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랑하고 또 싸웠다. 예전이야 싸움이 인생이었지만 이젠 일년에 한 두번 싸울까 말까 한 정도인 우리 부부가 도대체 한달동안 시댁문제로 몇 번을 싸우는 건지. ㅜㅜ
물론 신랑입장에서야 싸운게 아니라 마누라가 또 술먹고 주정한 거다만..^^;;
어쨌든 시댁때문에 이혼하고 싶다는 여자들이나 추석끝나고 이혼이 는다는 심정이 절절히 이해가 간다..ㅎㅎ
어제 이 남자 내 한탄을 듣다가 무책임하게 너는 어떤 경우에도 잘 해낼거라는, 내 마누라는 원더우먼이란 지론을 들고 나오니 더 열받았다.
내가 이래서 옛날에 내 남자랑 이혼하겠다고 생난리를 쳤던 건데 아직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언제 저 내 남자의 왕 황당 원더우먼론에 대해 풀어야겠다..ㅎㅎ
정말 한달동안 머리깨며 고민하고 철저히 자기반성까지 해가며 상황을 분석하고 또 분석하고 나름 마음을 잘 다잡아 먹었다.
아시다시피 나야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 덧붙여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란 생활철학으로 사는 사람이다보니 독일에 가면 좋은 점들만 열나게 생각하고 뭔가 즐거울 계획도 세우고 가기 싫어가 아니라 아 독일에 가면 좋겠다란 기대감이 생기기까지 하는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
아니 어제까지는 그랬다.
그런데 어제 울 신랑 대자선물도 마음에 드는 걸로 샀고 예전 스타일의 옷도 사서 기분좋게 외출에서 돌아온 내게 전화를 하신 시어머님말씀에 18일에 우리를 데리러 시.누.이.가 공항에 나온다는 거다.
아니 우리 오기전부터 온다는 말? 오육일 함께 있게 될 것도 피곤했는데 그럼 가는 날부터 우리 떠나는 날까지 또 북적 북적 왕스트레스를 받아야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당연히 시누이는 조카랑 22일이나 23일정도에 오고 시누이남친은 25일 저녁에 오고 그럴 줄 알았는데 도대체 이게 뭐냐고.
솔직히는 이번엔 혹시 시누이가 그 남친이랑 크리스마스저녁을 보내고 25일에 같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도 했었다.
아니 그 웃기는 남자는 애가 크면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낼거라더니 이미 다른 자식들은 크고 한 애는 애까지 낳았는데 왜 또 거기가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거냐고?????
딸내미들 불러다 그냥 베를린에서 다 함께 보내면 안되는 건가? 아 열받아
혹 시누이가 엄마혼자라서 집에가서 보내야한다고 오바라도 한건가?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할 말이 너무나 많은데 내가 조용히 앉아 시어머니랑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졌다는 걸 의미하며 오육일이 아니라 열흘내내 먹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한다는 걸 의미하며 열흘내내 시누이랑 시어머니가 아이때문에 오바하는 걸 봐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 놈도 한 승질하기때문에 한나절만 보고 있어도 진이 다 빠지는 앤데 울 신랑이 한마디하면 또 울 시누이 생난리를 칠거 아니냐고.ㅜㅜ
거기다 얘기했잖냐 너무 배려하는 것도 피곤하고 짜증난다고 우리 둘만 있으면 의사결정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울 시댁은 크리스마스이브날 교회에 몇 시에 갈까하는 문제가지고도 하루종일 걸리는 집이라 상상만해도 머리가 터질 거 같다. 예전처럼 문제없을때도 피곤했던 일들인데 ..ㅜㅜ
우리 시댁은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온식구가 공연을 하나 보러가고 그게 참 좋았다. 그게 오페라건 연주회건 연극이건 춤이건 그때하는 것중 괜찮은 걸 하나 골라보는 거다. 거기다 그 도시의 현대무용단이 끝내준다. 몇 년전에 소극장에서 물위에서 춤을 추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문제는 시누이가 애를 낳고 부터는 그 전통이 사라져버려 안타까운 건 아니 피해를 보는 건 우리부부. 이것도 그럼 그냥 어머님이 알아서 우리부부만이라도 가라고 해주시면 좋을텐데 열받는 일.
그래 이번엔 자기야 우리가 예매해서 우리둘만이라도 가자(내 말이다) 안된다 엄마도 가야하니까 셋이 가자. 내 동생 혼자만 놔두고 가면 그러니까 00이(시누이남친) 오면 그때 가자(신랑말이다)
이것만 봐도 이 남자 진짜 자기엄마를 모르는게 울 어머님 시누이네만 남겨두고 뭘 보러 가실 분이 아니다. 이 년전에도 영화보러간다니까 당신도 가시겠다길래 셋이 갔다.(이것도 너희를 귀찮게 하는거 아니냐고 한 열번은 물어보시고 아니라고 열 번 대답해야 따라나서시는 분이다)
그때는 아버님까지 집에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시작하기전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집에 올때까지 너무나 후회를 하시는 바람에 내 머리에서 쥐났다.
그래 시누이네 오기전에 셋이 가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혹 이제라도 표를 구할 수 있나 여쭤볼 생각이었는데 이것도 나가리. 근데 이 글을 쓰다가 생각해보니 베이비시터라도 구함 되는 거 아닌가? 왜 은근슬쩍 없어져버렸는지 이번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거기다 뒤셀도르프로 카라밧지오 전시회를 보러갈 생각이었는데 (이것도 마음이야 둘이만 가면 훨씬 편하지만 울 어머님도 가고 싶어하시니까) 이것도 계획을 수정해야한다. 울신랑만 데리고 다녀오면 울 시어머님이 너무 섭섭해하실거고 다섯명은 어차피 베이비시트때문에 한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갈 수도 없으며 나야 애데리고 전시장을 갈 생각은 애초에 없다.
