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푸동공항을 향해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가슴이 뛴다. 상해에 내린다는 건 한때는 내게 여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다는 의미였는데..
나와선 신랑에게 환전을 하라고 부탁하곤 나는 나가 담배를 피는데 예전 그 모습이 아니다. 물론 당시는 푸동공항이 새거였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어수선한 분위기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보이고 조금 낯설다.
그냥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꼭 내가 그 마그네틱기차(한국어로 뭐라는지 모르겠다)를 타야한다고 우긴 신랑덕에 결국 탑승. 우리가 살때는 고가 올라가는 것만 보고다녔는데 신기하긴 했다.
예전엔 그저 삭막하기만 하던 풍경이 갑자기 저렇게 변하다니. 도대체 저 나무들은 또 어디다 뽑아다 심었을까. 뭐 새삼스런 의심은 아니고 공원이 뚝딱하고 하나씩 생길때마다 늘 하던 생각이다..ㅎㅎ
신랑이 출장왔을때는 400킬로도 넘었다는데 그저 300킬로정도로 달려 도착한 기차. 거기서 다시 우리 아파트로 가려고 택시를 탔더니 한 기사는 푸동만 다닌다고 모른다고 해서 택시를 갈아탔는데 그 기사 역시 푸시로 갈려면 왜 우리가 그 기차를 탔는지 이해를 못한다는 얼굴. 재밌을거 같아 그랬다니 더 황당해한다..^^;;
택시에서 찍은 익숙한 풍경들. 기사아저씨랑 이런 저런 수다를 떠는데 기분이 묘하다. 흥샨루에 오자 밤에는 끝내주는 곳이라는 기사아저씨의 친절한 멘트를 환한 웃음으로 받으며 드디어 도착
체크인을 마치고 우연히도 우리아파트랑 같은 15층을 배정받아 올라오는데 수영장도 있고 테니스장도 있고 또 친절한 포터총각. 실내에 두개고 밖에 7개지? 했더니 눈이 동그레진다.하.하.하
커튼을 여니 건너다 보이는 그 곳 2년간 내 집이었던 곳. 호텔이랑 아파트랑 달라서 구조까지 같은 건 물론 아니어도 창문도 욕실도 너무나 같은 게 많았다. 우선 짐만 대충 내려놓고는 당장 우리가 잘가던 스츄안레스토랑으로..
학교옆에 있는 식당이라 평소에 학교가는 길을 걸어가는데 같은 건물에서 나오기도 했으니 꼭 금요일에 신랑이랑 밥을 먹으러가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거다. 사년이란 세월은 어디로 간 것인지.
신랑도 걸으면서 내내 이게 상해냄새라는 둥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는 둥. 나 역시 그 축축한 공기며 시끌한 거리며 울컥할만큼 정다왔다.
저 가게는 있었고 저 가게는 새로 생겼고 옛 기억들에 떠밀려 도착한 식당은 작년 신랑출장길에도 있었다는데 결국 헐린 것. 허탈한 마음으로 그 옆에 있는 상해식당에서 식사를..
중국음식량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려서 엄청난 음식을 시켰다 신랑에게 마구 구박을 당하고. 그래도 좋다. 내 말을 알아듣잖아..ㅎㅎ
막 일본에서 가서인지 서빙하는 애들의 불량한(?) 태도도 넘 웃기고 그저 즐겁다.
다시 어슬렁 거리며 걸어 돌아와 호텔라운지 바에 자리잡고 앉았다. 가끔은 신랑이랑 술을 마시고 툭하면 저기서 담배를 사고 시아오통에게 커피를 사다달라고 부탁하고 그랬더랬는데..바에서 나가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올라가 내 침대에 쓰러지면 다음 날 아침 진짜 시아오통이 나타나 거피를 가져다 줄거 같은 기분.
안그래도 이런 면에서 엄청 감정적인 내가 신랑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엄청 마시고 좋아하는 유투의 노래를 불러 무진장한 박수를 받아낸 가수아저씨.
우리가 너무 열심히 박수를 쳐대서였는지 쉬는 시간에 우리 테이블로 와서 인사를 하길래 맥주 한 잔 대접하고 수다도 떨고.. 한국에서도 노래를 했다는 미국아저씨다.
안면튼 김에 열심히 곡도 신청해 듣고..^^
그렇게 알코올에 묵은 감정에 오래된 음악에 흔들리며 상해에서의 첫 날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