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내리니 정말 너무너무 추웠기에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갈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당장 택시를 잡아탔다. 걸어올때 보았던 아바시리 맥주집에갈려고..^^ 유명한 집이냐니까 관광객이 많이 간다는 택시 아저씨.
정말 홋가이도에 가서 놀랜건 중국(혹은 타이완) 관광객들이 너무나 많이 온다는 거다. 나는 중국어를 좋아하니까 중국어쓰는 사람들을 만나면 괜히 반가와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은 사람인데도 오호츠크해에가서 까지 그렇게 단체로 만나게 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기에 좀 당황스러웠다..ㅎㅎ
아니나다를까 역시 그 집앞에도 관광버스가 두 대나 서있고 뷔페들을 먹느라 난리도 아니다. 뷔페를 싫어해 발길을 돌릴까 하는데 메뉴도 가능하다고 하고 이층에도 자리가 있다니 얼마나 기쁘던지.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맥주를 하나 골라달랐더니 신난 아가씨의 추천으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얼어붙은 강을 내려다 보던 그 기분이란.. 더군다나 메뉴에 떡하니 올라있던 돌솥비빔밥. 아바시리까지 가서 돌솥비빔밥을 만나게 될 줄도 역시 예전에 미처 몰랐다..^^ 더군다나 돌솥은 얼마나 작던지.
내가 일본을 좋아하는건 음식량 때문이기도 한데 많이 안먹는 데다 음식버리는 걸 싫어하는 나는 음식점에 혼자 들어가는 게 사실은 아주 곤혹스럽다. 그래서 한국음식점에 혼자 갈때는 미리 미리 이거 안먹을 거라며 도로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럼 늘 뭐 저런 웃기는 애가 있나 이러고 쳐다보는게 보통..^^;; 얘기가 새버렸는데 어쨌든 그 곳에서도 두 종류의 맥주를 마셨는데 역시나 맛있었고 홋가이도 각 지역을 돌며 맥주 마시는 여행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제처럼 방을 못 구하면 안되니까 미리 역에 있는 여행안내소로 향했다. 오늘은 온천같은 좀 근사한 곳에서 자고 싶단 생각도 간절하고.. 유감스럽게도 가까운 곳에는 온천이 없다고 하고 대충 욕탕이(?) 있는 곳중 호숫가에 있는 곳을 하나 찍었다. 문제는 가격의 편차가 아주 심한 곳이었다는 것.
어제도 싸구려 방에서 잤으니 에라 모르겠다 싶어 방하나를 부탁한다고 했더니 전화를 한 아가씨 생글생글 웃으며 가장 싼 방을 예약했다나..그렇게 비싸냐고 물었던 건 가장 비싼 가격때문에 그랬던 건데..ㅜㅜ 그럼 호수도 안 보이는 방일텐데 바꿔 달랄까 하다 들어갔다 나오는 택시비도 있으니 그냥 고맙다고 했다. 사실 점심때 방을 미리 얻는 것만도 감지덕지인 기분도 있었고..^^
다음 목표는 아바시리 감옥 박물관. 감옥이었던 곳을 개조해 박물관을 만들어 놓았다는 그 곳이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겐 세상 끝처럼 여겨지는 곳의 감옥이 어떤 모습인 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택시를 탔는데 이 아저씨 진짜 감옥아니고 옛날 감옥이냐고 몇 번이나 묻는 거다. 왜그렇게 자꾸 확인을 하냐시니까 다들 관광버스로 다니지 나처럼 혼자 와서 옛 감옥을 가자는 사람은 없다나..하하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내가 남편면회라도 가는 줄 알았나보다. 하긴 뭐 누군가 이름이라도 알았다면 찾아가 이야기라도 하는게 나쁠 것도 없었겠다만..
산중턱에 위치한 감옥은 몇 개의 건물로 나눠져 박물관으로 개방하고 있었는데 흐린 날씨탓일까 아님
선입견 탓일까 무진장 을씨년 스러웠다.
미소시루나 간장들을 수감자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작업장.
다섯 동이 방사선으로 나눠져 있던 감옥방들. 물론 사람이 거의 없어서이기도 했겠지만 실내에서
거위털 코트까지 입고 있었는데도 뼈속까지 시려왔다. 지금은 일본도 많이 나아진 걸로 아는데 다른 동에서 보니 저 가운데에 난로가 딱 하나
있더라.
모형수감자들. 독방만 있는 동도 있고 여럿이 쓰는 방도 있다.
이건 목욕실. 수감생활중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였다던가..
이건 문제 수감자를 최장 일주일 가둬놓았다던 별채(?) 문을 닫으면 햇볕 하나 들지 않는다. 저
벽돌집은 문을 닫아놓으면 소리하나 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얼마나 끔찍했을까 싶어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성범죄처벌로도 말이 많고 범죄자라는 것에 대해 내 복잡한 속이 정리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저런 식의 처벌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확인. 어느 책에서였던가 예전에 유럽에서도 소매치기를 없앤다고 소매치기 공개처형하는 장소에서 소매치기가 가장 극성을 떨었다지 않는가..
복잡한 속을 아우르며 저물어가는 곳을 터덜터덜 걸어내려왔더니 당근 들어오는 택시가 없으니 나가는 택시도 없고 나도 이 곳에 수감되는 건가 하는 웃기는 생각이 순간 스쳐간다.
아까 본 지도상으로야 호텔이 멀지 않은 듯 했으나 걸어갈 수도 없는 일 어찌 어찌 버스를 잡아타고 역까지 도로나와 호텔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