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한참 안 올렸으니 사야를 궁금해 하시는 분이 계시리라 믿으며 수다 한 판 떨자..ㅎㅎ
요즘 사야는 무진장 바쁘다. 뭐하면서 바쁜 줄 알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것도 모르면서 바쁘다지..
일단 해독프로그램은 어제로 끝났고 반은 성공 반은 실패지만 대충 만족이다. 도저히 술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생겨서(?) 비우기 마지막날 맥주에 골뱅이 안주를 먹는데 거짓말 안보태서 ' 아 인생이 이런거였어 이렇게 맛있는 걸 먹고 살아야 사람이 행복한 거야' 이렇게 생각했다지..ㅎㅎ
어쨌든 그래도 그동안 술도 덜 마시고 담배도 덜 피고 먹을 것도 대충 적게 먹었더니 몸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내가 그동안 개판친 걸 모르는 우리 소장님 오늘 맛사지 받으러 갔더니 역시 해독을 했더니 피부가 더 좋아졌다고 감탄하셨다지..^^;;;
일요일에는 예전 교회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병원에 다녀왔다. 이런 일을 해보고 살지 못해서 역시 한국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나 뿌듯한 마음도 있었고 벌써 우리나이가 친구 부모님 돌아가셨다고 가야하는 나이인가해 싸한 마음이기도 했다.
그 놈은 고등학교때 교회에서 수련회를 가 나랑 두 해인가 연달아 같은 조(다서여섯 명 정도가 함께 밥해먹고 조공부하고 어쩌고 하는)를 했기에 나름 친했는데 만나는 건 근 이십년만.
그 외에도 연락을 받은 당시 사내놈들이 (걔네들은 다 중학교동창들) 나타났는데 역시 이십년가까이 만에 보는 놈들이 몇 명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누군 하나도 변하지 않았거나 누군 못 알아볼 정도로 변했거나..
하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게 두 번이나 반복되었으니 변하지 않은 인간들이 이상한 거겠지만 말이다.
나이가 마흔을 넘었어도 하도 오래된 친구들이다보니 말놓는 건 당연하고 오랫만에 봐도 반갑고 이야기하기도 편해서 좋았다. 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쩜 평생 얼굴 한 번 못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아이들인데..
예전 아빠 돌아가셨을 때랑은 많이 달려져서 그냥 한 둬시간 앉아 이야기하다가 일어나는 분위기가 신기하더라.
여전히 달리기는 계속 되는데 어젠 처음으로 서리가 내려앉은 걸 봤다. 달리다보면야 땀이 나니 안 춥긴 하지만 아무래도 계속 달리려면 겨울용으로 운동복을 좀 장만해야할 듯 하다.
토요일 한의원에 왔던 고기공놈이 집에 들렸는데 함께 술을 마실 수는 없어서 나가 내가 뛰는 코스를 함께 걸었는데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냐고 고기공놈 어찌나 감탄을 하던지..ㅎㅎㅎ
날씨는 추워졌다고 하지만 아직 가을이 떠난 건 아니다. 어제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 정말 오랫만에 역시 내 터였던 화양리에 갔었는데 세종대 돌담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망할놈의 카메라 타령을 했다지.
마음같아선 건대쪽으로 계속 걷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고장이 난 관계로 서비스센터를 간다고 잡아탄 버스는 또 왜그렇게 낭만적이던지..외롭고 힘들때마다 그저 버스를 잡아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왔다리 갔다리 하던 전적이 있던 나는 지금도 빈 버스만 보면 잡아타고 종점까지 가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늘 그렇게 정신없는 건 아니지만 어제는 저녁 약속도 있었는데 송현님 집에도 잠시 들렸다. 가깝긴 해도 아차산 밑자락에 안긴 그 동네는 또 처음 가보는 데 올라가는 길 멋진 집들도 많고 송현님 집 마당에는 커다란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데 (겨우 걸어서 이삼분 거리인 내가 가는 한의원 그 골목도 그렇다 심지어 커다란 모과나무에 가득 달린 모과며 따고 남겨놓은 까치밥이며..) 그래 서울이 아직은 아주 망가진 게 아니라는 그래도 강북엔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곳이 아직은 많이 있다는 위안이랄까 정다움이랄까 그런 마음이 들어 뿌듯했다.
나야 뭐 요즘 그림을 그리진 않지만 작업실에 대한 로망은 늘 있는데 넓은 이층을 다 작업실로 쓰는 송현님이 무진장 부러웠다지..^^
워낙 걷기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서울거리를 걷다보면 불친절한면들 사람들 눈살 찌뿌려지는 일들이 많긴 하다만 그래도 어쩌니 내 고향이라 그런가 정다운 걸.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또 풀이다. 수능을 보는 놈이 두 놈이나 되는 지라 그 응원도 좀 해야하니 언니네도 들릴겸 내일 평촌 친구네 집에 갔다가 강화도에 가을바람님을 뵈러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가느니 마느니 난리를 치다가 어쨌든 한국에 돌아와서 하는 첫 외박이다..ㅎㅎ
남들은 날씨가 추워진다고 걱정하고, 없는 사람에겐 더 서러운 게 겨울이겠다만 그래도 이십년 넘게 추운 겨울을 보내다가 겨울이 춥지 않은 곳에만 살아봤던 사야는 벌써 아주 간절히 매섭도록 추운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아랫목에 발을 집어 놓고 모여앉아 수다를 떨다 밥그릇이 엎어지거나 청국장을 띄우는 시루를 차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내게 겨울은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간절한 그리움이다.
2007.11.13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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