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Chagall Double Portrait with Wineglasses, 1917
내가 집에서 유일하게 만들어 마시는 칵테일이 있다면 블랙러시안이다.
칼루아와 보드카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데다가 색감이며 입에 감기는 초코렛맛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남편이 좋아하는 블러디메리도 보드카에 토마토쥬스로 만드니까 우리부부 칵테일궁합으로 딱이다..ㅎㅎ
칵테일은 색으로 마시고 분위기로 마시고 이름으로 마시고..^^
난 고등학교때 처음 칵테일을 마셨다.
추운 겨울날 왜 큰언니와 내가 갑자기 밤기차를 타게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엄마의 큰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집을 나왔구 무작정 청량리역에서 강릉행 밤기차에 몸을 실었었다.
아마 언니가 힘들었었을 수도 있고 힘들어하는 나를 언니가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일수도 있고..
어쨋든 그런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언니와 참 많은 얘기를 했었던거 같은데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건 칼날같이 추었던날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
덜덜떨다 찾아들어간 낙산호텔라운지..
오전이었던지라 텅빈 그 곳에서 난 생전처음으로 페마민트를 마셨다.
보석처럼 영롱했던 술의 매혹적인 빗깔과 창밖으로 펼쳐졌던 바다.
돌아오는 버스 안 피곤에 절어 졸다깨보면 하얗던 세상..
내가 꿈속을 헤매는건 아닌가 싶던 시간..
Hodler, Ferdinand, Silence of the Evening
내게 술은 그렇게 투명한 녹색빛과 파도 눈... 색감으로 다가왔다. 위의 호들러그림같은 분위기였다고 할까?
대학에 들어가선 한동안 슬로우진이나 싱가폴슬링같은 붉은 칵테일류를 마셨다.
아마 열렬한 연애를 하던 때였을거다.. ㅎㅎ
그 후 내 청춘은 분위기있게 앉아 칵테일을 마시기엔 너무 처절했기에 한동안은 잊고 살았다
지금은 가끔이긴하지만 맥주를 부어라마셔라 하기엔 너무 분위기있는 바를 가거나 기분좋은 음악회를 보곤 나온 날 한 두잔씩 마신다.
난 정말 술을 좋아하고 즐겨마신다.
그러면서도 내가 알콜중독이 아니라고 빠득빠득 우기는 이유는 알콜함량이 많은 소주나 위스키를 못 마시기때문이다.
소주는 인사불성이 되지 않는한 삼키지를 못하고 아무리 술이 마시고 싶어 손이 떨려도(?) 집에 있는 위스키에는 손을 안댄다.
남편은 가끔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냐구 가슴을 쓸어내린다..-_-;;
예전에 실제로 알콜중독 테스트를 받아본 적이 있는데 알콜중독이 될 가능성이 아주 많은 사람으로 나왔었다..ㅎㅎ
어쩜 난 술도 허영으로 마시는지 모르겠다. 위스키는 못 마시면서 향도 좋고 이름도 우아한 코냑은 가끔 마시니 말이다.
소설에 나오는 알콜중독자는 모두 소주나 위스키로인한 중독자인경우가 많더라..ㅎㅎ
예전엔 맥주나 칵테일을 즐겨마셨구 요즘은 포도주 그 것도 적포도주를 즐겨마시는데 일단 적포도주는 빛깔이 곱고 향도 좋아 짝없이 혼자 마셔야할때도 처량하지 않아 좋다.
포도주를 즐겨마시다보면 자꾸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싶어져서 그게 문제지만..ㅜㅜ.
무엇보다 나는 술 잘마시는 사람을 좋아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전반적으로 보면 마음이 약하거나 아픔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내겐 술을 안좋아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ㅎㅎ
물론 모두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술을 열등감과 피해의식으로 마시는 사람들은 진짜 골치아프다.-_-;;
주량이 아주 센편도 그리 약한편도 아닌 나는 상대에 따라 주량이 변한다.
상대와 말이 잘통하고 술자리가 기분좋으면 아무리 마시고도 끄덕없는 편이고 기분나쁜 술자리인경우는 백이면 백 다 취하고...^^
내게 아직 세상이 아름다운 건 맛있는 술과 그 술을 함께 즐기며 끝도없이 얘길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추적 추적 비가내리는 아침 기분좋은 술친구들의 모습이 스쳐지나가 그리움을 더한다.
오늘 저녁엔 그들을 생각하며 근사한 포도주 한 병 마시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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