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Grosz. The Pillars of Society. 1926. Oil on canvas. 200 x 108 cm. Staatliche Museen zu Berlin - Preussischer Kulturbesitz, Nationalgalerie, Berlin, Germany
인간이 산속에 들어가 도를 닦으며 생을 마감하지 않는 한 속한 사회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지금 불안하다지만 태평성대라는 게 과연 있었을까?
요순시대가 아니었다면 우리 역사를 들춰봐도 그렇고 서양사를 들춰봐도 그렇고 세상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벅찬 일들이 엮여 진행되어 왔다.
보통사람들이야 그냥 적응하고 체념하며 살아가곤 하지만 더 민감한 영혼을 타고난 자들은 자신의 시대를 어떻게 견뎌냈고 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어했을까
세상과 화해하지 못했던 독일태생 화가 Georg Gross (1893 - 1959)
전쟁과 전체주의의 소용돌이인 독일에서 그는 자기조국에 대한 반감으로 이름까지 George Grosz 라는 영어식으로 바꾼다.
Self-Portrait, Warning. 1927. Oil on canvas. 98 x 79 cm. Galerie Nierendorf, Berlin, Germany
15살에 선생 뺨을 때려 학교에서 짤렸다는 이 반항아는 그의 그림들이 사회풍속을 해친죄로 기소되기도 하고 신을 모독해서 걸리기는 하는데 에곤쉴레의 포르노경향의 그림들이 인간내적 욕망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면 그의 그림들은 보다 사회고발적 성격을 띤다.
Before Sunrise,[Ecce Homo - XV],1922
일차대전때 두 번이나 전쟁에 참여했다가 병으로 풀려난 그는 공산주의에 가담하며 바이마르공화국에 대항해 예술로 싸운다.
맨 위의 그의 대표작인 사회의 기둥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시사하는 사회상은 우리사회랑 다른게 있는가.
Hunger
George Grosz,aus: "Hunger, Hilfe von Künstlern"
Neuer Deutscher Verlag Berlin,1924,Lithographie,49 x 33,2
오토딕스나 케테 콜비츠등과 함께 했던 배고픔이라는 제목의 자선을 위해 참여한 그림은 일차대전후 독일의 사회상에 대한 예술가들의 단체고발이다.
비싸고도 먹스러운 가게가 있는 나라와 그 앞에 굶주려 서 있는 사람들이라니..
결국 나치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인 33년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지금이야 아니지만..^^ 당시 미국이 그의 조국만큼 파시스트사회의 위험이 없었기에 더이상 그다운 작업을 하지 못한다.
그에게 필요했던 건 그가 고발해야했던 사회였을까
아님 그 독일사회에서의 경험이 그의 진을 빼버렸던걸까.
Unemployed, 1934
Watercolor and ink on paper
18 x 24 inches
65세의 그로스는 독일로 영구귀국한지 얼마후 밤새 술을 마시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노년에 조국과 화해하며 쉬고 싶었을지도 모를 그였을텐데..
그래도 조국땅에서 눈을 감은 그는 분단된 조국의 희생자로 고향땅을 그리워만 하다 명을 달리한 윤이상보단 행복하진 않았을까.
Cain, or, Hitler in Hell. 1944. Oil on canvas. 99 x 124.5 cm. Private collection
그의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낯설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볼 수록 이해가는 우리 시대와의 동질성.
예술이 세상을, 아니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어차피 종교적 의미의 구원은 타자로 부터 오니 그런 구원을 열망한다면 예술이라는 외부로부터의 구원 또한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외적구원같은 건 믿지 않는 나란 인간은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는 모든 영혼들을 위해 건배를..
한잔은
화해해야하는 이유조차 모르는 미국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이 세상을 사는 영혼들을 위하여
또 한잔은
당하는 조국에서 종교로 무장할 수 밖에 없는 이라크인들과, 또 같은 처지의 영혼들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명분도 없이 끌려다니는 한반도의 영혼들과 그 부류들을 위하여
조지훈의 석 잔으로 성이 안차는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침묵하는 신을 위해 네 번째 잔을 또 치켜든다.
2004.09.27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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