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너무 멋진 내 남자..ㅎㅎ

史野 2006. 12. 4. 23:02

요즘 내가 계속 팔불출 모드다만 나도 나를 어쩔수가 없다..ㅎㅎ

 

지난 주에 썼듯이 시댁식구들이랑 전화통화를 하곤 너무 짜증스러워 신랑에게 마구 화를 낸 후(엄밀히 말하면 술주정..-_-) 잠이 들었더랬다.

 

다음 날 아침 평소처럼 신랑은 샤워를 하고 나는 샤워소리에 깨서 아침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맞다 어제 내가 화를 마구냈는데 뭐땜에 냈더라하는 생각이..ㅜㅜ

 

그래 바깥에서 신랑소리가 나는데 나가기도 민망하고 자꾸 생각을 해보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나고 다시 부아가 치밀더라는 것..

 

그래 내가 안 나오니 문까지 열고 인사를 하는 신랑을 캡 무시하고 아침 쟁반(난 늘 아침쟁반을 티비앞으로 배달한다)을 가져 앞에 놔 주고 방으로 들어와 문까지 쾅닫아 버렸다.

 

평소같으면 그래도 굳이 문열고 어쩌고 했을 신랑도 그냥 출근해버리고.^^;;

 

금요일이라 가야할 곳도 있었는데 그냥 운동만 하고 와서 제끼고, 아니 사실은 한국에 갈려고 비행기표를 사러가야 했는데 여러가지 복잡해서 고민만 앉아 하다 하루 해 다 날렸다.

 

그러다 혹시 이 남자가 포도주라도 사들고 들어오나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바랄걸 바래야지 참 끝까지 이 희망을 못버리는 나란 인간)

 

할로 하며 당연히(!) 빈손으로 나타난 신랑에게 (내가 지금 노트북을 두드리는 자리는 딱 현관에서 마주보인다) 인사를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그래봤자 나만 손해고 포도주는 마시고 싶고 어차피 운동복을 갈아 입지도 않은 상태니 어떻게해서든 포도주를 사러보내야겠다 결심을 하고 일어섰다.

 

아니 포도주도 안 사왔어? (누가보면 맨날 사오는 줄 알겠다..ㅎㅎ) 날센 소리로 물었더니 이 남자 '포도주 사러갈께' (헉! 아 시댁식구들이 속을 썪이니 이런 장점이 있구나. 집에 왔다가 나가는 건 더 싫어하는 남자인데..-_- 역시 인생은 새옹지마다..ㅎㅎ)

 

중요한건!

 

'내가 포도주 사오면 마시고 제발 나를 야단치지만 마라.'

 

하.하.하

 

그 말이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꼭 포도주를 사오겠다고 해서는 아니지만 '그래 맞다 자기에겐 불공평했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하고 백기를 들었다.

 

여기서 신랑이 쓴 야단치지 말라는 독일어는 schimpfen 인데 굳이 번역을 하자면 야단치다 혼내다 뭐 이런 뜻이지만 어근에 단어라는 말을 붙여 Schimpfwort하면 욕이 되는 말

 

그러니까 결국 술먹고 자기에게 주정하지 말라는 이야기...U.U

 

어쨌든 코트는 벗어놓고 나간다고 옷을 벗는 이 남자.(결국 이 말을 할려고 서론이 이렇게 긴건데..ㅎㅎ)

 

 

사진은 막 나가려는 남자 잡아채 찍었건만 내 실력이 이렇게 까지 후지진 않는데도 불구하고  뒷 그림자도 그렇고 정말 백만분의 일도 못나왔다만

 

너무 멋있더라는 것!!!

 

저 검은 진바지에 검은 셔츠 그리고 약간 남청색이 섞인 체크마의.

 

위에 얘기했듯이 나갈 때 못봤기에 저런 괜찮은 차림을 하고 간줄 몰랐다. (요즘 금요일엔 가끔 세미정장스타일로 출근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내 남자가 언제 저렇게 컸단 말인가하는 뿌듯함까지..ㅎㅎ

 

여기엔 또 구구절절 슬픈 이야기가 있는데 신랑이랑 결혼해서 어떻게 스타일변신을 시키고 싶었던 나. 옷도 별로 없지만 돈도 없고 이 남자의 옷을 대주는(?) 사람은 시어머니였던 것.

 

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라고 셔츠나 쉐타사주시고 그러는 것 있지 않은가. 후진걸 사주시는 것도 아니고 좋은 제품을 사주시니 안 입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스타일대로 또 사주기엔 우리 경제가 그리 넉넉한 것도 아니고.

쉽게 말해 누가 사주면 고마와하고 입어야할 상황이었다는 것.

