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와 달리 정신을 차리고 모아놓은 쓰레기도 버리고(현관에서 쓰레기 버리는 곳까지 십미터도 안된다..-_-) 야구를 보며 몇일 째 미뤄두었던 다림질을 하던 중이었는데.
신랑이 떠나면 바로 여행을 간다고 말했었는데도 이 덜 떨어진 며느리가 걱정이 되셨는지 오늘 우리 시어머니 전화를 하셨다.
그냥 집에 있는 거야?
응. 너도 혼자고 나도 혼자네
괜찮아?
괜찮겠어? 아주 안좋아. 근데 날씨도 그지같은데다 익숙한 여기가 나을지 어느 낯선 호텔방이 나을지 판단을 못해서 그냥 이러고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건그렇고 목소리는 왜 그래? 감기가 아직도야? (울 시어머니 지금 감기가 몇 달이다)
아닌데. 나 건강한데. 내 목소리가 어때서?
어떻긴 팍 가라앉은 게 엄청 아픈 사람처럼 들려
하하 너한테는 아무것도 못 숨기겠구나 편두통이 심해서(자주는 아니지만 울 시어머니 편두통도 또 대단하다) 약 좀 먹었는데 이젠 괜찮아. 그런데 그냥 집에 있을 예정이야?
안그래도 너무 기니까 내일 쯤 나가볼까 생각중인데 지금 또 비와.
이 이야기만 한 건 물론 아니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현관 벨이 울리길래 주말에 또 통화를 하기로 하고 끊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따뜻해지는 거다.
그래 그녀와 나는 통화하면 늘 이랬었는데..
몇 일 동안 국제전화비로 어마어마한 돈을 날리면서도 생각한건데 내가 힘들 때 편하게 (이 말은 아주 편하게 있는 그래로의 나를 보일 수 있다는 것 뿐 아닌 심지어 과장된 모습까지도 말한다) 상대에게 피해를 줄까 전혀 걱정 안해도 되는 사람은 내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요즘은 시어머니에게 거의 전화를 안하니까 시어머니에게 전화 할 생각은 전혀 못했더랬는데 나를 잘 알고 나를 그 모습 그래도 받아 줄 수 있는 열 손가락 안쪽의 사람들에 그녀는 속한다.
벌써 나는 7개월 째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 데 사실 나는 이제 그 오랜시간 그녀가 알던 그 애가 아닌 데도 그녀는 내 변화에 전혀 내색을 하지 않으며 또 변한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꼭 지금의 내가 예전의 나였다는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대한다.
물론 더이상은 내게 너무 힘들어 못 참겠다는 지금 너랑 마주 앉아 포도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식의 전화를 하진 않는다.
그리고 나는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 않는다.
그래도 혼자 남은 그녀의 걱정에 오래 산 배우자는 먼저 떠나는 사람이 더 복인지도 모르겠단 이야기며 거의 동시에 이사간 그 동네에서 어쩌면 이제 남은 일들은 부고를 듣는 건지도 모르겠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한다는 이야기는 나눈다. (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만도 난 벌써 세 번째의 부고를 들었다. 그것도 둘은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그녀가 혼자인 삶을 잘 견뎌낼 수만 있다면 오래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다.(그녀는 32년生이다)
내가 아무리 이저니 저러니 해도 나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 내가 전처럼 착한 여자 컴플렉스에 다시 걸리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이젠 그녀를 이해는 할 수 있다는 것.
꼭 포도주때문은 아니고 오랫만에 그녀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데 신랑이 떠난 후 처음으로 편안한 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땐 꼭 잊지 않고 생각나는 것.
내가 그녀를 이해하듯 내 엄마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2007.04.18. Tokyo에서..사야
드디어 열두시 땡
언니 생일 축하해요!!!!
여행떠날거라고 폼까지 잡고 미리 축하한게 쑥쓰럽긴 하지만 우리 사이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ㅎㅎ
언니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우리 집 식구가 되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이쁜 두 놈 낳아 잘 키워주고 한 승질하는 남자랑(언니가 안 일러도 누군가 이르겠지만..^^) 잘 살아줘서 너무 고마와요..
아 물론 엄마때문에 가장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구요
저는 내일은 정말 짧게라도 비가오건 눈이 오건 나갑니다. 아니면 사람도 아니예요..ㅎㅎ
내일 저녁 좋은 시간 보내요!!!!
(아 음악은 결코 생일축하곡으로 고른 건 아니예요 언니가 좋아하는 김광석 노래로 고를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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