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들어는 봤나. 상상알콜중독..^^

史野 2006. 4. 27. 21:36

 

 

상상임신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상상알콜중독이란 말은 아마 못 들어봤을거다. 바로 이 여자가 상상알콜중독자다..ㅎㅎ

 

아무리 내가 알콜해독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술을 퍼마시면서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시다시피 나야 알콜중독자중에서도 상 까다로운 알콜중독자이다보니 마시는 종류 정해져있고 그것도 맛없는 건 안 마시는 나름 알콜중독자의 자존심이란 건 있지만 말이다.

 

거기다 그 놈의 맥주는 칼로리는 얼마나 높은지 아무리 내가 하루키처럼 맥주를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해도 맨날 제자리걸음 혹은 늘어나는 몸무게에는 기운도 빠지고 말이다.

 

많이 안먹는 내가 살이 찌는건 무조건 맥주때문이라고 시아버님도 외치시고 신랑도 외치고 트레이너도 외치고.. 앞의 두 사람말은 그러려니 하는데 트레이너의 끈질긴 괴롭힘은 당해내질 못하겠다. 거기다 갈때마다 전 날 얼마를 마셨는지 보고까지 해야한다..-_-

 

사실 뭐 꼭 그래서는 아니고 나를 사랑하는 몇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데다 나도 나이가 몇 인데 이러고 사나 하는 자괴감도 들더라

 

요즘은 도저히 싼 포도주는 마실 수 없고 비싼 포도주는 또 가격때문에 자주 마시긴 그래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그래서 맥주를 박스로 사놓지 않고 사다 마시기로 했었다.

 

문제는 내가 사러가면 왕창 사와서는 그걸 하루에 다 마신다는 거(그럼 박스로 사놓지 왜 사다 마시냐고?? ㅜㅜ) 그래 오늘은 마시지 말아야겠다 싶어 참고 있다가 신랑이 퇴근한다는 전화를 하면 당장 나오는 말이 '맥주 오네가이시마스!!'또? 이러면서도 알았다는 신랑. 퇴근길에 뭐 사오는 거 무진장 싫어하지만 내가 맥주를 마셔야한다는게 훨씬 중요하다..ㅎㅎ

 

다이어트중인 신랑은 요즘 맥주를 거의 안마시는데 그래서인지 딱 두개(겨우 천리터다..ㅜㅜ)를 사들고 올때도 있는데 치사하게 두개가 뭐냐고 물으면 세 개를 사올경우 꼭 내가 자기도 마실래 물어본다나? 하긴 나는 착하니까..ㅎㅎ 맞는 말이다. 근데 두 개를 사올 경우는 절대 양보 못하지..하하

 

어쨋든 앞날도 불투명하고 이래저래 고민도 많고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대단한 결심을 하고는 ,아 그렇다고 내가 술을 끊겠다 뭐 이런 황당한 결심을 한건 아니고 집에서만 맥주를 안마시기로 한 게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설명을 덧붙이자면 나가서는 마시고 집에서도 포도주나 스파클링 와인은 마시고 맥주만 안마시겠다는 것!!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넘 위험한 결정인거 같아 일단 슈퍼에 가서 무알콜맥주를 한박스 샀다..^^

 

아시다시피 금요일은 데이트하는 날. 보통은 여름에 노천카페에 가지 않는 이상 밥먹으며 술마시고 집에와서 또 마시고 그러는 편인데 그 날은 빠로 직행 열두시가 넘을때까지 술을 마셨다..( 아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다..ㅎㅎ)

 

거의 초죽음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늘봄님을 만나고 몇 시간 걸은 후 점심먹으며 간단히 맥주 몇 잔..^^

 

그리고 집에 와서부터 무알콜맥주를 마시기 시작. 다이어트하느라 맥주를 못 마셨던 내 남자도 두 손들고 환영하며 참여(?)하고..

