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정리하느라 여기 저기 쑤셔박아놓았던 신발들을 다 꺼내놓고 보니 의외로 신발이 많다
동경에 가면 많이 걸어다닐 생각이니 신발을 좀 더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물론 성격상 잘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클 것이다
거기다 워낙 걷기 좋아하고 하도 씩씩한(?) 걸음거리라 여기 상처, 저기 상처 점잖은 자리에 신고갈 만큼 멀쩡한 신발들은 별로 없다
가만히 바라다보니 저 안에는 큰 맘먹고 마련해서 여전히 행복한 로바등산화도 보이고 결혼식때 구입했던 하얀 가죽꽃신도 보이고 5킬로를 쉬지 않고 달린 기념으로 남편에게 선물받았다가 그 다음부터 그만두어 찬밥이 되었던 조깅화도 보인다..^^
모든 것들이 그럴까?
갑자기 주르르 늘어져있는 신발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가 떠돌아다닌 땅들이 무작위로 떠오른다
구입한 곳도 다양하지만 신고 다녔던 곳은 더 다양했지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의외의 장소를 가게 될때가 많고 그때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신발이다
샌달을 신고 정글탐험을 해야하는 일도 생기고..
구멍난 신발로 늪지대를 헤매야하기고하고..
여름신발하나 없이도 여름을 날 수 있는 더블린 같은 곳도 있고.
12월에도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홍콩도 그렇고.
보기랑 다르게 10킬로를 걸어도 발이 괜찮은 신발이 있는가하면 단지 5킬로만에 발이 아픈 신발도 있다
저 신발들을 신고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땅들을 지나게 될까...
2003.11.10 香港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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