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독일에서 손님이 와 우리 집에 묵었기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결혼후 난 두 세 번 만났을까 말까 한 그들을 친구라고 불러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묘하게(?) 우리와 연관이 아주 많은 그런 애들이다.
남편은 학생때 스카우트를 오래했는데 이게 우리랑은 다르게 학교에서 운영하는게 아니다. 그러니까 스카우트를 하고 싶은 각 학교애들이 다 모이는 지역프로그램 뭐 그런거라고 할까.
어쨌든 열명이 넘는(파트너까지 따지면 스무명가까이 되는) 애들이 수 십년이 지나도 아직도 모이고 있고 그들의 직업이나 출신이나 성향은 아주 다양해서 난 사실 적응이 잘 안된다.
나는 그 무리들을(?) 우리 결혼식파티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때 아주 인상적인 게임들과 선물을 준비해와 우리 파티를 아주 풍성하게 했었다.
그렇게 누군가가 결혼을 한다던지 아님 그때 잠시 언급했듯이 아스파라커스시즌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한다던지 그렇다.
문제는 우리를 빼고는 거의 고향에 머물러 살고 있으니 그들은 아마 더 자주 모이고 더 친하고 뭐 그렇다.
그 중에는 도저히 내가 견뎌낼 수 없는 마누라도 있고 남편의 친한 친구도 있다.
한 번은 내가 열을 무진장 받아서 다시는 그 모임에 안간다고 외친적도 있을 정도인데 막상 독일로 돌아가 살게되면 또 그들때문에 가끔은 즐거울 수도 있는 그런 사람들.
이번 독일에 갔을때도 그 친한 남편친구랑 솔직하게 그 모임에대해서 얘기했었다
난 아주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돌아온다면 속해야 할 그룹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나랑도 친한 그 아이는 걱정말라며 다들 좋은 사람들이니 네게 버팀목이 되어줄라고 말했었는데..
그 그룹들을 마지막으로 본게 작년 우리 크리스마스에 저 남자애가 성탄기념식사 초대를 한 것이다. 물론 날짜야 잡혀있었던거고 우리에겐 우연이었지만.
저 남자애는 요리가 취미를 넘어서는 정도인데 그날도 그 많은 사람들을 위해 토끼고기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요리들을 선보였고 이번에도 얘기하는 거보니 심지어 파스타면까지 직접 만든단다..(아 저런 사람들이 손님으로 오면 아주 부담된다..^^;;)
아마 내가 저 남자애랑 제대로 얘기를 해본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인상은 무지 좋았고 여자애는 전부터 얘기를 좀 나눠보았는데 그건 저 여자애가 서양미술사를 전공했기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그리 친하지 않은 애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온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무지 기대했었다.
내가 가다 포기한 길을 꾸준히 가고 있는 여자애가 무지 부럽기도 하고 또 오면 함께 전시회를 다니며 공부도 될거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기억했던 것보다 여자애는 훨씬 무거웠기에 오박육일동안 함께 보냈음에도 그리 친해지지 못해 아쉽다.
거기다 가이드를 이틀이나 했는데도 보통 다른 애들과 달리 어찌나 나를 꼭 끌고 나가고 싶어하는지..
여행이 끝난후이기도 한 내겐 보통 힘드는 게 아니었기에 내켜하지 않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야했다.
그리고 가끔씩 엇갈리는 우리의 모습들..
그들은 저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따로살며 스무살때와 다른게 하나도 없었다.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솔직히는 좀 우습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애가 공부를 마치고 자기하고 싶은 일을 전혀 매이지 않고 하고 있는 걸 보면 넘 부럽기도 하고..
이번 독일을 다녀오면서도 독일로 돌아가게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 지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머리 복잡한 한 주였다고 할까.
물론 가장 머리가 복잡했던 건 독일어다.
독일에서 충분히 자극을 받고 오긴 했어도 셋이 돌아다니다 보니 역시나 내 독일어에 내가 자존심이 상해서 넘 화가나고 힘들었다.
내용이 아무리근사한들 너덜너덜한 그릇에 담겨 칠칠치 못하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봐야하는 그 참담함이라니..
무슨 독립운동가도 아니고 다시 독일어에 목숨을 걸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여태는 뭐 그런 생각이 없어서 이 모양인가.
정말 포기하지도 못하면서 늘 이렇게 살아야한다면 너무 안된 인생이란 생각에 서글프다.
어쨋든 생각보다 동경이 훨씬 아름다운 곳이란 얘기를 남기고 아이들은 떠났다.
휴가후 일이 바빠 저녁 늦게서야 나타났던 남편에게도 잠시나마 회사일을 잊고 웃고 떠들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구 말이다.
그리고 혹 우리가 독일로 돌아가게되면 그 그룹중 얇은 끈이던 뭐든 내겐 심정적으로 조금가까와진 사람들이 더 생겼다는 것에 위로 받기로 한다.
2005.09.25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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