 

근데 너무 신기한건 내가 술을 안마시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맥주가 집에 없으면 떨지까지는 않더라도 튀어나가던 내가 지금까지 무알콜 맥주만 마시면서도 너무 행복하다는 거다.

 

내 실력(?)을 아는 트레이너는 밖에서만 마시기로 했다고 또 맨날 밖에 나가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까지 했더랬는데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 이거다. 그러니까 무알콜맥주를 마시면서도 맥주를 마신다는 만족감에 하루가 이틀이 오일이 가더라는 말씀.

 

어제 퇴근해온 남편에게 맥주 사왔냐고 농담을 하고는 나 정말 대단하지 않냐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는 말.' 그러게 생각해보니 내 마누라가 술을 안마시고 아직 멀쩡히 살아있구나..-_-

 

어쨌든 나도 내가 포도주도 안마시고 무알콜맥주에 이렇게 행복해 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ㅎㅎ

 

최소한 한 달만이라도 계속 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 사진은 오늘저녁에 찍은 따끈따끈한 셀카다. 원래 좋은 피부를 타고 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나이고 술담배 엄청 하는 주제에 보톡스도 안맞겠다며 뭘 믿고 이렇게 관리를 안하는건지에 대해 고민하게 시작했다. (알콜중독을 고민하고 피부를 고민하는거 보니 나도 정말 나이가 들어가나보다.-_-)

 

더 한거 양산같은 건 써본 적이 없고 땡볕을 신나라 돌아다닌다. 

 

앞날은 불투명하니 피부라도 좀 투명하게 가꾸어야겠다는 의지로 저 적나라한 현장(?)을 올린다.

 

저게 뭐냐? 가꾼 흔적이라곤 하나도 안 보이는 모습.

 

우리엄마가 맨날 당신은 칠순이 넘었어도 아직 피부가 뽀얗고 좋은데 왜 보이는 얼굴만 그 모양이냐는 한탄을 하시는데 나도 닮았다.    

 

오늘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나보다 열살이나 어린 내 트레이너는 내 피부가(얼굴을 말하는게 아님.) 너무 좋다고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탱탱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질 수 있냐고 감탄한다. (아 여기서도 혹 내 트레이너가 내 몸피부까지 어떻게 아냐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친절히 설명하자면 트레이닝을 받다보면 자주 어깨를 만져야 한다거나 팔뚝을 잡고 있어야한다거나 그런 일이 생기니 엉뚱한 상상은 마시길..ㅎㅎ)

 

나야 뭐 엄마랑 달리 안보이는 곳도 무진장 중요하긴 하다만 어쨌든 보기좋게 늙어가는 건 참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게 늙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황신혜가 이쁘다는 자체는 부럽지만 그녀가 지금 내세우는 젊은 이미지는 내게 끔찍하다. 나는 그냥 내 나이에 맞는 품위를 가지고 늙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술을 마시면 담배를 더 많이 피니까 맥주를 안마시기 시작하면 담배도 덜 피겠거니 했더니 그건 아니라 좀 절망했다. 담배를 피기 시작한지 십년. 시작할때야 이렇게 중독이 될지는 몰랐는데 이것도 난감하다.

 

술을 끊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담배를 끊을 생각도 없는데 내 의지가 아니라 뭔가에 휘둘린다는 생각은 자존심이 좀 상한다..

 

술이 심리적 중독인것처럼 담배도 그러면 좋으련만..^^;;

 

오늘은 포도주 한 잔 마시련다.

 

 

 

 

 

 

 

 

 

2006.04.27 Tokyo에서..사야

 

 

요건 28일 점심에 찍은 또 다른 따끈따끈. 화장한 모습인데 뭐 화장을 하나 안하나 거기서 거기인듯. 그리고 거울볼때는 몰랐는데 사진으로보니 입술도 잘못 그려졌네..^^;;

 

어쨌든 기대하시라 피나는 노력을 할 전망이니 저 여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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