우리 신랑은 뭐 어떠냐고 그냥 둘이서만 다녀오자는데 그럼 얼마나 피곤한 상황이 펼쳐질지 안봐도 비디오다 차라리 돈은 더 들더라도 나혼자 기차타고 다녀오거나 아예 전시회를 포기하는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열흘간이나 잠자리도 불편하고 화장실문제도 불편하고 먹는 것까지 불편한데 기대했던 문화생활도 못하고 내내 맘까지 불편해야한다니.
지하는 춥기도 하지만 침대가 하도 낡아서 삐걱거리기때문에 시댁에 가서 숙면을 취해본 적이 없다. 이것도 벌써 몇년 째 말씀을 드렸는데 시어머니 들으실때마다 처음 듣는 듯이 놀래시고 미안해 하신다..-_- 지난 번에도 말씀드리고 왔는데 이번에 뭔가 바뀌었나 확인해봐야할 일.
또 울어머니 매끼니 뭘해야하는지 물어보실거고 시누이먹는 건 우리는 못먹고 아니 무슨 한국전쟁시절도 아니고 어느 날은 감자랑 콜라비 달랑 삶아만 놓고 먹으라고 해서 신랑이랑 나는 냉동피자 사다 녹여먹었다..-_-
우리 식사는 그냥 우리가 먹고 싶은 걸로 내가 요리하면 되지만 그럼 식사시간에 유기농음식으로만 하는 시누이 아이식사, 우리식사 나머지 식사 이렇게 그 좁아터진 부엌에서 셋이 움직여야한다는 이야기라 이것도 불가능이다.
작년에야 안야가 아이를 낳는바람에 못 만났지만 이번엔 위에 언급한 신랑대자도 만나야하는데 이건 이상하게 시누이보다 시어머님이 더 신경을 곤두세우시는 바람에 또 눈치를 봐야한다.
2년 전에 프라하갔을때 대자 크리스마스선물로 마리오네트인형을 사왔는데 시어머니가 하나만 사왔다고 어찌나 섭섭해하시던지 왕 황당. 아니 조카선물을 안산것도 아닌데다 당시 두 살도 아니고 두 달밖에 안된 애가 마리오네트인형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이냐고? 거기다 비싸기도 했지만 망가질까봐 하나 들고 오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때도 열받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ㅎㅎ
드디어 시댁에도 인터넷전용선을 깔았단다. 신랑이 사촌에게 부탁을 하고 왔었는데 걔가 바쁘다가 얼마전에 왔다 갔다나. 그래 신나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전용선이 깔린 방은 아버님방! 말했듯이 시누이아기가 오면 쓴다. 인터넷할 시간은 어머님이 낮잠을 주무시거나 저녁늦게인데 걔는 낮잠도 자야하고 7시면 자야한다..-_-
정말 쓸데없이 자기반성까지 해가며 한달동안 들인 공든 탑이 무너져버렸다. 아예 얼굴을 안볼것도 아니었는데 몇 일가지고 왠 이 생난리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지금 9월부터 연달아 세 번을 독일에 가는 거다.! 이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반사다.
거기다 이건 내 남자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고 미안해하는 일이긴 하다만 시댁에 열흘을 가있는 것도 길지만 그 열흘을 싱글도 아니고 애까지 딸린 시누이랑 보내는 사람이 세상에 나말고 누가 더 있겠냐고??? 얘기했듯이 울 시누이 싱글일때는 문제없었고 그땐 고기고 뭐고 다 먹었다..ㅜㅜ
지난 번에 독일가기 싫다니까 신랑이 강요는 못한다고 그럼 제발 그 기간에 한국이라도 가라고 너 일본에 있으면서 독일 안온다는 말은 엄마에게 못한다고 열낼때 독한 맘먹고 그럼 그러겠다고 했어야했다
결국 내 발등을 찍은 건 나다.
아 맘을 다스릴 시간이 긴 것도 아니고 독일갈 날은 당장 코앞인데 어디로 사라졌으면 좋겠다..ㅜㅜ
2006.12.16. Tokyo에서 사야
내가 어제 열을 받은 건 꼭 시댁문제때문만은 아니고 이사를 안가는 대신 우리가 어차피 그 며느리도 모른다는 이유로 남보다 많은 월세를 내고 있으니 프론트매니저랑 거래를 할 생각이었다. 커튼도 바꿔달라고 하고 마루바닥 니스칠도 새로 해달라고 하고 뭐 그런 일들 말이다.
그래 신랑에게 지금 우리 아파트 시세를 좀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래야 거래하기가 쉬우니까.
그런데 세상에나 우리 아파트 월세가 우리가 내고 있는 것보다 십프로도 더 올랐단다. 그러니까 거래를 하기는 커녕 얘네들은 우리가 나가주는 게 더 고마운 상황이 되어버렸다는거.
이거야 말로 왕 황당이고 기가막히는 상황.
아니 도대체 이런 아파트에 누가 그런 월세를 내고 산다는 말이냐고!!! 우리같은 주재원들이 시장을 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자꾸 재수없이 되가는 지라 잊고 있었는데 이러니까 상해처음갔을때 나는 이 돈내고는 못산다고 일주일동안 앓아 누웠던 생각이 난다.
이렇게 멋만 잔뜩 낸 아파트에 자꾸 올라가는 월세라니. 세상아 좀 뒤집어 져라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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