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곱게 늙어가기 프로젝트

史野 2006. 11. 24. 16:58

내가 요즘 과거를 헤매느라 아님 신랑 비서노릇을 하느라만 바쁜게 아니다. 나름 곱게 늙어가기 위한 미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넌 허구헌날 프로젝트냐란 분도 계시겠지만..^^;;

 

뭐 미래계획이라고 해서 남들처럼 언제 집을 사야하는지 아이교육은 어떻게 시켜야하는지 노후대책이라던지 그런 생산적인 일이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저 나답게 어떻해 해야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가.

 

뜬구름같은 궁금증에서 해소되는 방법도 행복해지는 길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빼도 박도 못하는 만으로도 곧 사십대가 되는 이 시점에서 곱게 늙어가야겠다는 그러려면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 

 

 

1.뱃살빼기 프로젝트.

 

지난 번에 썼지만 트레이너가 마구 칭찬을 해댈 정도로 운동 일년육개월만에 많이 발전을 한 건 맞다만 내 취약점은 배. 다른 운동은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잘한다는데 안그래도 여자들이 약한 배가 나는 다른 여자들보다더 약하다니 어찌 충격적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 내가 지금 다이어트를 해가며 무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하다보면 언젠가 왕자도 생기고 하겠지만 그렇게 기다리다 혹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니까 독한 맘먹고 집중공격을 하기로 했다.

 

시한은 한달. 12월 18일에 독일에 가니까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11월 18일에 시작을 했다. 지금 목표는 뱃살주위에서만 이킬로를 빼는 거다. 뱃살을 떼어 재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느냐고? 아 그거야 대충 만져보니 배둘레햄이 대충 세 근은 되는 거 같아 그 걸 없애겠다는 이야기다..ㅎㅎ

 

그러니까 생각나는데 지지난 번에 독일에 갔을 때 구개월만에 나를 본 울 시어머니 날씬해졌다고 마구 칭찬을 하시는거다.

 

그치? 내가 앞으로 사킬로만 더 빼면 완벽한 몸매가 될거라지..우하하 그러며 잘난척을 하는데 거기서 더 뺄데가 어디있다고 그러냐는 울 시어머니(아 울시어머님은 내가 지금보다 오킬로가 더 나가 괴로와할때도 보기만 좋은데 왜그러냐고 하신 분이다.그래놓고 막상 살이 빠지면 이뻐졌다고 그러시고..ㅜㅜ)

 

그래 내가 윗도리를 들어 배를 보여주면서 이 삐져나온 살이 안보이냐고했더니만 울 시어머니 마구마구 웃으시면서 하시는 말씀.

 

얘 바지치수가 얼마냐가 문제지. 작은 바지입고 배 안삐져나오는 사람이 어딨냐? 하시더라는 것.

 

나야 원래 충격을 잘 받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이야기에 엄청 충격먹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열이면 열 다 그렇게 보여주면 겉으론 몰랐는데 와  정말 뱃살이 장난이 아니구나 빼야겠다 라고 이야기할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과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내공은 그냥 맘먹는다고 될 게 아니라는 것. 삶을 사는 태도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더랬다.

 

문제는 그래도 내 뱃살은 그거와는 다른 문제라는 것. 최소한 내 옛날 바지가 입고 앉을 수 있을만큼은 맞아야하니 말이다.

 

여행이며 독일이며 어쩌고 저쩌고 요즘 운동을 예전만큼 못하고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먹고 운동을 하는데다 집에서도 복근운동을 시작했다.

 

안하면 모르지만 하면 또 하는 성격이니까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고 꾸준히 해볼 생각..^^

 

내가 하도 이를 악물고 시작하니 내 트레이너 마구 웃던데 그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뭔가 보일테니..ㅎㅎ

 

 

 

첫번 째 사진은 배에 힘주기 전. 두번 째 사진은 배에 힘주고..ㅎㅎ 프로젝트 시작하기전의 내 배 상태다

 

 

2. 멋쟁이로 돌아가기 프로젝트

 

믿거나 말거나지만 나도 한 때는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옷을 잘입느냐 혹은 어쩌면 그렇게 멋쟁이냐란 소리를 듣던 시절이..

 

멋이란 건 사실 내는게 아니라 흘러나오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가꾸는 것도 정한 이치.

 

시간도 돈도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고 제한된 인생에서 외모에 투자하는 게 과연 그렇게나 바람직한가 싶은 회의도 없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스러져가는 인생속에서 자신을 가꾸고 나름 인생의 멋이 흘러나오는 사람들은 보기 좋은 것도 사실.

 

몇년 간 거의 나돌아다니질 않아 옷도 거의 없는데다 충격적인건 감각마저도 상실된 상태라는 것.

