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아바시리를 향하여

史野 2006. 2. 23. 08:49



기차는 북으로 달리고



달리다가



결국은 어두워졌다. 눈이 오면 창가에 저렇게 얼음처럼 붙어버린다.



아홉시가 다 되어 내가 도착한 곳이 이 황량하고 멋대가리 없는 오츠크해에 면한 아바시리라는 곳. 다행히도 바로 앞에 호텔이 두 개 나란히 있다.  하나 골라 들어갔더니만 만실이라나? 아니 수요일에 이 추운 곳이 만실일거라고 예전에 미처 몰랐다.. 설마했더니 더 큰 옆 호텔도 방이 없다는 거다. 물론 내가 오츠크해연안도시에서 얼어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찌나 당황스럽던지..ㅜ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 봐야겠는데 술집도 눈에 안띄고 담배 한대 피워물고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나타난 호텔이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호텔이라고 써있던 곳..ㅎㅎ 당장 들어가 방있냐니까 있단다. 내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때냐 달라고 하고 검문(?)에 몇 가지 답을 해드린 후 혹 다시 없다고 할까봐 잽싸게 올라갔다.. 정말 이번 여행은 알뜰할 생각이 거의 없었는데 여행이 알아서 기차값이며 방값이며 절약해주니 고마와 해야할지 어떨지 판단이 안서더라..ㅎㅎ

크기에 비해서는 겁나게 쌌던 그 방에 누워 쓸데없이 이 방이 왜 싼가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는데 커튼에 더러운 무늬가 그려져 있다는 것과 조명은 중앙에 달랑 형광등이 하나라는 것 정도?   홋가이도산 김치가 왜 그렇게 잘 팔리며 그 이유가 뭔지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아바시리에서 이틀정도 묵을 생각이었고 침대는 괜찮았기에 하루연장할까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안그래도 쓸쓸한 도시에서 후진 방에 있으면 더 쓸쓸할 거 같아 그냥 짐을 싸들었다.



아니 저 것이 무엇이다냐? 기념으로 한 마리 사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바닷쪽을 향해 무작정 걷는데 방을 다 채운 인간들은 다 어디를 갔는지 개미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데도 얼어붙어 있던 강.



아 드디어 오츠크해다. 날씨가 좋았으면 얼마나 좋으련만은..ㅜㅜ



걸어가다 만난 어느 집 현관. 저게 설국에 사는 사람들의 필수품인가보다..ㅎㅎ 



아 사람들이 다 저기 모여있었던 것이다.. ㅎㅎ 다들 관광버스로 단체로 이동을 하는데 저기까지 걸어가는데는 또 얼마나 힘들던지..-_-

'흙 묻은 신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바시리 감옥으로  (0) 2006.02.24
오호츠크해상에서  (0) 2006.02.23
오타루  (0) 2006.02.22
2월 14일  (0) 2006.02.22
2월 13일 떠나다  (0) 200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