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은 나지만 내가 간신히 아침식사를 준비해 (그래봤자 몇 분 안걸린다만) 남편에게 대령하고 커피잔을 손에 쥐는 시간은 7시.
커피에 잠이 깨기도 하고 남편이 아침이면 늘 시청하는 BBC뉴스내용때문에 열받아 잠이 달아나기도 하고..
8시에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백수인 나는 아침마다 희망에 부푼다.
남편이 8시전에 집에 오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그때부터 12시간은 완전 자유. (하긴 뭐 요즘은 저녁준비를 하지않으니 그 이후도 자유는 자유다마는)
운동도 해야하고 읽을 책은 쌓여있고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어학공부들도 즐비해 있고 듣고 싶은 음악 디브이디도 많고 심지어 하고 싶지는 않지만 꼭 해야할 단순 집안일들, 더 나아가 오늘은 커튼도 빨고 침대보도 갈고 백만년동안 벼르기만 하는 책장도 사러나가고..
아 이 공간과 이 시간이 모두 내 것이다라는 그 충만감에 마시는 아침 커피맛은 사천오백원이나 한다는 스타벅스 커피 맛보다도 좋으나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시작하는 하루가 점심이 되고 오후가 되면서 엉망이 되어버리기 일쑤. 그래 저녁이 되면 스스로에게 화가나는 악순환의 연속.
읽어야할 책을 꺼내놓고는 다른 책을 집어드는 가 하면 괜히 쓸데없는 뉴스에 열받아 인터넷을 여기 저기 헤매고 다니기도 하고 또 분위기 좋다고 튀어나가 건질 것도 없는 사진이나 찍어대거나 거꾸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운동도 안가는 날은 집에서 그냥 어영부영 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한심하다면 한심하지만 정말 매이지 않은 하루는 계획한 것만큼 하루를 진행한다는 게 너무 어렵다.
내가 무진장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도 또 게으른 사람이란 생각도 해본적이 없건만 어찌 이렇게 하루는 정말 손가락사이로 모래가 빠지듯이 지나가 버리는지..
정말 이 나이에 생활계획표라도 짜고 아니 나름 출퇴근시간이라도 정해놓고 뭔가 해야겠다는 위기의식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뭐 내가 대단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하루를 꼭 충실히 죽어라 살아야 삶의 보람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아닌데 뭘하다가 이렇게 하루가 가고 뜬 해를 보고 충만하던 마음이 지는 해를 보고 절망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도 키우면서 직장에 다니고 거기다 살림까지 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나같은 백수에게도 하루는 너무 짧고 벌써 이 해도 사월 하순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에 아연해진다.
이럴줄 알아서인지 올해는 새해계획이라고 세워 놓은 것이 딱 하나. 식사를 하자마자 부엌을 치우자는 거였는데 하도 목표가 알량해서인지 그거 하나는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지키고 있다는 게 위로라면 위로일까.(꼭 지킬 계획만 세우자 하다보니 이 모양이 되었다)
그래도 내일은 또 태양이 떠오르겠지란 희망과 아니 지금부터라도 이를 악물면 7시간은 책을 읽을 수 있을텐데 하는 말도 안되는 욕망에 시달리며 이렇게 백수의 짧은 하루가 또 가고 있다..
2006.04.19 Tokyo에서 사야가
꼬랑지1
저 윗 사진은 시부야에서 처음 가본 한국찜닭집인데 아주 괜찮다. 한국 제대로된 김치만 먹어도 탈이 날 정도고 일본슈퍼 김치가 더 맛있을 정도로 한국음식과 무관하게 살던 내가 요즘 다시 한국음식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래 어제 볼일보러 나갔다가 저기까지 가긴 그렇고 우리 집 가까운 시내에 어느 한국음식점을 발견했다. (아니 팻말 발견은 진작에 했는데 찾아 들어간게 처음이었다)
당당히 제육볶음을 시키고 보쌈김치는 포장해달라고 부탁까지하곤 어찌나 행복하던지.
문제는 식사도 그저 그랬지만 지하철에 냄새까지 풍겨가며 싸온 보쌈김치엔 기름이 둥둥 뜬 식은 삼겹살과 무채무침만 넣어져 있더라는 것.
보쌈김치에 보쌈김치가 없는 건 그렇다고 쳐도(붕어빵에 붕어는 없으니까) 도대체 언제부터 구운 삼겹살이 들어가는 건지. 주방에 대고 한국분이니까 특별히 잘해드리란 말도 직접 들었는데 말이다. 이 것도 어느 지방 별미인가 내가 한국을 떠난 후 보쌈김치도 퓨전으로 변했나 별 생각이 다든 저녁이었다.
꼬랑지2
언니 미리 축하는 했지만 딱 오늘이 생일이네요
생일축하구요 늘 건강하게 그리고 지금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멋진 삶이 이어지길 바래요!!!!!
(꽃무늬원피스도 자주 입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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