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콩가루 시댁..ㅎㅎ

史野 2007. 4. 16. 20:41

제목은 저렇다만 결국은 또 시댁자랑이니까 내 자랑에 질리신 분들께는 미리 건너 뛰길 경고한다..ㅎㅎ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다른 독일가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신 분들께는 추천..^^

 

나같이 한 특이하는 여자가 독일가정에서 사랑받고 산다는 것에 의문을 표시하는 분들이 가끔 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사람도 있고 저 여자가 저렇게 행복할리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하다고 의문을 표했다는 사람까지 있다는 데 충격도 먹었다.

 

어쨌든 한 특이하는 내가 나름 행복하게 잘 사는 이유는 우리 시댁도 한 특이하기 때문이다..ㅎㅎ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말이 부창부수, 유유상종 뭐 이런 건데 우리 친정식구들도 정말 특이하지만 우리 시댁식구들 심지어 신랑친구들까지 다 특이하다.

 

우리 이씨집안도 특이하지만 울 엄마네 안씨집안 특이하게도 울 집안이랑 결혼한 류가인 올케언니 권가인 큰 형부 김가인 작은 형부도 다 한 특이한다. 동어반복이긴 해도 그러니까 다 유유상종 부창부수로 행복하게 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이건 언제 또 쓰고 싶은 이야기인데 울 집안 식구들은 다 닭살에 나보다 결혼생활이 오래되었는데도 소설처럼 산다..ㅎㅎ)

 

어쨌든 내 친정이랑 울 시댁만 보면 울 친정식구들은 다 울 시댁식구들을 좋아하고 울 시댁식구들도 그런데 작은 언니네 삼주정도 묵으셨던 울 시부모님들은 울 작은 언니랑 형부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고 큰 언니네 삼주정도 묵었던 울 시누이는 또 우리 큰 형부랑 큰 언니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에 심지어 울 시누이는 큰 언니네 아들내미 사진으로 책갈피를 만들어 쓸 정도다..

 

울 신랑이야 당근 다 좋아하지만 울 오빠 캡 존경하고 울 올케언니 너무 좋아한다. 황당했던 건 내 조카 여섯을 보면서 자기가 한국애들 엄청봤어도 우리 조카들처럼 이쁘고 똑똑한 애들 없단다..ㅎㅎ(자기야 그게 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거거든?)

 

오늘의 주제인 울 시댁의 특이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시부모님세대들은 아무도 이혼을 한 사람들이 없다는 거다. 지금이야 한국도 이혼이 대세지만 독일은 부모님세대들도 엄청 이혼을 했는데 아버님네 오남매 어머님네 세 자매가 아무도 이혼을 하지 않고 닭살들이다.

 

그럼 그렇다고 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들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버님의 여 형제 두 명은 다 열 다섯정도 많은 남자랑 결혼을 했는데(신기하게도 아직도 두 분다 살아계신다) 아버님이랑 쌍둥이 고모님은 미국인이랑 결혼하셔서 미국에 계시는데 그 아들내미(그러니까 독미혼혈)는 독일계 브라질여자랑 결혼했다.

 

압권은 마리아네!(어머님 바로 밑에 동생) 어머님은 집안도 무지 좋았고 딸들이 젊었을 때 다들 영화배우처럼 이뻤는데 사진을 이년이나 전공하고 의학을 공부하던 아름답던 그녀는 27살이나 많던 늙은 교수님이랑 결혼했다.

 

시어머니의 부모님은 충격을 받아 병이 나실 지경이었다는데 당근 결혼을 반대하시진 않았단다.

 

신랑의 대모인 막내 이모 아넬로테의 아들내미는 크로아치아 출신의 여자랑 결혼했고 울 신랑은 나랑 결혼했고 4년전 내가 글을 막 올렸을 때의 그 동성연애자의 결혼, 그게 사실은 울 시작은 아버님의 막내 딸이다.

 

내 딸이 사랑하는 게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아니고 내게 중요한 건 내 딸이 행복한가 이다란 이야기를 했다는 그 멋진 아버지는 아버님의 막내 동생이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은퇴하시곤 하루에 다섯시간씩 피아노를 치신다는 그 멋진 분이기도 하다.

 

정말 내가 만난 몇 안되는 아주 매력적인 노인이신데 울 엄마랑 동갑이시다. 그래 만날 때마다 잊지도 않고 너 또 내가 너희 엄마랑 동갑이라며 늙었다고 할려고 하지? 하고 웃으시는 재밌는 분. 너는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거냐고 나만 늙어가서 억울하다고 하시는 분

 

그러다보니 나같은 애가 특이하거나 특별할 일이 그 집엔 별로 없다. 물론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술을 퍼마시고 이런 것도 다 유명한데 우리보다 조금 앞섰던 그들에겐 나처럼 정신과 진료를 받아본 사람들도 몇 있는데다 너처럼 나라까지 바꿔서 살면서 그 어려움을 잘 참고 사는 게 오히려 대견하단 분위기다.

