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이번엔 한심한 내 人生이다..ㅎㅎ

史野 2007. 4. 24. 16:21

아 정말 이제 그만 수다 떨고 맘 잡고 공부 좀 할렸더니 그 새를 못 참고 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된다.

 

한심한 이유 하나다.

(읽고 있는 책을 내가 절대 이해를 못하기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라는 사실은 못 밝힌다..ㅎㅎ)

 

뉴스에서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끔찍했던 한 주일을 보낼 때(신랑없다고 끔찍할 건 뭐 있냐? 이것도 한심이다..-_-) 포도주를 열네 병 비웠다.

 

말하자면 매일 두 병씩 일주일 내내 마신거다. 이건 한심한 게 아니고 미친거다. 한 나흘 째 되니 내가 죽겠는데 그래도 마셨다..-_-

 

그래 나 알콜중독이다. (자랑이 아니라 사실이다.) 

꼭 알콜중독이라고 하면 손이 떨리냐는 둥 묻는 사람들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 작은언니..^^;;) 꼭 손이 떨려야만 중독이 아니라 술을 마시고 싶어 못 견디겠고 술이 깬 다음 날은 더 불안해지고 그런건 다 알콜중독이다.

 

나라고 뭐 알콜중독으로 살고 싶겠냐. 그리고 병걸려 일찍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 신랑도 돌아왔겠다 이번 주만이라도 술 안마시고 버텨 볼려고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된다.(하긴 그럼 중독이겠냐만)

 

지난 번에는 맥주중독이라고 난리를 쳤는데 이번엔 또 포도주 중독이다. 미칠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포도주 중독은 뭐란 말이냐.

 

술이 마시고 싶어 미치겠는게 아니라 포도주가 마시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그것도 싼 포도주는 싫고 좋은 포도주가 마시고 싶어 미치겠다. (물론 나는 절대 미치고 싶지 않기에 나가 사온다만..ㅎㅎ)

 

다른 술들이야 원래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젠 맥주가 냉장고에 들어 있어도 거들떠도 안본다. 우리 집 역사(!)에서 맥주 한 박스 사서 몇 주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술을 퍼마시면 신랑이 넘 걱정을 하니까 아 앞으로는 낮에만 마셔야겠다 고민하는 인생. 이 보다 더 한심할 수는 없다. (그나마 신랑이 연봉이 올랐다는 좋은 소식을 가져와서 다행이다.)

 

그리고 전화.

 

잠시 언급을 했듯이 이번에 국제전화를 엄청 해댔다. (전화를 받아준 그대에게 축복을..^^;;)

몇 년간 전화비는 거의 안 내고 살았는데 지난 두 달 상상초월한 금액을 내느라 신랑에겐 말도 못했다. 아 말만 못한게 아니라 사기까지 쳤다..ㅜㅜ

 

백만년 전에 썼듯이 나는 매달 내가 쓴 내역을 신랑에게 보고하면 신랑에게 네 장의 월말결산서를 받는다. 나야 당근 내가 얼마를 썼는 지 모르고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 막판에 영수증으로 결산을 해서 보고서를 올린다.

 

모든 소비가 영수증이 따르는 관계로 오차가 날 일이 많이 없기는 하지만 내가 기록하지 않는 것들은 일부러건 잊었건 모두 '사야가 쓴 것'이란 카테고리로 들어간다.

 

주로 담배값이 그런데 지난 번에는 전화비를 축소보고하는 사태 발생. 나는 우리 식구들이 그런 이야기까지 신랑에게 하냐고 놀랠 정도로 내 남자에게 거의 다 이야기하는 편인데 정말 살다 별 꼴을 다보지만 어쨌든 그 짓을 내가 했다..(신랑이 한국말을 몰라서 다행이다..흑흑)

 

그런데 이번엔 전화비가 더 나올 전망. 황당한 건 지난 일요일 신랑이 우리도 인터넷 전화를 쓰자고 해서 그걸 바로 일요일에 다운로드했다는 것.

 

내가 그 인터넷 전화를 몰랐던것도 아니고 두 명이나 내게 이 메일을 보내서 그 인터넷 전화로 싸게 좀 통화를 하자고 했는데  전화로 수다 떠는 걸 싫어하는 나는 무시했더랬다.

