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흔들거린 날

史野 2006. 11. 26. 14:43

 

 

요즘은 다시 술을 많이 마신다. 뭐가 나를 또 흔드는 걸까. 아니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만 연말이 다가와서인가 아님 독일갈 일이 부담스러워서인가 이래 저래 생각이 많은 날들

 

단 한 번도 내가 욕심이 많은 인간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어쩌면 나는 욕심이 너무 많은 여자인지도 모르겠다.

 

대충에 만족하지 못해 완벽하고 싶어 발버둥을 치니 힘들밖에.. 아니 삶에 너무 집착하는 건지도.

 

어제는 낮술을 왕창 마시곤 날씬해지는 마누라에게 감탄하는 신랑에게 탄력받아 연애시절 사진첩을 들추며 추억속을 헤맸더랬다.

 

사진속의 나는 젊고 이쁘고 멋스럽다. 그때도 난 힘들었더랬는데 무엇이 저렇게 생기발랄해 보이게 하는 걸까 단지 젊음이 이유일까.

 

우리의 첫 대청봉등반사진을 보다 너무 말랐다고 이렇게까지 살 뺄 생각은 말라고 신랑이 혀를 찬다. 그렇구나 나도 너무 말랐다는 소리를 듣던 적도 있었구나.

 

그래봤자 48킬로 정도였는데 갑자기 요즘 여자들을 직접 만져봤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세상이 미쳐가는 건지 아님 내가 적응을 못하는 건지.

 

 

 

취기가 돈 상태로 스모경기를 보다 이런 사진은 남겨줘야한다고 주책을 떨었다. 열네 번을 한번도 지지 않은 아사쇼류의 우승이 확정되었고 여기 와서 사는 삼년 내내 스모계를 주름잡고 있는 몽골인인 그가 생각할 수록 대단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갑자기 초밥을 먹으러 가자는 신랑의 말에 또 부랴부랴 초밥집으로 직행. 너무 오랫만이라 점장님이 너무 반가와 하는 모습에 쑥쓰러워 슬며시 웃었다.

 

술이 아직 깨지도 않았는데 또 술을 마시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얼굴을 보니 오랫만에 지대로 취했구나.

 

내 끝도 없는 수다에 지칠만도 하련만 참을성있게 들어주는 신랑을 끌고 또 바로..

 

술이 술을 먹는다고 했던가.

 

영국악센트가 강한 남자에게 신랑은 기네스를 나는 칼스버그를 시키니 술기운때문일까 더블린이 미치도록 그립다.

 

기네스는 안마시고 칼스버그만 마신다고 구박하던 제리도 그립고 무엇보다 리즈가 그립고 더블린 술집은 내마누라가 다 먹여살린다는 소리를 들으며 술집을 함께 헤매다니던 술친구들도 그립고..

 

이 곳 도쿄에서의 삼년과 달리 나는 그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었던가.

 

어쩌면 내 삶이 힘든 건 보고 싶은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을 못보고 살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단 생각.

 

우연히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너를 다시 만날' 일도 없고

 

나를 그렇게까지 살이 내리게 했던 너는 잘 살고 있는거니? 지금도 난 너를 만나면 가슴이 뛸까.

 

아직 마흔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추억해야할 일이 많은 인생이라니..

 

아 그러고보니 이 그리움들은 이 곳에 불기 시작한 찬 가을바람탓인가보다.

 

내가 요즘 흔들거리는 이유는..

 

 

 

 

 

2006.11.26.Tokyo에서 사야

 

 

19835

 

 

 

 

 

 

'먼지 묻은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멋진 내 남자..ㅎㅎ  (0) 2006.12.04
명절증후군  (0) 2006.12.01
어느 한 마디가 주는 위로  (0) 2006.11.25
곱게 늙어가기 프로젝트  (0) 2006.11.24
젊은 남자의 선물..ㅎㅎ  (0) 200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