 

나야 뭐 신랑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시댁식구들도 내가 멀쩡한 인간이 아니란 건 결혼전에도 알았는데술을 퍼마시는 내가 걱정되었던 내 시어머니(사실 시어머니라고 그게 뭘 그리 자랑스러웠겠는가. 그저 아들내미가 사랑하는 여자라니까 받아들이신 거겟지) 우울증에 걸렸던 친구분께 내 문제를 상담을 했다는데 그 친구분이 간을 검사해보라고 했다는 거다.

 

아니 술마시면 간이 나빠지는 건 당근이지 그걸 뭘 상담까지 해서 검사해보라고 하나 황당했는데 그 분 이론이 참 재밌었던게 술을 마셔서 간이 나빠지거나 이런 게 아니라 간이 나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린다나..ㅎㅎ

 

그 어머님 친구분도 한 특이하시는데 그러니까 그 분은 나를 얼굴도 보기전에 술이나 퍼마시는 우울증에 걸린 한국애로 먼저 인식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2002년 월드컵때 독일은 승리를 몇 번 했으니까 당신때문에 (그게 나다..ㅎㅎ) 나는 한국을 응원했어요 하시는 분이다..^^

 

뭐 그렇게 다 살다보니 아무도 누가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 말하지 않는 사람들, 가슴도 아프고 속은 상해도 그걸 절대 표현하지 않고 그냥 네 그대로 있는 모습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게 우리 시댁식구들이고 내 친정식구들이기도 하다. 내 오빠나 언니들이 나를 이해해주는것도 고맙긴 하지만 나는 특히 올케언니 형부들의 지원이 고맙다. 아니 열 네살부터 스물 두 살까지 다양한 조카들까지 다 알고 있어서 원하면 다 읽을 수 있는 이 곳에 내가 별 걱정없이 느끼는 걸 맘껏 쓸 수 있게 신뢰를 주는 내 조카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갑자기 콩가루 시댁이야기 쓰면서 친정이야기가 나왔다만 고마운 건 고마운거니까..ㅎㅎ

 

각설하고 세상엔 그런 사람들도 있다.

 

네가 왜 그런 모습인지를 결코 묻지 않고 네 그런 그 모습이 그냥 우리는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이미지를 위해서 네가 창피하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이 있다.

 

언젠가 썼듯이 내가 약에 폐인이 되어 살이 이십킬로는 올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안해도, 내 친구의 엄마도 아니고 내 남편 친구의 엄마이면서도 그게 너무 가슴아팠다고 너는 참 괜찮은 인간이라고 다섯장이나 되는 편지를 써주는 사람이

 

시누이이가 전에 연애를 할 때 그 남자가 내 딸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 딸이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건 내가 확실히 알고 내게 가장 중요한건 그거라고 말하는 내 시어머니같은 사람이

 

내가 시누이에게 너무 열을 받는 다고 왜 그렇게 바보같냐고 하면 그런 모습까지도 감싸주는 그게 가족아니겠냐고 좋은 면만 보면 안되겠냐고 하는 내 시어머니같은 사람이..

 

아프고 모자라는 가족구성원이 부끄워운 게 아니라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좋은 면이 있다고 믿어주고 밀어주는 사람들이 말이다.

 

내가 시어머니에게 아 내 친구가 지금 유부남을 사랑해서 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너무 속상해요  이야기하면 한국의 고매한 윤리의식을 가진 사람들과 달리 내 시어머니는 너는 어떻게 그런 웃기는 친구를 사귀냐고 하시는 게 아니라 그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는 네 친구때문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고 하신다.

 

예전에 내가 힘들 때 시댁에 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힘듦을 참는 방법으로 하루종일 노래를 불렀더랬다.

 

그때 왔던 정원사가 며느님이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잘하냐고 직업이냐고 물었다는데 아니라고 또 너무 솔직하신 내 시어머니, 쟤가 지금 정신적으로 불안해서 저렇게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나,

 

그래서 또 자기가 구독하고 있는 잡지에서 잡지는 줄 수 없고 불안함에 대한 기사를 문방구까지 가서 복사해다가 내게 가져다준 그 정원사며 대단한 독일인들이다.

 

하긴 독일인뿐 아니라 내가 엄청 살쪄서 엄마환갑에 갔을 때 얼마나 편하면 사돈처녀가 저렇게 살이 쪘냐는 자기 시어머니 말씀에 어머니 아니라고 제 동생이 행복해서가 아니라 우울증에 저렇게 살이 쪘다고 솔직히 말했다는 내 큰 언니도 있다만..^^

 

어쨌든 이 특이한 인간들

 

콩가루 집안인 시댁과 콩가루까진 아니어도 열린 내 친정식구들

 

지금의 내 삶을 지켜주는 버팀목이다..^^

 

 

 

 

 

 

2007.04.16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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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면 당장 별 선물이 온다는 걸 몰랐슴

 

별을 선물해준 그대에게 땡큐!!

 

언니

 

그렇다고 내가 별이 필요하지 않단 이야긴 또 아닙니다

 

노f력해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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