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우리는 평행선

史野 2006. 10. 23. 08:53

 

 

그와 나는 평행선이다.

 

더 가까와 지지도 더 멀어 지지도 않는 평행선

 

내 손을 내밀어야, 그도 마주 내밀어야 닿을 만큼의 거리

 

그래서 외롭기도 했고 지루하기도 했고..

 

 

지금이라고 그럴 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젠 그 평행선이 위안일 때가 더 많다.

 

 

묵묵히 걷다가 옆을 바라보면

 

늘 같은 속도로 걸으며 나를 바라봐 주는 남자.

 

그 한결같음에 가끔은 눈물이 난다.

 

 

 

우리는 천생연분도, 영혼의 반쪽도 아니고

 

그가 내 인생 최고의 남자도 아니지만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가장 멋진 남편

 

말이 잘 통하는 소중한 친구

 

 

무엇보다

 

그를 내가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있어서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

 

 

부부로 함께 걸은 지

 

십삼 년이 되는 아침

 

 

 

 

 

 

 

2006.10.23 Tokyo에서..사야

 

 

 

 

 

 

18549

 

 

 

커피잔 속의 저희 부부입니다..ㅎㅎ

 

벌써 십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그렇게 싸우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으니 앞으로는 좀 수월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오늘 저희는 어제 막 구워낸(독일식 표현이예요..^^) 신혼부부와 저녁을 먹을 예정입니다

 

하루 된 싱그러운 부부와 오래된 연인같은 부부가 만나 서로를 축하하려구요.

 

어쨌든 시한폭탄같았던 제게는 스스로가 참 대견한 날입니다..ㅎㅎ

 

세월이 쌓인다는 것.

 

의외로 참 괜찮은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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