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 . 근데 왜그렇게 급하게 전화를 받는데?
아 오늘 음악회를 갈려고 해서 신랑이 어디서 만나냐고 전화한 줄 알았어
아 그럼 바쁘구나 그냥 끊을게
아니 그렇게 시간이 급한거 아니야. 통화해도 괜찮아.
너 잘 지내니?
아니 잘 못지내 요즘 또 불안하고 잠도 잘 못자고 그러네.
어쨌든 안그래도 주말에 전화하려고 했어. 나 월요일에 한국가거든.
좋겠다.
응 얘기했잖아 조카가 군대간다고 그래 나가는 건데 이번엔 획기적인 일도 하지. 집에서 안 잘거야. 너나 나나 혹은 00이나 웃기는 인간이서가 아니라 함께 오래 있다보니 자꾸 짜증이 나는 것처럼 엄마랑도 그러잖아 그래서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볼려고
정말이야?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런데 네 엄마는 뭐라시는데?
내 엄마가 뭐라겠어? 니가 알다시피 이런 상황을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겠어?. 그래 대충 일이 있어 왔고 편의상 시내에서 묵는 다는 식으로 해결할려고.
아 네 엄마랑 그런 이야기를 솔직히 할 수 없다는 건 유감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뭐 늘 그랬잖아. 그냥 이젠 받아들이고 싶어. 자꾸 머리만 깨지니까. 나름 방법을 찾아보는 거지
그래, 그래도 다른 식구들이 이해해준다는 건만으로도 대단한거 아니니?
뭐 다른 식구들이라고 다 편히 이해했겠어? 처음이다보니 심지어 왕이성을 자랑하는 울 큰 언니까지도 네가 한국에 오는데 집이 아닌 곳에서 잔다니 이상하다고 하더라구.그래도 뭐 알다시피 우리 식구들이 다 엄청 이성적이니까 이럴때 도움이 많이 되지 어쨌든 다른 식구들에겐 정말 고맙지
다행이다.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해결책이야. 그럼 네 마음도 편할테니까 나도 기뻐. 근데 한국에 가는 김에 네가 전에 다녔다는 의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안좋아서 어쩌니?
그게 벌써 몇 년전인데 어디 가서 뭘 하겠어. 그리고 그렇게 나쁜거 아니니 넘 걱정은 말아 이런 저런 일이 많아 이러는 거니까 뭐 이러다가 괜찮아지겠지. 근데 무슨 일 있어?
아 뭐 별일은 없어. 그냥 다 떠나고 나 혼자이기도 하고 너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하고. 이제 나혼자라는 걸 자꾸 느끼고 잘해나갈려고 애쓰는 중이야.
그렇구나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힘들어도 혼자 지내는 걸 배워가야하는건 물론 맞지만 그리고 그건 쉽지 않겠지만 마침 날씨가 그지같은 때라서 좀 걱정이네
말도 마라 어젠 하루종일 어둡고 비가 내리는데 정말 그런 날씨가 없더라구
아이고 그걸 지금 내게 하는 이야기야? 우리갔을땐 열흘내내 해도 안 났잖아. 근데 그러니 다시 물어봐야겠네 벚꽃필때 일본에 올거야?
아니 아무래도 그때는 못가겠어 나도 여기서 나혼자 임을 연습할 필요도 있고 말이야 자꾸 마틴을 생각하게 되네.가면 아마 가을쯤 갈까?
편한데로 해, 그건 우리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어쨌든 잠도 잘 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00이가 그러는데 나이들면 어차피 여섯시간 이상씩 안잔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웃었지.
하하 그 말은 맞네 심지어 내 나이 여자들도 나이가 드니까 잠이 적어진단 이야기들을 해서 내가 놀래고 있는 중이니까. 뭐 어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지.
아 참 너 바쁘다며? 전화 끊을게 한국 잘 다녀와라
주말에 있을 거니까 그 전에 통화 한 번 또 하지 뭐. 그리고 요즘 내가 전화하라는 거 아니야. **이가 알아서 전화하는 거야
믿을 수가 없어 정말이야? 네가 시키는 게 아니라니 믿을 순 없지만 기분 무지 좋아.
내가 정말 아닌거 이야기하는 거 봤어? 그러게 나도 놀랬지만 마틴 아플때부터 알아서 챙기더라구 그러니 주말에 또 통화해
그래 어쨌든 한국 잘 다녀오고 좋은 시간 보내라. 너희 음악회도 가고 좋은 시간 보낸다니 참 좋고 말이야
그래 울 신랑 일만하고 컴퓨터만 하고 그런거 아니니 넘 걱정하지마. 요즘은 일도 바쁘지만 다음달 말에 일주일 혼자 발리에도 갈거야
왜 또 혼자가는데? 넌 같이 가고 싶지 않은 거야?
나를 데려가고 싶지 않다는데?
뭐라고?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하하 뭘 이해할 수가 없어. 이야기했잖아 우리 일년에 한번씩 각자 여행하기로 했다고. 그리고 우리같이 둘만 사는 사람들도 늘 각자 영역이 중요해. 내 생각을 안할지까진 모르겠지만 마누라도 없이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럼 작년 그 호텔에 묵는거니?
하하 니가 더 관심이 많네 언제 갈거냐고만 물어보고 그것까진 난 안 물어봤어 나중에 물어보지 뭐.
그래 어쨌든 바쁘다는데 그만 끊자 한국다녀오면 전화해.
이야기했잖아 주말에 또 통화하게 될거라고
그래 그럼 오늘 음악회가서 좋은 시간 보내
오케이 좋은 하루!
20070112
여러 의미로 기억하고 싶은 통화.
이 언어가 아니었으니까
어감도 의미도 백프로 같진 않다만
어떤 의미로든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기억하고 싶은 전화내용이라 여기 남긴다.
그녀가 혹은 내가 어떤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노력하기
내가 한국에 가서 다른 곳에 묵는 것만큼
내가 고민해야할 화두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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