공놈의 오렌지색 손톱색을 보시라..ㅎㅎ 저 놈이 해독프로그램을 너무 잘해서 살도 뺀데다 피부도 더 좋아졌다. 오늘도 소장님 고기공놈 칭찬을 얼마나 하던지, 내가 원래 성실하고 진중한 놈이라고 그랬다..^^ 재밌는 건 내가 처음에 아는 놈을 데리고 올려고 한다니까 남자분들이 하셔도 좋다는거다..어쩌겠냐 그래 사실은 놈이 아니라 년이라고 고백했다..하하

 

몽님은 술을 잘 안하시는데 술자리 분위기는 잘 맞추신다. 뭐 몽님 말씀을 빌리자면 사야님이랑 만나면 술을 안마셔도 취한다나..^^

 

 

이 집은 몽님이 자주 가시는 언네니 이발관이라는 곳인데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도 맛있기에 나가면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다. 문제라면 그지같은 택시기사들 덕에 열 이빠이 받아서 밤에는 이제 이 동네를 안 벗어날 생각..-_- 정말 그렇게 떠돌았어도 이렇게 택시타는 게 그지같은 나라는 처음 본다.

 

 

어젠 드디어 우리집에서 퐁듀를 먹기로 한 날(퐁듀그릇까지 싸오진 않았다만 신랑이 보내줬다.^^;;; 고체연료를 못사서 깨게 브루스타에 해먹었다..) 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노래를 부르는 조카들이다. 아무래도 같이 살았던데다 한국에 올때마다 저 집에 묵었으니 정이 많이 든 놈들이다.

 

오빠가 조카들에게도 저런데 지 자식 낳으면 난리나겠다고 할만큼 이뻐했는데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우리 구멍가게 아줌마는 그때 나한테 반하셔서 지금도 엄청 잘해주신다...ㅎㅎ

 

내가 하도 조카타령을 하니 친구들도 조카들 수능까지 챙긴다지.

 

저 두 놈을 저렇게 이쁘게 잘 키운건 칠할이 우리 언니다. 한 승질하는 우리오빠 한 재수하는 우리 엄마를 좌우로 막아주며 베푼 사랑의 결실이다. 당근 우리엄마는 어른이 집에 계셔서 말 한마디라도 (바꿔말하면 잔소리) 했기에 잘 큰거라는 아주 다른 각도의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_-

 

물론 언니자식들이지만 그래도 이씨집안 애들인 관계로(나는 이럴때만 고루하다..ㅎㅎ) 저렇게 잘 키워준 언니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게 고맙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자식은 엄마가 부드럽고 똑똑해야 잘 자란다.

 

 

이 잘난 고모는 술은 땡낄때 마셔야 한다며 부추겨 두 놈을 저렇게 보내고..ㅎㅎ 저 놈들은 저렇게 헤맬동안 언니와 나는 역시나 술을 더 마시며 프로젝트를 세웠다. 이야기했듯이 울언니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데 이제 두 놈들도 컸으니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것 말이다.

 

꼭 미술대학 나온사람만 전시회 하란 법이 어딨냐 칠순잔치대신 전시회를 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이십년의 시간이 있는거다. 물론 전시장 대여료랑 팜플렛 찍는 돈은 저 놈들이 내야한다..흐흐

 

내일은 드디어 내 새로운 남자친구라는 승호네가 온다. 우리집에 처음 오는 거다. 전화는 자주하지만 집도 멀고 나도 바쁘고 지도 바쁘니 얼굴보긴 참 어렵다.

 

지난 번에 무지 괜찮은 인간이 되었더라는 친구놈 (이거 쓰고 있는데 비오니 낮술 생각난다고 문자왔더라..^^) 하고 이 친구가 내가 돌아와서 감동한 인간들이다. 아 이 두 인간은 제대로 나이먹었구나하는 느낌말이다. 인간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할까. 그 예전 남자친구 그 말듣고는 우리는 뭐 어때서? 하던데 얌마 너나 나나 안 변했으니 우리는 아니다, 그랬다..ㅎㅎ

 

친구는 정말 아들내미를 키우는 그 힘든 과정을 겪으며 부처님 다 되었다 (아 얘는 기독교신자다) 지난 번 평촌에 갔던 게 시어머님이 올라오셨다고 해서 인사드리러 간거였는데 시어머님도 좋으시지만 어찌나 잘하던지. 한달이고 두 달이고 계시다 가면 친구도 어머님도 살이 찐다니 이런 고부관계 봤는가. 어머님 좀 혼도 내고 그러세요, 했더니만 친구시어머님 웃으시면서 뭐 혼낼 게 없단다.  

 

인생이 여전히 드럽게 아름다운 건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을 묵묵히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는 건 어떤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더한 감동을 준다.

 

내일모레가 아버님 생신이라 그런가 기일이 지난 지 얼마 안되어 그런가 역시 그런 인간중의 하나였던 우리 아버님도 요즘은 무척이나 그립다.

 

비도 오고 마음은 엄청 복잡시러운데 그래도 한국에 잘 돌아왔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사람들.

 

나도 오래도록 당신들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보너스

 

 

내가 우리집 늘 깨끗한 쪽만 올렸는데 저렇게 정신없는 구석도 있다..다 필요한 것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ㅎㅎ

 

저 밥상은 원래 거실테이블로 쓸려고 샀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사이드테이블을 못 산 관계로 그냥 저렇게 되었다.

 

우리집이 따뜻하긴 해도 엄청 건조해서 난리가 아니라 가습기를 살까하다 기계만 자꾸 사들이는 것도 부담스러워(청소기도 없다) 자기전에 저 분무기로 온 집안을 셋팅(?)해놓고 자는데 의외로 도움이 된다. 자다 벌떡 일어나서 마구 뿌려대고 또 잔 적도 있다..^^

 

거기다 어제 갑자기 저 제기용 술주전자에 물을 팍팍 끓여서 저 티워머에 티초하나 넣어놓고 잠들었더니 가습기대용으로 그만이다. 이번달 오바지출인데 다행이라지..ㅎㅎ

 

 

 

2007.11.23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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