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돌아가는 기차의 괜찮은 칸은 없었는데 그나마 있는 싸구려칸도 이층침대란다. 아 삿포로에서 자면 잤지 난 도저히 이층침대에서 잘 수는 없다며 결국 두시간 반 넘어 출발하는 다른 기차표를 쥐곤 역을 나왔다.
세시가 넘은 시간 7시에 아침을 먹고는 빈속이었으니 어디 먹을 곳을 찾아 헤매는데 먹을만한 곳은 다 점심시간 끝이라고 문을 닫았다. 찾아 헤매다 어찌 굴사진이 있어 들어간 식당.
굴이 먹고 싶다는데 추천받은 음식을 시켰더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정말 저걸 날더러 먹으라는 건가
싶을만큼 순간 절망스러워 사실은 사진까지 찍은거다. 근데 저 음식이 나중에 빈대떡이 되었다는거. 내가 한국을 얼마나 오래 떠나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 금요일은 맥주도 반값이라고 해서 죽치고 앉아있고 싶었지만 음식값이 저렴해서인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오길래 일어나 나올 수 밖에..
세상에나. 내가 처음 오던 날은 더러움의 극치였던 삿포로가 갑자기 하얀 옷을 갈아입고는 너무나
따뜻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거다. 정말 눈이 다시 내리니 그 인상이 얼마나 달라지던지.. 뜬금없이 앞으로 나도 화장을 제대로 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한듯만듯한 화장을 늘 하는데 마흔의 여자얼굴을 분칠만 해도 저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젠 남을
위해서라도 약간 분장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이 들정도로 처음 본 날의 삿포로와는 너무도 달랐다.
첫 날은 들어가보고 싶지도 않았던 전 삿포로 시청에도 들어가보고 이리 저리 삿포로시내를
좀 쏘다녔다. 기차를 탈때까지 시간은 널널했지만 온도는 영하 8도를 가르키고 열차만 탈 생각에 맨다리에 바지만
입었더니 아무리 코트가 길다고 해도 너무 춥다. 생각같아선 어디 들어가 적포도주라도 마시고 싶지만 한동안 단벌로 떠돈
나그네 차림이 예의도 아닌거 같고 결국 고민하다 전망대로..^^
눈이 새로 내렸다는 걸 알 수있던 도시 풍경.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본 엉금엄금기는 삿포로앞 역 풍경 (저 위 사진을 찍은
곳)
아 동경과 달리 서울처럼 산도 보이고 새롭게 다가오는 삿포로
끔찍하던 도시가 새롭게 다가오니 어찌나 다행이던지..
나같은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혼자 와서 야경을 감상하거나 글을 쓰는 이쁜(?)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띄고
도쿄타워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다와 그 앞에 자리잡고 앉았다. 아 저게 도쿄타워라면 걸어서
이십분만에도 집에 갈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여행내내 들고 다니던 짐가방. 왼쪽이야 카메라 가방 대용이니 오른쪽 작은 가방에 책이며 속옷이며
바리 바리 넣고 다녔다는 거 아닌가
포도주 몇 잔 마시며 아 이제 기차만 타면 집에 가는 구나,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여행이 이제 끝나는 구나 하는 생각에 괜히 시원섭섭한 마음도 들더라.
내려와 삿포로게를 택배로 보내고 그래도 올때 타봤으니 갈때는 덜 걱정이 되던 기차를 타러 갔다 이 기차만 내리면 이제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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