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했듯이 오늘은 춘분이라고 여기 쉬는 날이었다.
맨날 쉬면서 쉬는 날을 특히 좋아하는 건 늦잠을 잘 수 있기때문인데 아침잠 많은 내가 평소 칼같이 일어나 신랑 아침을 챙겨주지만 다행히 휴일은 자고 싶을 때까지 잘 수 있다는거..ㅎㅎ
이상하게 이틀내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불면증은 내게 치명적인 상황이고 내가 잠을 못 자는 건 우리부부에게 세상이 무너질 정도의 일.
오늘 푹자고 아홉시정도 일어났더니 왠일인지 아직도 커피가 없다. 휴일에도 일찍 일어나는 내 남자는 커피를 끓여 침대옆에 대령하는데 절대 안 일어나는 마누라를 위해 작년엔 호주 출장길에 커피 천천히 식으라고 뚜껑달린 커피잔까지 사왔다지..^^
나 잘 잤다고 커피달라고 보고 하곤 커피 끓이는 거 보고 노트북앞으로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커피가 안 오는거다. 커피 안주냐니까 부엌에 놔두고는 가져다 준걸로 생각했다나..
자긴 새머리냐고(독일어로 잘 까먹는 사람은 새머리다..ㅎㅎ) 물었더니만 한국말로 자긴 새모리 맞나 보단다..하하 새머리도 아니고 새모리라니.
마구 웃으며 한 번 더 말해 달랬더니 실수를 눈치챈 남편 새머리라고..치사하게 마누라 한 번 더 웃게 좀 해주면 안되나?.ㅎㅎ 하긴 뭐 나도 독일어로 그런 실수를 잘 해서 신랑이 엄청 웃었었는데 이젠 독일어 발음이 장족의 발전을 한 관계로 그도 그런 웃음이 그리울테니 뭐 아직은 내가 이익이다..^^;;
새머리라니 누가 새를 머리라고 하냐고 따지지 말길. 나도 알지만 가르쳐줬다가 내게 써먹을까봐 절대 안 가르쳐준다..흐흐
오늘은 야구결승전이 있던 날.
어제 좀 늦게 퇴근해온 남자랑 술을 마시며 휴가계획도 짜고 오늘은 오전에 운동대신 같이 야구를 보며 일본을 응원하기로 했다. 화요일은 원래 9시에 내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지만 쉬는 날은 헬스클럽도 늦게 여느라 이래저래 4시에 잡혔기도 했으니 그때 신랑도 함께 가기로 말이다.
왜 일본을 응원하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나본데 내가 일본에서 나는 쌀을 먹고 혹 지진이라도 나면 같이 죽을 판인 운명의 공동체로 사는 마당에 의리가 있지 당근 일본을 응원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이닝부터 일본이 네 점이나 내자 쿠바의 첫 홈런에 환성을 질렀다지..ㅎㅎ
내가 본 건 미국방송이었는데 쿠바인들이 하바나에 모여 응원하는 장면도 보여주니 가까스로 결승에 올라간 일본보다는 쿠바가 이겼으면 좋겠다란 생각도 잠시 들더라. 역시 일본을 응원하는 데는 한국을 응원하는 거랑 달리 한계가 있더라는..-_-
그래도 일본이 이겨서 기쁘고 결승전답게 게임은 흥미롭고 좋았다. 십점이나 얻다니..
내 트레이너가 얼마나 좋아하던지..ㅎㅎ 크리스토프가 없더라도 이승엽도 볼겸 자이언츠경기를 가볼까 심각하게 고려할만큼 다시 야구가 좋아진다.
이건 이 아파트의 비밀이라는데..ㅎㅎ 도쿄쟈이언츠에서 잘 나가는 미국인 선수가 우리 아파트에 산다더라..^^
처음엔 야구를 보겠다고 약속했던 신랑이 한국도 아닌데다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그냥 혼자 운동을 하러 가버렸다. 중요한 건 드디어 오늘 십킬로를 오십분만에 뛰어 냈다는 것!!! 신기록까지야 아니지만 아일랜드에서의 기록과 비슷하니 칠년만의 일인데다가 지금보다 몸무게가 십킬로 정도 덜 나가던 때인 걸 생각하면 지금이 더 대단한거다.
본인도 기뻐했지만 나도 너무 기뻤다. 저 정도면 이제 나랑 경쟁은 끝났다. 그러니 패자로서 그냥 박수를 쳐줄 수 밖에..ㅎㅎ
그때는 달리기 잘하는 동료랑 엄청 달렸는데 한 번은 그 둘이 이십킬로를 달린다고 해서 내가 아이스티를 만들어 그 결승점에 가서 기다렸던 적도 있다..^^
어쨌든 야구도 이기고 기분좋게 운동을 하고 내려왔더니 스모경기중이다. 우리부부는 요즘 정말 스모에 열광하고 있는데 신랑이야 원래 그렇다고 해도 나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진짜 너무나 재밌는 스포츠란 생각이다
거기다 요즘 스모판을 휘어잡고 있는게 거의 다 외국인들인데 그 외국인들이 다 마음에 든다..ㅎㅎ
특히 이번 시즌은 몽골출신들 둘이 무지 잘하는데 요코주나인 아사쇼류야 우리가 왔을 때부터 독점이니 그렇다고 해도 하쿠호라는 역시 몽골출신의 젊은이가 이번에 십킬로나 더 몸무게를 불려 나타나서는 지금까지 전승을 했다. 내일은 전승을 한 그 두 몽골출신의 선수가 대결하는데 실전을 보러 오사카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
아 신랑이야 잘하는 사람이 이기라고 하지만 나는 새로 뜨는 별을 응원하고 있다..ㅎㅎ
(3월 22일 그 새로운 별이 그 대단한 아사쇼류를 이겼다!!!!)
이렇게 책은 몇 줄 보지도 못하고 운동을 보다가 하다가 하루 해가 저물고 있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기분이 좋으면 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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