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기 시작한지 육주가 넘었다. 처음엔 한달만 할 생각이었고 그 한 달도 가능할까 생각했더랬는데 육주 넘도록 이렇게 멀쩡하다니..
그러나 내가 맥주를 안마시는 건 아니라는 것..
요 놈을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마시고 있다..^^
그럼 요 놈이 무엇이냐 하면 무알콜맥주다. 독일에서도 유명한 클라우스탈러라는 맥주인데 박스에 한국어도 써있는 걸 보니 한국에도 들어가나보다. 어쨌든 진짜 맥주처럼 맛이 아주 좋다..
문제는 저 놈을 마시면 아주 좋은데 저 놈이 떨어지면 술을 사러나가고 싶어진다는 것.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절절히 느낀거지만 나는 알콜중독인줄 알았는데 맥주중독이었다는 거다. 정말 심리적인 이유가 이렇게 중요하다니 놀랍다 못해 신기하다.
무알콜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론 술을 안마시겠다는 것도 아니고 포도주는 마시고 또 나가면 맥주를 마시고 하는데도 술을 마시는 횟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자랑은 결코 아니지만 전에는 일주일에 여서일곱번을 알콜을 섭취했고 그 중에 취하도록 마시는 때가 무진장 많았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그것도 맥주를 천씨씨정도나 적포도주 반병정도 마시고 만다. 결국 우리 집 주말식탁에서 포도주가 사라졌다고 봐야할 정도로 말이다.
지난 오월을 따져보니 렌더맨님네 왔을때랑 신랑이랑 한 번 토요데이트나가서 일차 이차 삼차까지 마셨던 때 딱 두 번 취하도록 술을 마셨다. 한달동안 딱 두 번말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니까 엄청난 변화가 왔는데 일찍 일어난다는 것! 얘기했듯이 나는 결혼십년이 넘도록 신랑보다 일찍 일어난 경우가 세번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인데 요즘은 휴일이건 뭐건 거의 매일 신랑보다 먼저 눈을 뜬다.
이건 뭐 꼭 술을 안마시는 이유라기보단 일찍 자기때문이기도 한데 몸매관리에 들어간 후 생각해보니 피부관리도 해야할 거 같아 반신욕을 하고 마스크도 하고 피부에 좋다는 시간에 잠을 자다보니 일찍 안 일어날래야 안 일어날 수가 없더라는 것.. 물론 또 일찍 일어났으니 일찍 자게되는 악순환이 아닌 뭐냐 순순환(?)인가 하는게 발생하고 말이다.
어쨌든 요즘은 운동시간도 늘렸고 술도 덜 마시고 일찍 자고 하다보니 딱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어버렸다.
거기다 올해 책을 대충 백권 읽으려고 생각했었는데 육개월도 안지난 지금 벌써 칠십권을 읽는 기염을 토했다. 아마 내 인생에서 단기간에 가장 많은 책을 읽은 기록이 아닌가 싶다. 기가막히는 건 어디 나갈까 하다가도 책읽는 시간이 아까와서 못 나가겠다는 것. 무슨 논문쓸 생각이냐?
일어나서 아침준비하고 뉴스보고 운동하고 책 읽고 어쩌다 한번씩 영화보러가는, 누구하나 만나지 않는 단순하다면 단순한 생활인데 도무지 지루하다거나 외롭다거나 그런 걸 모르겠다. 뭐 특별히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그러다보니 잠도 잘 잔다. 한마디로 말해 난 요즘 인생이 행복하다.
이게 오랜 떠돌이삶에서 오는 체념에 의한 생활습관인지 아님 워낙 모범생인 남자랑 오래 살다보니 사육당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변화인것이다.
바람직한 변화인지.
마흔의 나이도 낯설지만 요즘은 이런 나도 낯설다..
2006.06.06 Tokyo에서..사야
아 참 그리고 오늘은 크리스토프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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