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워낙 이른 시간이었던 까닭에 새벽같이 일어났더니 창밖이 아름답다. 짐이야 싸두웠고 신랑이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담배를 한 대 피우고는 택시에 올랐다. 집을 떠날때야 늘 호텔정문앞에서 택시를 탔었더랬으니까 역시나 그냥 어디로 가는 느낌. 문제는 담배를 피우다가 내 방카드를 들고 와버렸다는거..ㅜㅜ
상해직원이 우리보다 싸게 사준다고 해서 부탁했던 중국국내비행기표는 웃기지도 않게 시안을 거쳐가는 거였는데 시안에서 다시 짐을 찾아 부쳐야하는 웃기지도 않는 표였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공항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사람들은 불친절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잠시 여유를..^^
드디어 둔황공항에 도착. 이렇게 알아서(!) 걸어나가는 자그마한 공항. 늦은 오후였는데도 햇살은 너무나 뜨겁고 황량한 공항이긴 하지만 어쨌든 드디어 실크로드의 부분이긴 해도 꿈꾸던 여행이 시작이구나.
신랑보러 짐을 찾아 나오라고 하고 역시 먼저나와 담배를 피려는데 개떼처럼 몰려 어디가냐고 물을 줄 알았던 공항이 왠일. 택시조차 보이지 않는다. 옆에 서있던 안전요원같은 애들에게 물었더니 저 아래 주차장에 있다고.. 아래까지 내려가 가격을 협상하고(협상은 아니고 그냥 얼마 달라길래 알았다고 하고..ㅎㅎ) 시내로 진입.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늘그렇듯이 여행하는 동안 차를 어떻게 할거냐로 시작되는 진짜 협상이 시작.
그래 얼떨결에 호텔에 짐을 놓자마자 밍사산으로의 여정을 잡고 호텔식당에서 맥주를 한 잔 하려는데 이 유가타를 입은 여자애가 내게 일본말을 하는거다.그래 생각없이 대답하다보니 내가 왜 둔황까지 와서 일본어를 하고 있나 싶어 중국어로 너 왜 내게 일본어를 하냐고 물었더니만. 어머 넌 일본애가 중국어를 왜그렇게 잘하니? -_-
밍사산으로 출발전 우선 투르판으로 가는 기차표를 가자마자 구입하려고 하는데 표구입하는데 사람은 미어터지고 구하기 힘들거란 말을 미리 들었기도 했지만 주변사람들 말이 일주일 후에나 있을거라니 우선은 포기
그저 벌판같은데 있을 줄 알았던 밍사산은 들어가는 입장료부터 80위앤에 작은 기차타는데 얼마 어쩌고 저쩌고 관광지 냄새가 너무 나길래 조금 실망.
그러니까 미니기차가 우리를 저 아래 떨구어 놓았는데 일단 너무 더우니까 거기서 맥주를 한 잔 사마시고..ㅎㅎ 모래들어가지 말라는 덧신을 또 돈내고(!) 빌려신고는 저기 살짝 보이는 저 사다리를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가파르고 무섭던지 신랑은 성큼성큼 잘도 올라가는데 나는 거의 기다시피 온 몸이 땀으로 범범이 되어 난리부르스를 췄더랬다.
이건 정말 농담이 아니고 중간쯤 오르자 더이상은 못가겠단 생각. 그렇다고 그 길을 다시 내려갈 생각이나 아래를 쳐다볼 엄두도 안나고 당시 그 암담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거기다 중간쯤 서있던 웃기는 중국아저씨들 안그래도 무서워죽겠는데 길도 안비켜주며 하는 날 더이상은 올라갈 수 없어 자기들도 포기할려고 한다니.
신랑은 벌써 올라가버렸고 내려갈 수도 없고 어쩌겠냐 이를 악물고 올라야지. 저 사다리가 끊기는 시점부터는 모래를 짚으며 오르는데 또 얼마나 뜨겁던지. 나중에 올라보니 조금이나마 편하게 오르는 길도 있었는데 사서 고생했다..-_- 어쨌든 호텔부터 미리 맥주라도 마셨길 망정이지 나같은 고소공포증이 있는 애는 맨정신이었으면 저기 못 올랐다..ㅎㅎ
막상 오르고 보니 아 위에야천이 내려다보이는데 너무 멋진거다.
올라올때 입으로 마구 들어간 모래들을 콜라로 대충 씻어내고는 일단 숨을 고르고 담배 한 대...^^ 어쨌든 저 날렵함을 자랑하는 능선은 왜이렇게 멋있는 거냐. 문제는 내 발 아래도 낭떨어지요 생각보다 훨씬 경사가 심하다는 것. 신랑이야 당근 떨어져봐야 아무 일 안 생기니 걱정말라고 그저 다시 올라오기가 힘들뿐이라나..ㅜㅜ
일몰을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보아하니 당장 뚝 떨어질 것 같지는 않고
사진도 찍고 우리도 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진출..ㅎㅎ
내려가는 거야 뭐 어찌될지 모르겠다만 일단 기분은 너무 좋다.
타이타닉은 아니다만 오버 좀 하고..^^
맨발로 자리잡고 앉아서는 해지기를 기다리며 각자 상념에 젖었다. 삼천년을 마르지 않았다는 저 오아시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사를 건 여행에 목을 축이고 모래바람소리를 들으며 밤잠을 설쳤을까..
신랑 다리를 베고 누웠더니 사그락 거리는 모래바람 소리가 나즈막히 들린다.
먼저 달이 뜨고..
결국은 해가 지고..
더 머물며 까만 하늘의 별을 보고 싶었으나 일몰구경하러 올라온 사람들도 많고 아저씨도 기다리시고 또 부들거리며 하산 하는 길.
드디어 왔구나..
모래산에..그토록 꿈꾸던 이 곳에..
혹 너와 나는 미리 만났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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