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나는 이럴때 진짜 외롭다

史野 2006. 6. 25. 22:38

시아버님이 요즘 너무 안 좋으시다.

 

나만 늘 시어머님이랑 시누이랑 전화하고 이메일보내고 오늘은 전화하기 싫어하는 신랑에게 협박까지했다.

 

당신같은 사람을 보면 내가 자식이 없어서 다행이라고..어쩜 그렇게 부모에게 전화 한 번을 안하냐고..

 

자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내 남자니까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신랑은 전화를 했고 아니 내가 전화를 해서 밀었고 그갈 아는 시어머님은 당장 아버님께 전화기를 건넸다.

 

오랫만에 부자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축구얘기까지 하다 끊었고 신랑이랑 나랑은 그 후 요즘 시아버님의 상태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자식으로서 할 일에 대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했다.

 

물론 내가 구박하듯이 그런 거 아니라고 신랑은 얘기한다. 자긴 정말 자기 부모를 좋아한다고.. 좋아한다는 건 표현하는 거라고..당신처럼 그렇게 행동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제발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아버님께 전화를 좀 하라고..

 

술을 마시며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그렇게 시부모님 문제로 신랑이랑 실랑이를 하고 나니 내 친청엄마도 걸리고 잘 지내시나 내 목소리도 듣고 싶겠거니 싶어 전화를 걸었고 그게 또 실수였다.

 

 

우리 엄마

 

나한테 잘한거 하나도 없다.

 

그래 넌 어디서 나왔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쉽게 얘기하는 당신, 부모사랑은 자식이 절대 모르는 거라고 말할 당신 지옥에 가라 젠장.

 

세상에 태어나서 내게 그렇게 상처주고 아프게 하고 그런 사람 내 엄마 내게 유일하다.

 

 

물론 안다.

 

엄마가 나쁜 사람이어서 그런건 아니라는 걸..

 

엄마도 나름 엄마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했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걸..

 

그래도 단 한 번도 내 마음의 고향이 되지 못하는 엄마.

 

 

그런때도 있었다 다시는 엄마를 보고 살지 않겠다는..

 

그래도 엄마니까

 

엄마마음을 이해못하는 건 아니니까..

 

무엇보다 신랑이 도와주기도 했고 나름 애쓰기도 했고 그래도 극복하려고 애썼다.

 

 

누구보다 그 아픔을 잘 아는 우리 신랑.

 

그래도 엄마를 용서는 하되 엄마가 네게 잘못한건 잊지말고 그래도 엄마니까 잘해드리라고..

엄마가 젠장 무슨 한일역사관계도 아니고 잊지는 말되 용서는 하라는 그 말이 가슴아파 울고 또 울었더랬다.

 

 

그리고 정말 애썼다.

 

그런데 말이다.

 

오늘같이 시부모님문제로 걱정하다 마음이 쓰여 전화를 했던 그런 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용돈도 드리고 혹 불편하실까봐 이번 어버이날엔 메트리스도 사드리고 다 한 번이라도 편하다고 얘기가 듣고 싶어지는 그런 날.

 

그것도 모자라 올케언니에게 얼마라도 좋으니 매트리스에 잘 어울리고 재질도 좋은 그런 덮개를 사드리고 부탁했는데

 

그게 엄마마음에 드는지 기분이 좋은지 그런 말이 듣고 싶었던 그런 날.

 

아니 그냥 편안한 엄마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던 그런 날.

 

 

내 엄마는

 

그저 당신 불평하기 바쁘고..

 

모든 건 마음에 안들고..

 

도저히 딸내미 마음이란게 뭔가를 추호도 생각하지 않은 그런 모습을 보이는 날.

 

나는 미치도록 외롭다.

 

 

제발

 

감히 내게 부모사랑은 대단한거라고 말하지 마라.

 

부모를 걱정하고 애쓰는 자식사랑도 대단하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절대로 헤아리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도 있는 법이다.

 

 

아 젠장

 

엄마

 

내게 해준게 도대체 뭐가 있는데?

 

아무리 내가 전생에 엄마에게 진 빚이 많다고 해도

 

이만하면 엄마 나한테 다 갚은거 아닌가.

 

그리고 나 정말 엄마 할만큼 하지 않았나.

 

내가 이렇게까지 애쓰는데..

 

이 생의 빚도 아니고 그래 전생의 빚이라면 빚까지 갚을려고 애
쓰는데.''

 

엄마는 정말 너무한다.

 

수백번도 수천번도 더 스스로에게 물었던 그 질문.

 

내가 자식이 있었다면

 

과연 엄마처럼 내게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오늘처럼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 정말

 

나는 가끔 미치겠다.

 

이 근원적 외로움 아니 이 근원적인 소외감.

 

이 세상에 나를 내어놓은 어떤 인간조차도 나를 자기기분대로 한다는 이 그지같은 기분.

 

그래 세상엔 어떻게 좋은 엄마 헌신적은 엄마만 있겠냐만.

 

최소한 그 엄마들은 자신들이 나쁜거라는 건 알지.

 

내 엄마는..

 

당신이 태어나서 한 일이라곤

 

아니 당신은 눈꼽만큼도 생각해본적이 없고 단지 자식들만을 위해서 살았다고 백프로 천프로 믿고 있는 내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자주

 

날센 면도칼을 들고 내 가슴을 벤다.

 

피가 흐르고

 

아픔을 견딜 수 없을 거 같을때

 

아니 그것보다..

 

이젠 맘대로 욕할 수 없을만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알기에

 

더 피가 흐르고

 

베인 상처는 더 아프고

 

젠장 제기랄 욕이 나오고.

 

 

이 젠장

 

이 치유되지 않는 상처

 

별것 아닌데도 자꾸 덧나는 상처.

 

나란 인간이 좀 괜찮아지고

 

나란 인간이 좀 행복해지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도대체 날더러 어쩌란 말이냐고

 

 

당신을 무시하고 살만큼

 

당신이 무슨 개판을 치던 상관없을만큼

 

나도 정말 나란 인간이 독했으면 좋겠다.

 

 

아 엄마

 

제발..

 

나 좀 도와줘..

 

제발 이러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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