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엽기적인 그녀..Hanna

史野 2004. 2. 1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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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면? 답은 하나다 다른 남자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았을거다..ㅎㅎ

근데 시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내겐 속상해서 술을 마신 날 미치도록 보고싶은 사람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고 하나는 우리 시어머니다

두 사람에게는 무슨 얘기를 해도 창피하지 않고 무조건 내편이 되어서 내 얘기를 들어주고 같이 아파해주고 위로해준다.

 

오늘의 주인공 엽기적인 그녀는 바로 내 시어머니다.

사실 우리 시어머님얘기를 할려면 칼럼을 한 열번은 써야하지만 좀 길게 한 번에 끝내겠다...^^

 

보통 국제결혼을 한 사람들은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은 편이다

한국처럼 자식에 대한 무한한 애착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특히 서양언어는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얘기를 하기때문에 친구같을 수도 있구.

거기다가 이름까지 부르니 말이다 (물론 독일에서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는 애들도 많다.)

 

내가 어머님이 어쩌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Hanna 너 나한테 소포보낼려고 그러지?' '어 어떻게 알았니?' '내가 너를 모르면 누가 아니?'..  어감은 물론 많이 다르지만 대충 대화가 그런 식이다

그래도 편의상 어머님과 사야로 얘기를 진행해가겠다..ㅎㅎ

 

울 어머님의 며느리사랑은 딱 팔불출수준인데 그러다 보니 엽기적 행각(?)을 많이 보이신다

아 엽기적이라고 하면 우리 시어머님을 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니 미리 말해두지만 아주 여성적이시고 교양이 철철 넘치는 그런 분이다..ㅎㅎ(우리 시댁에 얼떨결에 와서 묵고 가신 분들이나 만나보신 분들 동의하시죠? 헤헤)

 

물론 나랑 시어머니는 서로 첫 눈에 반해서..ㅎㅎ  결혼전부터 친했던 이유도 있긴 하지만 어쨋든 유별난 며느리를 두신 덕분에 시댁에서 자고 가거나 최소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은 한국인이 근 삼십명이다..^^

 

우리 어머님은 내가 시댁식구가 되면서부터 시댁식구들이 더 행복해졌구 당신 자식도 보면 볼 수록 편안하고 행복해보인다는 분이다

정리하자면 완벽한 며느리에 완벽한 아내라고 믿고 계신다.(돌던지지마라 내가 아니라 어머님이 믿고 계시는 거니까..ㅎㅎ)

 

그래서 내가 남편욕이라도 할라치면 얘 내가 네 남편을 더 잘키워서 너에게 보냈어야하는건데 미안하다 이러신다 -_-;;

 

우리는 가끔 비슷한 남자들과 사는 애환(?)을 나누기도 하는데 그럼 당신은 40년이 되어도 아직 힘든게 있는데 네가 더 현명하다고 아기같이 좋아하신다

 

물론 교양있는 어머님과 선머슴같은 내가 늘 좋기만 했던건 아니고 몇 번 부딪히기도 했었다.
한 번은 내가 어머님이 너무 배려하시니까 짜증나고 힘들다고 제발 그러시지 좀 말라고 그랬더니 '얘 내가 이렇게 6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고치는게 쉽겠니? 미안하지만 그냥 니가 이해를 해주면 안되겠니?' 눈물이 글썽 글썽 그러시는 바람에 둘이 붙잡고 함께 울었다..ㅎㅎ

 

울어머님 나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셔서 동네방네 자랑까지 하고 다니시는데(이건 말이 그렇다는 거구 우리 어머님 성격이 그렇지는 않다..ㅎㅎ) 어머님 교회의 은퇴한 목사님이 아일랜드에서 설교할 일이 있어서 더블린집에 오신 적이 있었다

 

시부모님 친구분들만 우리 집에 오시는 건 처음이었구 그 사모님은 요리도 잘하고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분인데 두 분다 채식주의자시고 해서 내가 무지 얼었다
(지금이야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채식주의자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상관없지만 그땐 일단 그랬다..ㅎㅎ)

