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달이나 첫 날은 내게 희망이지만 특히 오월은 기분이 좋다.
오월의 여왕이었던 적도 없고 오월의 신부도 아니었건만
왠지 화려하고 화사하고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그런 달이 내겐 오월이다.
(아니 사실은 내가 오월에 태어났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생일은 유월이지만 나는 실제로 오월에 태어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제대로된 생일을 안 찾냐면 낳은 정보다 기른 정에 올인하기로 했다..ㅎㅎ)
다행히도 어제까지 쉬었기에 이 오월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맞았고 또 모레부터 나흘 간 쉬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백수인 주제에 휴일이 왜이렇게 좋은 건지.
참 사람 마음이란게 우스운게 아무리 백수라도 평일엔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만 휴일엔 그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의 심정으로 맘이 아주 편하다.
휴일이래잖아..ㅎㅎㅎ
그저 티비를 켜놓고 있어도 쓸데없는 인터넷기사를 클릭해도 다려야할 셔츠가 거실분위기를 망치며 걸려있어도 그저 휴일이니까란 생각.
일요일에는 몸이 찌뿌둥해서 운동도 안가고 하루종일 잠옷차림으로 있다가 그 차림으로 다시 잤다..^^;;;
'이런 내 마누라는 아직도 잠옷차림'이라고 신랑이 놀려도 '자기야 나는 이렇게 잠옷차림으로 돌아댕기고 요리도 하고 뒹구는게 진짜 휴일같고 그저 행복한걸.'
마누라가 행복하다고 하는 게 쥐약인 남자란 걸 아니까 역시 나는 여우다..ㅎㅎ
요즘 내 인생은 고비다.
니 인생이 언제 고비아니었던 적이 있었냐고 웃는다면 나 역시도 할 말은 없다만 매 고비마다 성격은 참 다르단 생각.
나란 애의 성향이 그렇듯이 고비마다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모든 가능성을 훓어보고 분석해보고..
삶에 기대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렇게 고비니 어쩌니 고민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삶을 포기할 수는 없나보다.
과연 보다 바람직한 길로의 결정이 가능한건지.
요즘은 신랑도 고비다. (아니 내가 고비니까 신랑도 고비라고 우긴다..ㅎㅎ)
또 회사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도 생겼다. 우리야 작년비교 성과급도 더 받았고 연봉도 올랐으니 그리 심각한 건 아니다만 신랑은 작년에 룩셈부르크로 가지않고 여기 연장한 걸 해가 바뀌었는데도 후회하고 있는 상태.
인터넷전화를 가입하곤 주말에 독일있는 친구들과 통화를 두 시간이나 한 신랑. 나야 잠깐 인사만 하고 나왔는데(단체 통화 이거 정말 재밌더라..ㅎㅎ) 닫힌 문사이로 끊임없이 들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내색은 안해도 저 남자도 외롭구나 싶어 짠했다.
도대체 그러면서 왜 독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_-
그 중 한 친구가 그 작년에 왔던 물고기기생충 전문가인데 이 왠수 결국 9월 25일에 왔다가 10월 11일에 간다고 날짜를 적어놓으라나. 작년 여기서 발견(?)한 연구물이 너무나 성공적이어서 지금 하와이 왔다갔다하고 신났다.
미리 말했던 삼주가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다만 아 그래도 정말 이 친구는 열받는다.
친구욕해봤자 유유상종이라고 내 얼굴에 침뱉기다만 크리스마스때도 자기가 지은 그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세 권이나 주며 미리 좀 갖다놔 달라는거다. 너희는 비지니스석타고 가니까 상관없지않냐면서.
아니 우리는 독일가면 들고 올게 없댜나? 자기가 우리에게 선물한 그 책 한권도 못 가져와서 여태 시댁에 두고 있는 상황이고 (가져와봤자 며느리도 모르는 이유이긴 해도) 여기랑 비교 포도주 값이 그렇게 싼데도 포도주 한 병을 못 사온다고!!!!
그래도 착한 아니 멍청한 우리부부는 두 권 간신히 챙겨왔는데 같은 책 두권도 웃겼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지가 발행까지 한 책이다보니 똑같은 책이 무게까지 달라서는 혹 책장사이에 마약이라도 숨겨온 줄 아는 공항 검색대에서 캡 고생했다..-_-
물론 이러니 저러니해도 신랑의 35년이나 된 친구인데 착하게 마음먹고 잘해줘야겠단 생각. 제발 마누라만 데려오지 말아라.
그래도 멋쟁이인 걔네 엄마는 만났더니 대놓고 말은 못하시고 돌려서 당신손녀딸을 인색하고 쪼잔하다고 나한테 흉보시더니 누구 닮았겠니? 내 아들이지 하시더라..ㅎㅎㅎ
어쨌든 친구 올 날짜가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어떻게 시어머니를 꼬시느냐의 문제.
