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다. 고통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뭐 아시겠지만 고통스럽다고 앉아 울고만 있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내가 고급호텔에 묵을 것도 아니고 내 이 좋은 방을 두고 낯선 모텔에서 밤을 지새는 게 자신없어졌다. 거기다 예전에야 엄마를 피해 떠난거지만 이제 이 공간은 온전히 내 것인데 그저 나만의 공간에서 나를 추스리고 싶었다.
토요일 올케언니와 조카가 다녀간 후 술 만땅 취한 상태에서 엄마와 또 한판을 한 후 잠이 들었는데 돌아와서 처음으로 자다깨서 불안했다. 아 이건 아니다란 생각.
내가 지금 맛사지를 받으러 다니는 곳은 한의원 엄밀히 말하면 한의원에 딸린 자연의학연구소다. 맛사지를 시작한 지는 얼마되지 않았고 본업(?)은 효소를 이용한 해독단식이다.
처음에 갔을 때 허리에 저주파기계같은 걸 매주는 거다. 무슨 목적이냐니 아가씨가 체지방분해란다.
저기 저는 복근운동해서 뺄건데요? ㅎㅎ
소장님말씀이 체지방분해도 분해지만 내장을 강화시켜주는 목적이 크다는 거다. 거기다 해독단식 이야기를 하면서 오킬로가 빠지고 어쩌고 하시길래
저기 저 오킬로 뺄 생각 없거든요? ㅎㅎ
역시나 소장님 말씀이 아무나 그런건 아니고 전혀 쓸데없는 체지방만 덕지덕지한 사람이 빠지는 거라나. 목적은 독소를 빼는 거란다. 차분히 저런 설명을 하시는 데 믿음이 가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고기공놈과 친구.
고기공놈은 조금(?) 과체중이고 요즘 스트레스도 만땅이고 친구는 아들내미 키우느라 체력이 바닥이다. 얼마전에도 체했다고 한의원가고 밥도 못 먹고 하는 걸 보고는 어찌나 마음이 쓰이던지..지가 건강해야 그 이쁜 놈을 잘 키울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 일요일 가만히 생각해보니 가장 필요한 게 나겠다 싶었다.
요즘 술담배도 과한데다 이렇게 힘든 때 나는 늘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 그래 고기공놈에게 전화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니 그 놈이야 당근 반기지..ㅎㅎ
어제 둘이 가서 상담받고 고기공놈은 칠일을 나는 삼일을 하기로 했다. 그 놈이야 과체중을 해소하는 것도 큰 목적이고 나는 일단 술담배에 지친 내 몸에서 독소를 빼는 것에 관심이 있으니 말이다.
고기공놈에게는 젊으신 분이 왠 스트레스가 이리 많으시냐고 하고 내게는 무진장 바지런한 성격에 이리 저리 관심도 무지 많은 사람이라고 건강은 타고난 것 같고 분열증에 걸렸을 성격인데 정신력이 강해서 버틴다는데 충격먹었다. (고기공놈 나중에 그 말에 그 소장에게 믿음이 가더라는 고백까지..^^)
내 친구는 살을 뺄 목적이 아니고 몸이 약한데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해독단식이 필요하냐고 상담을 했더니 누구나 필요하단다. 우선 내가 해보고 그 놈도 끌고 와야겠다..ㅎㅎ
어제 둘이 그 파티장소에 가서 해독전 축하(?)의미로 술을 만땅 마시며 의지를 다졌다.
주말에 술도 엄청 퍼먹고 맛있는 것도 마구 먹었더니 이킬로가 또 늘어버려서 잘난척한 거 민망하게 맥주살을 빼버려야할 것 같기도 하다. 우스운 건 요즘 복근운동빼고는 근육운동도 안하는데 그래서 근육이 많이 없어졌을테니 이게 다 지방덩이일텐데 어제 검사결과 체지방은 또 적정수준이라고 나오더라는 것.
나는 다른 것보다 담배가 문제다. 담배를 피기 시작한 지 벌써 십년이 넘었고 보양식 기간까지 버텨낼 수 있을 지 말이다. 거기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단식을 잘 이겨낼 수 있을 지도 약간 걱정. 고기공놈과 합숙이라도 할까 고민했지만 배고픈데 서로 쳐다보고 있는 것도, 특히 그 놈이랑 나랑 만나서 술 안마시고 버티는 것도 쥐약이라 그 생각은 접었다..ㅎㅎ
물론 굶는 게 아니고 그 곳에서 주는 효소를 먹는데다 된장차라는 특이한 음료를 끓여먹는다. 어제 그 놈은 당장 집에 전화해서 엄마 이런 거 해줘야하고 어쩌고 하는데 나야 당근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끓였다..^^;; 다행히도 모든 재료들이 집에 있더라.
오늘이 준비기 내일부터 삼일간이 비우기 또 삼일간 채우기니까 정확히 7일이다. 어제 내게 짐보내는 문제때문에 신랑이랑 통화하다가 그 이야길 했더니 울 신랑 너무나 감동하더라..-_-
오늘부터 삼일간 상해출장이라고 금요일에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출장준비로도 바쁠텐데 그 밤중에 짐을 싸고 있단 이야길 들으니 어찌나 미안하고 또 고맙던지..
어쨌든 사야는 이렇게 다시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간다. 앞으로 내 삶이 어찌 진행이 되건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한 관계로...
그동안도 달리기는 계속 될거고 맛사지를 받는 것도 계속 될거고 냉온욕을 병행해주면 좋다는 데 집에 욕조가 없으니 찜질방에 다니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 곳에 구구절절히 올릴 수 없는 사연들도 많아 머리도 엄청 복잡한데
이만 자유로와질 수 있으면 좋겠다.
2007.11.06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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