근데 이 사모님이 식탁에 앉자마자 '니 시어머님이 너 요리 잘한다고 너희 집가서 맛있는 음식먹게 될거라고 그러셔서 너무 기대가 된다' 이러시는게 아닌가?
아이구 자랑을 하셔도 번지수를 잘 찾아하셔야지..ㅜㅜ 자랑한 시어머님도 웃기고 그렇다고 식사전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그 사모님도 웃기고 서양음식은 오븐에서 나와봐야아는 것도 많은데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다 나더라.-_-;;

 

난 시댁에 가면 그동안 시어머님이 읽으신 책들을 쭉 둘러보고 괜찮은거 있으면 빌려(!)오기도 하고 그러는데 '어머님 이 책 어때요? '물으면 가끔 '얘 나 그거 잘 이해못했어 니가 읽고 말 좀 해줘라..'
내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주로 까먹고 사신다..-_-;;


우리 시어머님이 엽기적인 건 가끔 당신이 내 친정엄마인줄 안다는 거다

지난 번 남편이 동경문제로 독일에 가게 되었을때 짧지만 시부모님과 공항접속을 하는 시간을 만들었었다
근데 본사에서 일하는 울 신랑 친구가 공항까지 쫓아갔다는거다 (걔는 왜 일은 안하고 어렵게 만든 시간을 방해는 한건지..ㅜㅜ)

어쨋건 넷이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가 자긴 아무리 생각해도 너보다 사야가 더 대단하다고 아무 마누라나 그렇게 못한다고 넌 정말 결혼 잘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뭐 울 신랑은 당근 자기도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ㅎㅎ

 

울 어머님 집으로 가시자마자 흥분된 목소리로 당장 전화를 하셨다 공항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하시면서 얘 걔가 그러고 니 남편은 동의를 하고 내가 옆에서 그 얘기를 들으며 얼마나 자랑스러웠겠니? -_-;;

이건 뭐 딱 사위랑 사위친구가 하는 얘기를 들은 친정엄마다.아무리 며느리가 이뻐도 자식이랑 그 친구가 칭찬을 하면 내 아들이 잘나서 그렇지 하며 좀 아니꼬운게 사람심리 아닌가? (어머님 나를 낳으셨나요?? ㅎㅎ)

 

한 번은 정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기습사진을 찍으셨다 (기습사진 찍는거 울 시어머님 취미다..ㅎㅎ)
넘 이쁘다고 뽑아서 울 엄마에게 보내자 하시다가 갑자기 얘 니 엄마가 너 담배피우는거 싫어하신다고 그랬지? 안되겠다 다 피우고 다시 찍자 (아니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거냐..-_-;;)

 

내가 울 신랑하고 헤어지겠다고 했을때도 손을 꼭 잡고 그러셨다 난 내 아들이 널 너무 사랑하는 걸 알고 너와 헤어지면 힘들것도 알지만 난 너도 사랑하니까 네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한다고...정말 눈물났다

그러다보니 일단 공부도 계속 할겸 별거도 해볼겸 독일로 가서 자취를 하다가 힘들어 포기하고 남편과 별거를 시댁가서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ㅎㅎ

 

지난 번 시누이가 남자친구와 왔을때도 이사하는데 나 넘 힘들겠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다.거기다 시누이남자친구가 나이가 좀 많아서 우리가 불편하겠다고..

