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이주 반만에 어제 운동을 하러 갔다. 독일을 급하게 가느라 트레이너에겐 말을 못하고 갔기에 간단히 있었던 일을 나누고는 워밍업을 하는데 갑자기 이 남자 맞다 선물이 있어요 하고 뭔가 봉투에 든 걸 가져온다.
아니 독일을 다녀온 건 난데 무슨 선물이냐고? 이번에야 놀러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정말 이 오미야게(여행기념품)가 일반화된 나라에서 그렇게 돌아다녀도 트레이너에게 사탕하나 사다주는 법이 없는데..-_-
자기가 풀어 건네준 물건은 다름 아닌 요 것.
그렇다 근육운동할때 필요한 장갑이다. 요즘 내 실력(?)이 늘고 있어서 무게가 점점 올라가다보니 미끄럽기도 하고 손에 굳은 살도 배기는 것 같아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사야지 하다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더랬다.
싸이즈를 몰라서 그냥 대충 샀다는데 내 손에 꼭 맞아 착용감도 좋은데다 확실히 장갑을 끼고 하니 들기도 훨씬 편하다.
고맙다니 더 열심히 하라구요 그러며 씩 웃는 이 남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이 남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감동일 수 밖에..ㅎㅎ
정말 내 남자에게 보석을 선물받은 것만큼 기뻤다는 것(문제는 내 남자가 내게 보석을 선물해주는 일이 거의 없다는게 포인트다..^^;;)
나보다 딱 열 살이 어린 이 남자는 키도 크고 운동으로 균형잡힌 근사한 몸매며 성격이며 뭐 하나 마음에 안드는데가 없다.
좀 묵뚝뚝한 성격인데다 운동은 엄청 빡세게 시키는 스타일이기도 한 이 남자가 (내가 숙취에 괴로와해도 시킬건 끝까지 다 시키는 남자다..-_-) 요즘은 칭찬도 어찌나 자주 하는지 세상에나 날더러 너무 잘한다고 조금만 더 하면 트레이너가 되어도 되겠단 오바까지 해서 안그래도 나를 감동시키는데.
그러나..
오늘의 핵심은 이게 아니다..ㅎㅎ
어제 그래 기분이 왕 좋았긴 했지만 집안 일이 좀 줄어드나 싶어(뭘 한다고..ㅎㅎ) 좋았다 만 일도 있었고 해서 여기다 주절주절 쓸까하다 날도 너무 좋고 그렇게 어영부영 있다간 또 못나갈 거 같아 잽싸게 준비하고 나갈려는 찰나 울린 전화.
신랑이다. 혹 또 열쇠를 까먹고 갔냐니까(그때말고 또 한 번 열쇠를 갖다 준 적이 있다..ㅜㅜ) 아니었는데 어쨌든 일부러 자랑하러 회사까지 전화야 안했겠지만 이왕 전화가 왔으니 장갑을 선물받았다고 마구 마구 자랑을 했다. 아 물론 울 신랑도 내가 트레이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안다..ㅎㅎ
그런데..
9시가 다 되어 퇴근을 해 온 이 남자의 손에 들려있는 포도주!!!!!
아니 신랑이가 약을 먹었나 시켜도 잘 안할 사람이 시키지도 않고 포도주라도 가끔 사들고 들어오면 안되냐고 아무리 구박을 해도 그 다음 날 절대 사들고 들어오는 일이라곤 없는 이 남자가(이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알거다..ㅜㅜ) 그 것도 직장에서 한참을 걸어가야하는 비싼 가게에 가서 두 병이나 사들고 나타나다니.
이건 젊은 남자가 준 선물의 위력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는 것.
운동시작하기 전에 했던 옛 몸매를 되찾으면 남자를 사귀겠다고 한 내 폭탄선언을 어제 전화끊고 생각해내고 잘 보여야겠단 위기의식을 느꼈음이 분명하다..ㅎㅎ
아 물론 그 이유가 백프로는 아닐거고 내가 요즘 하도 시댁문제로 열을 받고 있는데다 그게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나 정당한지라 마누라를 위로할려는 점도 조금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포도주를 사들고 오는 사람이 아니다.
거기다 선물이라는데도 돈을 줬다는 둥 니가 맨날 비싼 돈을 갖다 바치니까(이건 유감스럽게도 맞는 말이다. 내 트레이너가 훨씬 더 비싸서 내 거 두 번이면 신랑은 세 번을 받을 수 있다..-_-) 그런 선물을 주는 거 아니냐며 투덜투덜하는 귀여움까지..^^
어쨌든 젊고 탱탱한 남자에게 받은 선물도 좋고 그걸로 인해 따라오는 포도주는 감동이라 평소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지.
가끔 인생은 아름답다..하.하.하
2006.11.15 Tokyo에서 사야
사진은 천일홍차다 처음 마셔보았는데 차맛이 좋은진 잘 모르겠지만 너무 이쁘다.
손잡이 달린 유리잔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마시는 내내 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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