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살에 깨어보니 머리는 깨질 것 같고 커튼을 치고 다시 잠들었다 간신히 일어나 신랑이 만들어준 커피 한 잔을 침대 위에서 마시는데 그냥 집 같다.
아 저기 우리 아파트..ㅜㅜ 저 쪽에서 봐도 늘 이렇게 호텔이 쳐다보였었는데..
나야 마유미와의 점심약속이 나가리가 되었지만 신랑은 약속 전에 간단히 빵 한쪽 먹고 싶은데 그런 곳이 있을까 묻는다. 자기야 당근이지 일단 내려가보면 알아.. ㅎㅎ 날이면 날마다 프랑스 시골 빵을 사던 로비의 빵집 어제 보니 그 빵도, 거기다 가격도 그대로던데..
왠일이니 어젠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았었지만 아침에 서 있는 아가씨 옛날 아가씨 그대로잖아 반가움에 다짜고짜 너 혹시 나 기억나니? 얼굴이 낯은 익은데 잘 모르겠다나. 얘야 상관없다 내가 널 기억하는 걸로 나는 충분해 너 4년 전에도 여기서 일했지? 그래 그래 내가 안다고!!
따끈한 크로상과 맛있는 커피를 늦은 아침을 먹은 후 아파트 근처를 잠시 배회했다.
주로 내가 이용하던 우리 아파트 들어가는 입구
그리고 아파트 프론트와 에레베이터. 신랑이 주로 이용하던 입구는 보이진 않지만 저 프론트 뒷쪽으로 난 쪽문..ㅎㅎ
오늘은 각자의 지인들을 만나 따로 놀기로 한 날. 신랑이 같이 가자는 걸 되었다고 혼자 논다고 하곤 헤어졌다. 마침 여행 떠나던 날 시작된 매직에 몸도 찌뿌둥하고 호텔방에 올라와 뒹굴대다가 이렇게 아니라 머리라도 해야겠단 생각에 예전에 내가 다니던 미용실로..ㅎㅎ
결과는 참담함을 넘었고 가격은 눈튀어나오게 올라 돈을 건네는 손이 떨릴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머리를 하고 앉아있으니 정말 상해에 사는 그 기분.
다시 택시를 타고 시자훼이로 돌아오는데 내가 세워달라는 곳을 진작 말안했다고 짜증을 내는 기사아저씨도 그저 이뻐보인다. 내 말을 다 알아듣고 그저 편안하게 중국어가 술술 나오는 것이 그저 기쁠뿐. 정말 이 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내 중국어였다..^^
짐이 도착할때까지 당장 쓸 물건들을 모두 장만했던 백화점
한국식당이 들어있기도 해서 학교끝나면 점심을 먹기도 하던 곳.
내가 잘 다니던 곳들을 대충 눈도장을 찍으며 우리가 처음 이사왔을때 낡은 집들을 마구 밀어내고 만들어놓은 공원으로 갔다. 눈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공원이 만들어지던 그 저력에 혀를 내둘렀던 곳. 당연히 사년사이에 황량하던 나무들은 꽤 많이 자라있었다.
공원평면도
가끔씩 수업이 끝난 후 약간 도는 길이긴해도 저 다리를 건너 집에 오곤 했었는데..
역시 전에도 있던 곳에서 칭따오맥주를 마시며 길거리를 내다보는 기분.
앞에 보이는 건물이 호텔 뒤에 보이는 건물이 주거건물
찌는 듯이 더운 날마저도 정답다. 방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는 상해지인을 만났다. 예전에 글을 남기곤 했던 상해사는 그 놈.
내가 살땐 없었던 삼겹살 전문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공연관계 회사를 차린 저 애에게 정말 자리잡느라 피똥을 쌀정도였다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두 발 딛고 선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마누라가 나올 수는 없고 누나를 꼭 보고 싶어한다고 집이 가까우니 잠시 들리자고 해서 들어갔던 그 애집. 저 아들내미는 내가 떠날때는 막 엄마뱃속에서 엄마를 무지 괴롭히던 때였는데 벌써 저렇게 커버렸다. 더 대단한건 잠시 중국어를 배우고 사업을 하겠다는 남편을 따라 회사까지 그만두고 왔던 저 세 살연상의 야무진 마누라마저 요즘은 회사를 차리고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 정말 나같은 물렁인간으로선 상상이 안가는 사람들이다. 겨우 한 살 밖에 안어린데다 사회경험은 나보다 훨씬 많은 그녀는 그래도 남편이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이라고 언니, 언니하며 언니좋아하는 맥주도 잔뜩 사놨다고 하는데 누나랑 둘이 수다떨고 싶다는 저 놈때문에 11시가 넘어 미안한 마음으로 남편빼앗아 날랐다..ㅎㅎ
우리아파트 근처가 바와 외국식당으로 유명한 거리라 신랑이랑 가끔가던 파울라나라는 독일레스토랑으로 직행. 호텔까지 데리러 오고 밥먹을때 기다리고 집에 들어간 사이 기다리고 저기까지 데려다준 기사아저씨에게 미안했지만 월급을 많이 준다니 위로받을 수 밖에..
밴드며 춤추는 사람들이며 분위기는 여전하고
우리야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으니 밖으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셨다. 저렇게 앉으니 팔뚝이 아이만하구만 두 부부가 훨씬 젊어졌고 날씬해졌다고 어찌나들 난리인지. 운동하는 티가 확 난다며 저 놈 왈 얼굴 아래부분은 딱 황신혜라나..ㅎㅎ
나이들어 만났어도 사회에서 만난게 아니다보니 편안하고 나중에 보낸 메일을 보니 그때 친하던 동갑놈이랑 자기에겐 다 불알친구같다고 너무 반가왔다는 녀석. 옛끼 이 놈아 나는 그런 거 안달고 다니는데..하하하
호텔에 돌아온 시간이 한시 사십분. 당연히 잠들어 있을 수 알았던 신랑 자기도 이십분전에 들어왔다고.. 아니 나야 술마시는 남자를 만났지만 자긴 여자를 만났는데 왜그렇게 늦게 왔냐? 뭐 이런 말은 당연히 안 물어봤다
그저 즐거운 시간 보냈다니 다행이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