벚꽃피는 봄에 다녀가셨으면 어머님도 좋으시고 우리도 편했으련만 돈없다고 고집을 피우셨으니..ㅜㅜ
신랑말대로 돈이 없다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설사 없다고해도 좀 아들내미가 비행기값 내주면 안되는 건가? 울 엄마처럼 자식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타낼려고 하는 것도 피곤하지만 시어머니처럼 한푼도 피해 안 줄려고 하는 것도 진짜 피곤하다.
도쿄에는 가을에 오시고 싶다면서도 이번엔 또 친구가 왔다가는데 당신이 연달아 오시면 내가 힘들다고 난색을 표명하신다.
그래 어머니가 손님이냐고 이러면 내가 어떻게 시댁에 가서 편하게 묵겠냐고 협박을 하는 중인데 정말 깨는(!) 시어머니다.
예전처럼 우리가 죽고 못사는 사이도 아니고 정 그러시면 관두라고 하고 싶지만 노인들일이야 장담하기 힘든데다 얼마나 오고 싶어하시는 지를 알기에 또 내가 어머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삼고초려도 불사해야한다.
오신다고해도 생활비까지 내어놓으시고 온갖 배려를 하시며 난리를 치실 건 안봐도 비디오다만..
얘기했잖냐 홍콩에서도 내가 그렇게 팔짝뛰면서 제발 그 돈으로 어머님 진주목걸이라도 좋은 걸로 사드리라니까 울 아버님 결국 우리 통장에 넣으셨다..-_-
(아 이런다고 내가 착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냥 우리는 잘먹고 잘사는데 자식들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신다고 하도 알뜰하게 사시니 속이 터져서 그러는 거다...ㅜㅜ)
어쨌든 올해의 프로젝트는 가을에 어머님 도쿄모시기다..ㅎㅎㅎ 오시면 상황봐서 잠깐 한국에 모시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참 울 시어머니 내가 신랑친구때문에 너무 열을 받아하니까 그 친구가 오는 기간에 그럼 당신이 오시겠다고 하셔서 너무 웃었다.( 시어머니나 나나 날고 기어봤자 거기서 거기인 인간들인지라 그게 가능하면 우리가 이렇게 안산다..ㅎㅎㅎ)
늘 배려만 하고 살아오신 울 시어머니는 그래서 어떤 면으론 인생을 잘못 사시기도 했다. 남을 배려하는 건 물론 좋은 거지만 내가 고통받아 가면서까지 배려를 하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게 특히나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소중한 사람일 때는 말이다.
아 안그래도 길어진 수다가 이럼 더 길어지니 이 문제는 여기서 각설하고..
골든 위크라고 어디 갈 생각도 없으니 나흘간 해먹을 식단이나 짜봐야겠다. 그래봤자 점심 한끼니까 네 번이긴 하지만 혹 이 왠수땡이 신랑이 저녁도 먹겠다고 할 지도 모르니 간단한 메뉴라도 준비해 놔야겠고 말이다.(저녁 안 먹는다고 뭐 사놓지 말래놓고는 괜시리 냉장고 뒤적거리고 있는 거 보면 머리에서 김난다.-_-)
개판치고 살아도 그나마 신랑 입에 맞는 음식은 기가막히게 해내니 그거 하난 정말 불행중 다행이다. 하긴 대단한 요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십년도 넘게 산 남자 뭘 잘 먹는지 모르고 입맛 하나 못 맞추면 사람도 아니다만.(이럼 난 사람도 아니네 하는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ㅎㅎ)
어쨌든 오월
믿자 다 잘 될거라고
신을 믿지 못하겠다면 나라도 믿자.
물론 그럴려면 그만 수다떨고 책이라도 읽어야할텐데
요즘은 나답지 않게 읽다만 책들이 쌓여가고 머리 속은 중구난방 책장을 바라보는 것도 스트레스인 날들이다
도대체 언제쯤 이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게 될른지...
2007.05.01. Tokyo에서..사야
누가 부른지는 모르겠지만 오월이 오면 늘 듣고 싶은 곡. 그리고 들으면 기분이 좋은 곡 슈만의 '아름다운 오월에' 올린다.
Fritz Wunderlich의 곡을 훔쳐오고 싶지만 참는다..ㅎㅎㅎ
그리고 요즘은 사진기가 어디 박혀있는 지도 모를 지경이다만 지난 금요일 시장가다 다행히 똑딱이 카메라가 들어있어 담아봤다. 프린스 파크 호텔주변이다.
요즘 도쿄는 철쭉천지다.
사진기들고 나가보면 좋으련만 그 열정도 부족이다. 몸무게가 또 늘었는데 그것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다.
정말 이년동안 죽어라 헬스해서 딱 2킬로그램 준 여자는 나밖에 없을거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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