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여자

史野 2004. 1. 4. 19:51

Jean (Hans) Arp. Human Concretion. 1935. Cast Stone. 49.5 x 47.6 x 64.7 cm.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NY, USA.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여자...



내가 전에 잠시 언급한 적이 있지만 그게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오던 유일한(?) 삶의 목표였다



이상하게도 난 어려서부터 꿈이 없었다. 아니 뭔가가 되려고하는 구체적 욕구가 없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걸까 그냥 인생이 뭔가를 고민하며 힘든 날들이 더 많았으니까..





꿈이 없었어서 지금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그냥 어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아니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난 정말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여자다



자기 색이 분명하다 못해 이젠 정말 다른 색을 가진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기엔 힘이 들어 버린 그런 색..



가끔은 그래서 스스로도 불안한 그런 색감의 여자...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몇 년 전부터는 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삶에는 어차피 각자의 몫이라는게 있는거..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라고 그러니 넌 더 행복하다거나 더 불행하다거나 그런 종류의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인간은 본인이 경험한 것만큼만 느끼게 되어 있으니까



그리 오래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이라는게 내가 선택했다고 해서 그 결과도 내가 원하는 것처럼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이 내가 살아왔기에 그리고 살아가기에 내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는 걸..



그리고 결국 마지막 날 그 삶에 대한 책임을 지고 떠나는 이도 나라는걸..





이제 난 어느 정도는 자기 색을 죽일 줄도 알고 다른 색도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여자이고 싶다



늘 그렇진 못하겠지만 세상과 가끔은 화해도 해가며 살고 싶구





물론 한 번 강하게 그려진 그림을 고쳐그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근데 아무것도 수정하지 않아도 그림은 빛을 받으면 그 빛이 퇴색하고 점차 희미해져간다



그래서 미술관들은 온도며 빛이며를 조절하려 안간힘을 쓰는 거겠지





세월의 빛을 받아 점차 퇴색해가는 자신을 여유있게 바라보며 힘을 잃어가는 피부나 주름에 안달하지 않고..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어놓고 늘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여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건 분명한 색을 갖는거보다 훨씬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004. 01.04 東京에서...사야





처음으로 조각을 올려봅니다..^^

콜라주며 초현실주의 다다운동에도 참여했던 Arp(1887-1966)는 후기에 조각을 합니다. 작품이 추상적으로 불리워지는 걸 싫어했다는 그는 "나는 내 작품이 숲, 산, 자연에서 그 평범하고 이름없는 장소를 찾아가기를 원했다"고 했답니다.

여러분들 느낌도 그러세요?





쇼스타코비치-왈츠

 

연휴 즐겁게 보냈나요? ..boss

보스는 배부른 아줌마와 함께 집에서 조용하게 열심히 청소하며 보냈습니다.-.-

오늘은 병원가서 오래간만에 새생명의 고동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아기가 엄마를 닮았는지 힘차게 움직이더군요.ㅎㅎ

어떻게 보면 자기 색을 내기가 가장 힘들지 모르지요...
사야님이 지니고 있는 멋진 색으로 주위를 행복하게 해주시길 한해가 되시길...^^

 

 

동감~ 동감~ 감자먹는여자

아니, 제 머릿속에 들어오셨다 가셨나요?
헤헤~~
동감하는 내용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생각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오묘하군요. ㅎㅎ

사야님처럼, 마음가는대로
맛깔스럽게 글 쓰기가 정말 부럽습니다.

좋은 하루요!


자기색깔이 아닌 튀는 것 ..가시

흠집내기 좋아하는 남자들은
자기 색깔이 강한 여자들을
단호하게 공격한다.
왜 꼭 여자 남자를 대립각으로 세우는지에 대한 그런 질문은 여기서 무시하고.
가끔 '넌 어디 있던 튀어'라는 말을 들을 때는
듣기가 참 거북살스럽다.
그 말에 담긴 날카로움을 숨기려하지 않고 드러내는
상대의 의도를 모르는 체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순전히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의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고맙다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튀는 게'
사야님의 '자기 색깔이 분명한'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도 아닌 지난해에
동창녀석이 딱 그런말을 사용했다 내게.
웃으면서 넘겼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했다.안타깝게도.

왜냐하면
튄다는 말과 여자 거기다 튀는 여자라는 어감은
상당한 불쾌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여자는.하는 단서에 이르러서는
고만 드러운 성질이 드러나버린다.어흥!

나는 별로 튀고 싶다고 생각해 본적도 행동한 적도...헤아려보니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좋아하는 국어선생님앞에서였고
학교방송에 VTR로 중계되는 아침조회시간이었고
입사하고자하는 회사에 면접하러 갔을 때 정도였다.
나는 심지어 좋아하는 남자앞에서조차
튀는 걸 극히 염려했었다.
그럼에도 나를
극장입구에 줄창 펑펑 튀고 있는
팝콘 대하듯이 튄다고 하다니.

어쨌든
자기 색을 가진 사람은 튀게 마련이고
또 자기 주장이 있게 마련일테니
그 사람들이
중의적 표현속에 담긴
그 음험함을 꾸짖어 주었으면 좋겠다.
소심한 여자의 성난 이를 감추도록 말이다.

 

멋찐 색깔로 뚜렷이 그려진그림.. zeth1004

은 보기가 좋아여..
사야님같애여..
그 색깔을 잃어버리면..사야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버리니..
언제까지..잃어버리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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