 

어쨌든 그렇게 무난한 스타일에 길들여진 이 남자는 내가 좀 획기적인 옷을 입으라고 아무리 부탁을 해도 안 입고 안 고르고..ㅜㅜ

 

자기야 이렇게 입으면 참 멋지겠다 이야기해도 그저 무난하게..그때 얘기했지않냐 '내가 목걸이 사줄까' 했더니 '왜 귀걸이도 하라 그러지?' 하며 거의 몸서리를 치더라는 것.

 

그러다 우리가 나와사니 시부모님이 선물을 돈으로 주시고 시작하고( 나는 승질이 드러워서 애초에 돈으로 바꼈다만..ㅎㅎ) 나도 차츰 신랑옷을 살때 입김을 낼 정도의 짠밥이 늘어가기 시작했는데..

 

전통을 고수하시는 저 남자에게 검은 셔츠를 입히거나 하는 건 참 쉽지 않았다는 것.

 

나야 누가 내게 강요하는 걸 싫어하니까 신랑에게도 절대 강요는 안하지만 가끔은 답답했던 것도 사실. 그래 내가 쓰는 전략이라면 잘 입었을때 무지 칭찬을 하는 것과 가끔 외모도(분위기나 취향)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

 

오늘날의 결과가 내가 안말해줘도 저렇게 입고 나갔다니 어찌 감동이고 멋있지 않을 수 있겠냐고??

 

정말 욘사마나 이병헌보다 더 멋있다!!!!(말리지 마라..ㅎㅎ)

 

나는 내 남자가 참 멋있다 이런 생각을 잘 못해봤더랬는데 남자라고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자꾸 멋있어지는 거 같다.

 

아니 내 남자마저(허걱..ㅎㅎ) 저렇게 멋있어 지는데 젊은 여자들이 나이든 남자를 좋아하는 게 이해가 갈 정도다.

 

지금 내가 일킬로만 더 빼면 내가 신랑에게 얘기했다는 그 남자를 사귀다는 몸무게가 되는데 이거 딴 남자를 사귈려거나 바라볼때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내 남자에게나 잘 보여야겠다.

 

내가 지금 한가하게 딴 남자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는거다..ㅎㅎ

 

어쨌든 이 웃기는 남자는 사온 포도주를 마시며 내가 흥분해서는 자기는 이제 터틀넥을 입으면 되겠고 어쩌겠고 그랬더니만 자기를 욘사마를 만들 생각이냐고..하.하.하

 

거기다 웃겼던건 내가 하루에 세 번은 욘사마타령을 한다는 거다. 아니 나는 배용준을 안좋아하는데 무슨 욘사마타령이냐고.

 

그러니까 내가 요즘 관심이 있는 건 배용준자체가 아니라 그때 외출을 보고 올린 글에도 썼지만 나이든 여자들이 배용준을 좋아하는 그 배경이나 심리. 스무살도 아니고 하루종일 기다려 몇십초를 보고 행복해하는 그 심리다보니 신랑에게 이야기를 했던 건데 이런 오해를 받을 줄이야..^^;;

 

어제도 티비에서 이병헌 스페셜을 삼십분 정도 보여줬는데 세상에나 올 오월인가 했다는 팬미팅이 도쿄돔에서 열렸더라는 것. 야구장 바닥까지 놓은 의자들이 다 찼던데 무슨 콘서트도 아니고 말이다. 내 일본어 실력상 다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그런건 마돈나 정도고 한류스타중에서도 처음이고 또 다른 남자는 이병헌은 그저 지나는 붐이 아니라 오래 남을 스타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분석을 들으며 아니 그 꽉 메운 아주머니들을 보며 또 생각이 많았더랬다

 

면면을 살펴보면 무식하거나 불행한 사람들이거나 그런 것도 아닌데 도대체 그 젊은 남자들에게 올인을 하는 그 심리는 뭔가하는 궁금증말이다.

 

누군가에게 올인을 하게되는 건 그게 특히나 상대가 나를 인지할 수 없는 대상, 말하자면 짝사랑일경우, 인생에서 부족한 뭔가를 채우려는 갈망일텐데 육십이 되어도 그런 갈망을 갖게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내가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인간에게 관심이 많고 또 인간의 늙어가는 형태에도 관심이 많다보니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하자면 그런 사람들의 의미를 이해한다는게 내 늙어가는 미래를 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랄까.

 

 

어쨌든 뭐 배용준보단 이병헌연기가 마음에 들고 이병헌이랑 사귀거나 굳이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혹 이병헌이라면 술이라도 한 잔 같이 마실 용의가 있다만(이병헌이 나랑 술마신다냐? ㅎㅎ) 둘 다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고 내겐 내 남자가 제일 멋지다는 것..^^

(나한테 돌 던지지마라. 나도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2006.12.04. Tokyo에서.. 사야

 

 

 

 

 

 

뭐 이런 저런 의미로 내 발버둥치는(?) 따끈따근한, 열개 넘게 찍어 간신히 건진 사진 한 장도..ㅎㅎ

 

 

 

 

 

 

2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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