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혼자 술 마시는 밤

史野 2007. 4. 18. 00:01

신랑이 없는 지 삼일째인데 무지 길게 느껴지는 데다 토요일까지 혼자 있을 걸 생각하니 막막하다.

 

난 늘 혼자 지내기에 혼자가 참 익숙한데도 신랑이 하루에 열 두시간 이상씩 나가 있는데다 퇴근해 와서도 보통은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도 그가 있을 때와 아닐 때가 왜 이렇게 다른 느낌인걸까

 

괜히 집안도 더 휑하게 느껴지고 침대도 더 넓어보이고 집안에 온기가 없는 느낌이다.

 

다른 때보다 이번의 부재는 더 힘이 든다.

 

날씨도 안 좋아서 어디 가기도 싫은지라 그저 포도주나 사다가 혼자 술을 마시고 또 마신다.

 

소원이던 좋은 포도주를 마구 사다 마시는데도 누가 더 마시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는데도 이것도 삼일 째 하니까 재미없다.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오늘은 특히 쓸쓸한 기분이다. 가끔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눈빛이 간절히 그리울 때가 있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져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술잔을 기울일 그런 사람이 말이다.

 

하긴 내겐 그런 사람이 신랑이니까 신랑이 그리운 건가? ㅎㅎ

 

부부가 다른 친구들보다 좋은 건 아마 그런 면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는 만나면 주로 이야기를 하게되지만 부부는 그냥 각자의 일을 하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교환해도 편한게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그냥 네가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그런 기분.

 

 

 

여긴 친구들도 거의 없지만 원래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거나 하는 적이 없는 신랑은 주로 늦게 오는 이유야 일때문인데 아주 늦은 경우는 컴을 켤 여유도 없이 피곤에 절어서는 뉴스 보다가 이러고 잘 때가 있다

 

 

이런 사진까지 여기 공개하는 줄 알면 뭐라 하겠지만 넘 귀엽잖아.. 아닌가? ㅎㅎ

 

아니 사실은 나같이 일을 하지 않는 여자는 저런 모습이 가장 안쓰럽다.

 

아 어쨌든 혼자 있으니까 안그래도 긴 밤이 정말 길다. 오랫만에 홍콩도 가볼겸 그냥 출장을 따라갈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이런 날마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나는 외로운 거 특히 눈을 떠보면 눈길닿는 곳에 아무도 없는, 혼자 지내야하는 밤이 싫어..ㅜㅜ

 

그의 빈자리가 더 커보이는 밤. 한 겨울에도 켜는 적이 없는 침실히터를 올린다.

 

날씨야 어떻든 내일이라도 길을 떠나볼까.

 

익숙한 방이 아닌 낯선 곳에서의 밤은 더 쓸쓸하고 외로울까.

 

도쿄북부지역을 돌아볼 생각에 설레였더랬는데 왜 갑자기 이 모든 것이 시들한 걸까..

 

꼭 생일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따져본다

 

토요일은 몇 밤이나 자야 오는 걸까..^^

 

 

 

 

2007.04.17.Tokyo에서..사야

 

 

24429

 

이 노래는 이연실이 불어야 제 맛인데 다음에는 역시나 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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