 

겨울옷을 꺼내오고 여름옷을 정리하는 과정에 훓어보니 입을 만한 옷도 거의 없지만 코디할만한 아이템이 너무 적은데 이렇게 여태 지났구나 싶어 놀라왔다

 

그래 요즘은 인터넷에서 패션정보도 좀 찾아보고 옷장도 들여다보며 고민을 하는 중.

 

이거야말로 워낙 오랫동안 방치해놓은 상태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한숨만 나온다. 거기다 잃어버린 십년 속에서 마흔초반에 맞는 내 스타일을 잘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그래도 누가봐도 자신을 아끼는 어느 중년여자구나 하는 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바램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오랫만에 입어본 미니스커트(?) 저 다리가 독일에서 나가도 당신 다리가 너무 아름다와요 소리를 듣던 백만불짜리 다리다. 아니 '였'다..ㅜㅜ

 

 

3. 피부관리

 

인간은 늙고 그러다 죽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 절대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 아니 가끔은 받아들이기 너무 힘든 날들.

 

술담배를 이렇게나 하는 주제에 피부를 신경쓴다는 말이 우습긴 하다만 그래도 곱게 늙어가고 싶다는 욕망까지 없는 건 아니다.

 

그래 결국 지난 월요일 피부관리실에 난생 처음으로 갔다.

 

90분간이나 집중케어를 받았고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한동안 해 볼 생각.

 

성형수술을 받는다든지 주름살 제게수술을 받는 다는지 할 생각은 없지만 주름진 얼굴이라도 곱게 보이고 싶다.

 

평소에 듣는데로 헤비스모커신데 피부가 좋은 편이시라는 관리사의 말을 들으며 나오는 길. 길줄 알았던 90분이 의외로 짧았던데다 목이며 어깨까지 해주던 마사지는 어찌나 편안하던지.

 

 

나와 포도주까지 마시니 유한마담이 따로 없다는 생각.

 

역시나 돈이 참 좋구나..

 

이 돈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에서 해방될 수 있는데..

 

하는 복잡한 생각들..

 

 

 

“우리들이 살고 있는 별에는 모든 이들을 배부르게 할 만큼의 충분한 음식이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몇일 전인가 강금실기사를 읽다 그녀의 미니홈에 써있다는 이 글을 복사했다.

 

곱게 늙어가고 싶은 나는, 편안함이 자꾸 좋아지는 나는 저 말에 이젠 동의할 수가 없다

 

나같이 비양심적이거나 하지 않는 인간도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욕망하는데, 내가 지금 곱게 늙어가기 위해 투자하는, 혹은 투자하게 될 돈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게 잉여분을 투자할거다. 아니 앞으로도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혹 내가 부자가 되어 내 돈으로 비지니스클래스를 탈 여유가 생긴다면 난 기꺼이 비지니스클래스를 타지 결코 이코노미클래스를 타며 그 남은 돈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이야기하는 그녀나 나나 아름다운 스카프를, 내 행복을 포기하진 않을 거라는 것.(나는 강금실안티가 아니고 아름다운 그녀 삶을 즐기는 그녀를 좋아하기까지 한다)

 

결국 저 이야기는 맞다고 음식은 충분한데 나누어지지 않는거 아니냐란 이야기를 원론적으로 누군가가 한다면 그게 아니라고.. 욕망하는 수준이 다를 뿐이지 어떤 개인에게는, 음식이 부족한 걸 모르는 어떤 개인에게는, 몸매가 얼굴이 생을 포기할 만큼의 이유가, 욕망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모든 이들을 배부르게 할 만큼의 충분한 음식이 있다고 믿지 못한 다는 것. 나같은 인간도 이렇게 욕망하는데 더한 사람이 많은 것 재화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건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

 

곱게 늙어갈 프로젝트이야기를 하며 또 결론은 주름살생기는 일로 이야기가 흘렀다만.

 

 

자기 합리화건 어쨌건 나는 이렇게 세상과 화해 혹은 타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나는,

 

곱게 늙어가길 간절히 욕망한다는 것

 

남들이 보기에도 기분좋은 그런 중년여자가 되고 싶다는 것.

 

이게 지금 내겐

 

세상에서 굶어죽어가는 어떤 목숨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2006.11.24.Tokyo에서 사야

 

 

19779

 

 

 

 

 

'먼지 묻은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흔들거린 날  (0) 2006.11.26
어느 한 마디가 주는 위로  (0) 2006.11.25
젊은 남자의 선물..ㅎㅎ  (0) 2006.11.15
결혼기념일, 그 날에..ㅎㅎ  (0) 2006.11.08
결국  (0) 200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