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마 독일의 유명한 녹색당 정치인인 요쉬카 피셔의 책 제목이었을거다..
요즘이야 피셔얼굴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달려서 뺐던 이십킬로는 다시 돌아온 걸로 안다..^^;;
근 일년만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다른 운동과 달리 내게 달리기는 자신과의 싸움. 특히 러닝머신에서의 달리기는 지루하고 고독하고 가끔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한동안 지방연소에 집중하느라 그만 두었던 달리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한 건 나와의 싸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지난 주 오킬로 육킬로 칠킬로 내 몸상태를 봐가며 달리는 속도를 조절해 워밍업을 했더랬는데 아시다시피 지난 주는 폐인으로 사느라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화요일 트레이닝을 받는데 근 십일만이어서 그런지 너무나 힘들었고 운동후엔 달리기는 커녕 후들거리는 몸으로 간신히 반신욕만 하고 내려왔다.
어제는 또 그제 마신 술로 헤맨데다 근육통도 장난이 아니라 운동은 패스.
오늘 아침 다리는 여전히 아팠지만 트레이너 잘 만난 덕에(가끔 보면 내 트레이는 피도 눈물도 없다..ㅎㅎ) 빡세게 한 시간 운동을 끝내고는 그냥 몸푸는 기분으로 한 삼킬로만 달려볼까란 생각으로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한동안 달리지 않았던 관계로 요즘은 주로 시속 10.5킬로로 뛰다 11킬로로 올리곤 하는데 그것도 왠지 벅차다는 느낌이 들어 10킬로 놓고 달리기 시작.
어라 이거 느낌 괜찮은데?
천천히 달리기 때문이었는지 아님 연달아 오일을 잘 잤기 때문인지 근육운동을 마친 후인데도 피곤하기는 커녕 몸무게가 늘기까지 했는데도 몸이 엄청 가벼운 느낌인거다.
삼킬로 정도 뛰고선 속도를 올려 삼킬로 더 뛰고 말까 잠시 갈등을 했으나 갑자기 섬광처럼 드는 생각.
포도주 열네병을 일주일간 쉬지않고 마셔대는 지구력이 있는 내가 이 상태에서 십킬로 뛸 지구력이 없겠냐? ㅎㅎ
그래 달리고 또 달렸다. 8.5킬로 뛰고도 힘들 다는 생각이 전혀 안들길래 10.5킬로로 올려 일킬로 정도 뛰고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다시 10킬로 속도로 돌아와 총 십킬로를 가볍게 끝냈다.
기록은 59분 45초니까 내 신기록하고는 거리가 있다만 지금 그거 따질 때가 아니지. 한시간 달린 후 맥박수 161이니 아주 양호하고 이분삼십초 후에는 132. 이것도 상태 아주 좋은거다.
온 몸이 땀인데다 기분은 날아갈 거 같아 샤워하러 가기 전 카페에서 맥주 한 잔 마시는데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시원함과 온 세포에서 땀이 증발하는 그 짜릿한 기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하루키가 그랬던가 맥주를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도대체 십킬로를 달려본 게 얼마만이더냐. 사실 오늘 같은 기분이면 십킬로가 아니라 십오킬로도 가볍게 뛸 수 있을 거 같았다만..
술담배를 끊을 수는 없으니 그래 나는 앞으로 꾸준히 달리기라도 해야겠다.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최소한의 마지노선.
내년에 함께 도쿄마라톤에 참가하자고 신랑이 꼬시지만 자기야 이제 시속 12킬로로는 십킬로도 문제없이 뛰는데다 11킬로로는 이십킬로도 뛰니 함께 달린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정확히 십년 후 내가 만으로 오십이 될 때 마라톤 완주가 내 목표다.
아 어쨌든 오늘 기분 엄청 좋고 갑자기 드럽게 아름다운 인생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게 내가 나란 인간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ㅎㅎ
오늘은 포도주 한 병 비울 자격있슴..^^
2007.04.26. Tokyo에서..사야
그리고 따끈따근한 사진
크리스마스에 가서 고르고 왔는데도 아직 완성이 안되었다기에 묘비는 아직 없다만 봄을 맞아 새로 단장된 아버님의 묘.
날이면 날마다 저기 가셔서 초를 밝히고 저 꽃관리를 하시는 게 어머님의 중요한 일과다..^^
그리고 저 구석에 잠시 출현한..
그 사이 부쩍 커버린 귀여운 조카놈.
방에 뭘 가지러 들어갔는 지 까먹으신 울 어머님 너무 속상하셔서 아 나는 이제 아무데도 쓸모가 없구나. 하셨더니만 저 놈이 할머니 아직 쓸모있으니 걱정말라고 하더라고 울어머니 전화에 무지 감동 ..^^;;;
거의 혼잣말수준이었는데 옆에서 듣고는 너무 쿨한 표정으로 말하더라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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