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책에 대한 집착

史野 2003. 12. 8. 09:04

Edgar Degas. Portrait of Edmond Duranty. 1879. Pastel and tempera. Glasgow Museums and Art Galleries, Glasgow, UK







이번에 이사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책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책장 두 개를 줄여야했기에 아예 안버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결국 많은 것들은 박스채 창고로 들어가버렸다



사실 책 책 하지만 진짜 책 좋아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우리집엔 책이 많은 편도 다양한 편도 아니다



내겐 가장 중요한 미술관계서적이 조금 한국소설책들 그리고 독일어책들..내가 구독하는 잡지..



아 사정상 사전이 스무개가 넘는다..ㅎㅎ



그나마 미술관계책들은 워낙 비싸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복사해 놓았다보니 책도 아니구 서류철에 묶여 있는 것들도 무진장 많은 편이구..



미술관계 서적은 비싸서 그리고 한국어책이나 독일어책은 떠도는 내가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아니기때문에 더 집착을 하게 되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책에 대해 집착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어린 시절에서 찾을 수가 있다



울 엄마는 돈없다고 비싼 책은 절대 안사주고 왕성한 내 독서력에 대한 대안으로 매번 나를 끌고는 헌책방으로 향하곤 했는데 내가 읽은 책들을 다른 책들로 바꾸고 또 읽으면 갔다주고 바꾸고 그런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니 그 당시 유행하던 해외명작전집이 주르르 꼿혀있는 내 친구들 집이 얼마나 부러웠겠는가..책에 한 맺힌 눈물나는 어린시절이다...ㅎㅎ



헌 책방에 주로 있던 책들이 그랬는지 아님 울 아빠의 약간의 보수적 민족주의가 한 몫을 했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주로 한국창작동화나 전래동화 민화 뭐 이런 책들을 엄청 읽었다



그런 나같은 처절한(?) 민족주의자로 키워진 애가 어쩌다가 이렇게 세계시민이 되어 떠돌고 있는 지 아이러니다..ㅎㅎ






또 다른 장식보다 책이 장식된(?) 집을 참 좋아한다 왠지 책이 많이 있으면 그 주인도 뭔가 무게가 있을 것 같은 그런 편견을 남에게, 허영은 나에게 아직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 갔었던 시누이의 작은 아파트가 천장까지 한 면이 모두 책이었는데 난 무진장 감동먹었었다.



물론 전공이 문학이고 출판사에 일을 하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하나 책상하나 그리고 책장인 그 심플한 방이 어찌나 멋져보이던지..



우리 시누이 원래 좋아했지만 더 좋아졌다..^^



사실 책은 내겐 그림 책 조명 세가지 핵심 인테리어요소이기도 하다..ㅎㅎ






예전에도 그러긴 했지만 특히 해외에 살게 되면서 새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나는 책을 기준으로 손쉽게 사람판단을 하는 척도로 쓰기도 한다



어떤 집을 방문하면 그 집에 있는 책들을 유심히 본다.



그럼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 책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나도 유심히 보는 편이다



어떤 책들을 언급하거나 빌려가려고 하는가 뭐 그런걸로 대충 그 사람과 앞으로 나누게될 대화의 방향을 결정하면 보통은 들어 맞는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아 얘랑은 여성작가 사랑소설만가지고 떠들면 되겠다 뭐 이럴지도 모르겠다.헤헤)



지금은 거의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어린 애들 교육용으로도(?) 활용을 했었다. 그렇게해서 잃어버린 책들도 많지만 어쨌든 빌려주고 읽고 난 느낌을 나중에 다시 나누고 하는 일들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내가 지금 가진 책들에 가장 집착을 하는 이유는 독자란에 썼었지만 그 사연들 때문이기도 하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조금씩 조금씩 정성스럽게 골라 보내준 책들..



한국이나 독일에 다녀오며 악착같이 한 권이라도 더 챙겨온 책들..



올해는 내 외국생활에서 가장 책이 풍성했던 해였다. 한국과 독일을 다녀온데다가 다녀간 네 팀이 모두 책을 싸들고 왔으니 말이다



보통 한국책들은 내가 쓰는 언어에 대한 보복이라도 하듯 생기면 다 읽어제껴야해서 남편이 좀 아껴읽으라고 구박을(?) 하는 편인데 올해는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있다.



원래 붙들고 씨름해야하는 독일책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일까 바라보기만 해도 부자인거 같아 아주 흐믓하다..














2003. 12.08 東京에서...사야




뒤랑티는 소설가이기도 하다지만 인상주의자들과의 미술비평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마네와의 결투는 유명한데요

또 우리의 그 문제많은(?) 마네가 뒤랑티가 쓴 비평에 열받아 그를 때리곤 결투를 신청하죠..ㅎㅎ 둘은 뭐 나중에 친해졌다고 하네요.

나중에 정착을 하게 되면 세 면이 책장이고 한 면이 정원을 향하고 있는 그런 방하나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뭐 이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사진은 적응력뛰어난 제가 요즘 바다는 잊어버리고 다시 사랑에 빠지고 있는 저희 집 전망입니다..ㅎㅎ

일본은 한국이랑 시차도 안나는데다가 지금 칼럼을 올리는 이 시간 온갖 김치만드는 법을 방송하며 유산균이 많고 양념은 어쩌고 무지 맛있다 난리를 치는데 참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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