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고 ?
물론 저 사진 속의 남자랑 그 유리창에 비친 여자다..ㅎㅎ
신랑은 본격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벌써 넉달은 된 것 같고 그 사이 구킬로 가까이 줄었다. 정말 먹을 걸 그렇게 좋아하는 남자가 저녁을 그 오랫동안 다이어트음료로 대치하는 걸 보면 저런 면이 있었나 신기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우리 집 우유는 저 지방으로 아침엔 빵과 치즈도 사라지고 그 오래 끌어온 금요데이트마저 얼마전부터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맘껏 저녁을 먹어도 된다더니 몸무게가 진짜 빠지기 시작하자 그마저도 못하겠단다. 토요일 오전에 몸무게를 재니까 금요일에 조심해야한다나..ㅎㅎ
나는 다이어트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얘기했던 집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기 프로젝트가 벌써 팔십일이 넘었다. 정말 원흉(?)이 맥주였는지 작년에 그렇게 운동을 했어도 움직이지 않던 몸무게가 아예 맥주를 마시지 않는게 아니라 무알콜맥주는 꾸준히 마시는데도 삼킬로 정도 빠졌다.
이제 운동을 시작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처음엔 내가 헬스를 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고 근육에 대한 거부감.
우리 헬스클럽에 딱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엄마처럼 생긴 여자가 있는데 나이가 나보다 많음에도 근육이며 운동량이나 그런 걸 보면 말도 못한다. 처음에 신랑에게 운동하기 싫은 핑계를 대느라 난 결코 저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만 이 남자 마구 웃으며 니가 되고 싶어도 안된다고 걱정말라나..ㅎㅎ
진짜 처음엔 근육이 그저 쉽게 생기는 줄 알았는데 왠걸 복근 근육 만들기는 정말 너무나 어렵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요즘 인터넷에 보면 몸짱열풍이니 44사이즈니 새삼스럽게 난리들도 아닌데 읽다보면 우습다.
내가 초등때 그러니까 삼십년도 넘게 전에도 우리 옆집언니는 먹을 걸 먹고는 토해낼 정도로 뚱뚱해지는 것에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고 날씬해지고 싶었던 여자들의 소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새삼 난리들인지 정말 모르겠다.
사이즈만 해도 그렇다. 이십년전에도 백화점에 가면 44나 55가 보통이었지 이쁜 옷중에 66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 친구들중엔 55보다도 44를 입던 애들이 많았고 그리 마른 편이 아니었던 나도 44를 입었던 때가 (물론 잠시만..ㅎㅎ) 있었다
당시 살뺀다고들 난리들을 치고 내 친구중에 입원까지 했던 애도 있었던 걸 보면 차라리 지금 몸짱 열풍이 훨씬 바람직하다. 최소한 건강미인들을 만들어내니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여자들 그동안 너무 운동을 안했다. 독일친구들을 보면 결혼을 했건 안했건 애가 있건 없건 꾸준히 운동 안하는 애들을 하나도 못봤다. 그러니 전반적으로 삶에 생기도 있고 더 건강하다.
몸매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 담배나 끊으라고? 정신건강도 중요하지..흐흐)
어쨌든 어제 정말 오랫만에 헬스클럽에서 그 터미네이터여자를 만났는데 날더러 딱 그거라고 제대로 잘 하고 있다고 위아래로 훓어보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왜 자기가? -_-
내 트레이너도 동료가 내가 무진장 변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며 좋아한다. 아저씨 미안하지만 당신이 잘 가르쳐서가 아니라 내 기본 몸매가 좋거든? 아 이렇게 말했다는 건 아니고 생각만 했다..^^
그래도 기분은 어찌나 좋던지. 이럴때 바닷가로 휴가를 가서 비키니 입고 폼 좀 내야하는데 사막으로 가게되어 안타깝다..ㅎㅎ
아직 여기 얼마나 더 있을지 결정은 안되었지만 있는 동안 이라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잘 늙어갈려는 준비 첫째다.
만약 동경에서 연장을 하게되면 좀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헬스클럽때문에 이사를 못할거 같다.
어디를 가서 건물안에 들어있고 이렇게 전망좋은 헬스클럽을 구하겠냐고..^^;;
그건그렇고 조만간 결정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올 크리스마스에 어디서 살게 될지를 모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어쨌든 이번주 일요일에 신랑은 또 시드니출장이고 여행가기전에 모든 걸 결정할려던 우리의 계획은 지금 상황으론 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독일로 돌아가는게 내겐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것도 이젠 쉬운 일이 아니고 말이다.
독일로 가건 안 가건을 떠나 다시 독일어를 시작했다. 4년전에 상해살때 만으로 마흔이 되는 때는 독일어를 완벽하게 하겠노라고 결심했었는데 또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이 핑계 저 핑계에 별로 나아진 것 없이 그저 4년이 흘러가버렸다.
그때처럼 젊지도 않고 자신만만하지도 않아 독일어를 완벽하게 할 날이 오리라곤 이제 믿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면 날마다 쓰고 살아야하는 언어. 이대로 방치해서 그냥 늙어죽기엔 너무 억울하다.
그래서 더도 말고 일년만 죽어라 정말 독한 마음먹고 한 번 해볼 생각이다. 물론 환경이 독일어를 다시 하기엔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그러다 놓쳐버린 시간이 얼마인가.
내가 다시 독일어를 시작하는건 운동과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이긴 하지만 일년이 지나 아 정말 지난 일년간 운동 열심히 했다 하는 것처럼 내년엔 지난 일년간 독일어 정말 열심히 했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많이 늘지는 않았어도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다고 그렇게 말 할 수 있기를...
2006.07.12.Tokyo에서 사야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나이, 요즘의 사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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