당근 하나도 안그렇다고(진짜 그 남자 참 좋았다..^^) 전화를 하면서 근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평소 나처럼 버릇없이 굴기는 좀 힘들다고..ㅎㅎ 그래도 뭐 내가 어디가겠냐고 좀 버릇없이 굴긴 굴었는데 기분 안나빠했으면 좋겠다고..
울 어머니 당장..'얘 기분나빠하긴 그게 니 장점인데..'(정말 이쁘다보니 별게 다 장점이다..-_-;;;)

 

정말 끝도 없다

울 어머님 내가 전화할때마다 나도 네 생각하고 있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다고 너무 좋아하시는데 사실은 늘 우리 생각을 하고 계시니 어쩌다 전화하면 어찌 안통할까..ㅎㅎ

 

아버님이 술을 안드셔서 가끔 술 한 잔 하고 싶으셔도 혼자드시기가 그런 어머님은 술좋아하는 며느리만 가면 옆에서 포도주 한 두잔씩 얻어(?) 드시며 며느리 술주정까지 받아주셔야하는데..^^

특히 내가 혼자 방문하면 몇 시간씩 앉아서 서로의 얘기를 나눈다

그래서 자식들도 모르는 어머님의 과거(?)는 내가 다 꿰고 있다..ㅎㅎ

그런 표현을 잘 안하시는 분이지만 아주 가끔씩 전화벨이 울린다 너와 함께 마주 앉아 포도주 한 잔 했으면 참 좋겠다고..^^

 

어머님의 그 무한한 사랑으로 나는 상처도 회복하고 더 커가고 남에게 베풀 여유까지 갖는다

 

내 시어머니 Hanna

칠순이 넘으셨어도 여전히  새로운 요리법을 시도하시고 두 분다  매주 한 번씩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시고(저 위의 그 깐깐한 사모님이 선생님이라서 숙제도 많구 방학하면 너무 좋아하시지만..흐흐) 십년 넘게 리코더도 꾸준히 레슨을 받으시는데 하루도 안빼고 연습하신다.

아버님 은퇴하시기전엔 이태리어도 하셨는데 일년에 한번씩 이태리로 어학연수까지 가셨다.
물론 나도 지금이야 그 나이되면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땐 60넘은 할머니의 어학연수라는 말이 넘 웃겼다..
노인들의 어학연수라도 어학연수는 어학연수니 비용절감으로 아침비행기를 타셔야해서 다른 도시에 사시던 어머님은 친구분이랑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새벽같이 나가신적도 있다..ㅎㅎ

 

그런 어머님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자극도 많이 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알거 같다

엽기적 내 시 어머님은 또 참 열린사고의 소유자다 너무나!!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신데 한 번은 내가 '어머님 저 아무래도 절에 다녀볼까봐요 자꾸 관심이 가네요' 했더니 그래보라신다
'울 엄마가 알면 기절할텐데요' '그럼 말씀안드리고 다니면 되잖니.'

하하하


나를 특별히 사랑하시는 시어머님이 들으시면 섭섭하실지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내가 아닌 어떤 다른 여자였더라도 당신의 행동은 같으셨을거라는 걸

아들에 대한 믿음, 아들이 택한 여자를 장점만 보고 사랑해주는게 당신 아들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방식인것을..

그래서 난 당신의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당신아들을 더 사랑하고 존중하니 내 시어머니 Hanna는 엽기적인 그녀가 아니라 가장 현명한 여인인지도 모르겠다

 


 

2004.02.11 東京에서...사야

 

사진은 시부모님이십니다 가운데 잘 안보이는 독일어가 영원한 사랑입니다..ㅎㅎ(시누이가 찍은 겁니다..^^*)
어머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거의 없네요
물론 사진은 주로 어머님이나 제가 찍기때문이기도 하구요
저는 머리가 큰거에 어머님은 머리가 작은거에 서로 컴플렉스를 갖고 있기때문에 사진 나오면 둘다 마음에 안들어하는게 보통입니다..ㅎㅎ

 

다마레 - 하얀티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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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님 칼럼에서 너무 좋아서 여러분들께도 보여드릴려고 가져왔습니다.

태백산에서 찍으신거라네요

예전에는 독자란에 올려주시곤 하셨는데 이젠 시스템이 바뀌었으니 제가 알아서 훔쳐옵니다..헤헤  모두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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