 

아 그런데 오늘 친구랑 한 시간 넘게 인터넷전화로 그것도 음질도 무지 좋게 통화하고 나니 그걸 왜 진작 설치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고 있다.

 

그 친구는 그러게 넌 왜 늘 자기 말은 안 듣냐고 하더만

 

뭐 신랑이야 안 봐도 비디오라고 자기 없을 때 전화 엄청 했겠다고 하긴 했어도 난 이번 전화요금도 신랑에게 솔직히 말할 수 없다..자기야 미안하다 사기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은 못하겠다고..ㅜㅜ

 

그리고 운동복

 

일주일 넘게 운동을 안하고 오늘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라 올라가려는데 옷이 후즐근도 그런 후즐근이 없다.뭐 내가 근육운동을 한다고 해서 봄날아줌마같은 몸은 아니지만 나름 운동복은 내 개인 헬스복을 쓴다(이 이야기를 강조하는 건 헬스장에서 옷을 주고 신랑은 늘 그 옷을 입기때문이다)

 

평소엔 짧은 바지를 입지만 트레이닝이 있는 날은 긴 바지를 입는다. 이 나이에 젊은 놈(!)앞에서 허벅지살 흔들거리며 주책떨 일 있냐.

 

내가 가진 긴 바지는 오래된 게 두 개 새 것이 두 개인데(새 것이란 의미는 이년 전에 샀다는 것..^^;;) 하도 빨아대다 보니 낡을 데로 낡았다.

 

그래 벌써 얼마전부터 새 운동복을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지만 그게 왜그렇게 안되는거냐. 운동복 사러간다고 결심한 것만도 일년이다..ㅜㅜ 

 

내가 그 좋다는 트레이너를 만나는 건 헬스장이 전부. 아침이니까 화장은 커녕 샤워도 안하고 올라가는데 좋아하는 사람에겐 좀 잘보이고 싶어하는 게 심리 아닌가?

 

잘 보일 방법이라곤 운동복 패션밖에 없는데 이렇게 개기는 걸 보면 화냥끼조차도 내 귀차니즘을 이길 순 없다는 것..ㅎㅎ

(아 그래도 신랑이 올 시간에 세수는 한다. 이건 화냥끼나 귀차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므로..^^)

 

이러니 제발 내가 그 열받아 한 쇼파를 보러 갔을 까 그런 의문은 안 갖는 게 좋다..ㅜㅜ

 

 

 

사실은..

가출한 자신감을 찾아왔다.

그건 정말 자신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 지를

내가 얼마나 무식한 인간인 지를

그리고 각인시키는데만 백만년이 걸린다는 알콜중독인 지를

뭐가 부족한 지를

뭘 갈망하는 지를

뭘 이 생에서 이룰 수 없는 지를

스스로

안.다.는. 것.

 

알고나서 행동에 옮기고 변하는 가는

물론 다른 문제다.

그래도 나는

내가 알고 있다는 데

일단 거기에서 감사하기로 했다.

 

최소한 내가 내 문제를 알고 있으면

남을 탓할 일은 별로 없다는 게 첫째 이유고

남들의 비난이나 비판에 수긍할 수 있다는 게 둘째 이유고

문제의식이 있으니 그래도 언젠간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갖고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셋째 이유다.

 

정상적이지도 평범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나는 이 삶을 나름 지켜내고 있을 거란 생각

제목이야 한심한 인생이다만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나를 견디게 하는 힘은

자기연민이 아니라 자기愛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참 괜찮은 인간이란 그 생각.

그게 내가 다시 찾아온 자신감의 실체다.

 

 

엉망이면서도 늘 이렇게 자신과 싸워 이기는(?) 여자

그 여자의 오랫만의 셀카다.

이 사진은 지난 금요일아침 욕실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술도 퍼마신데다 잠도 못잔 그 모습에

피부는 엉망이고 어찌나 지쳐보이던지

 

내가 충격을 받아서

찍은 거다만

그 모습마저도

내가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이뻐 보여서

올린다..ㅎㅎ

 

 

 

 

 

 

 

 

 2007.04.24.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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