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주재원조건과 그 합리성

史野 2003. 7. 4. 10:11


The Tree of Crows 1822 (90 Kb); Oil; Louvre





아무래도 주재원은 본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조건이 좋다

그래서 한 번 해외근무를 한 사람들은 사실 본사로 들어가는게 쉽지가 않다. 물론 거기엔 본사에서는 차츰 잊혀지는 부정적 영향도 있고 떠나보니 조건 괜찮고 살만하다고 스스로 결정하는 영향도 있다




홍콩상해지점을 거친 남편의 전임자는 동경지점에 더 좋은 자리가 생겼는데 너무 독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누라땜에 고민하다 결국은 독일이 아닌 런던지점으로 갔구. 동경 런던지점을 거친 한 동료는 본사에 안들어간다고 아예 은행을 옮겨서 필리핀으로 가버렸다..ㅎㅎ




남편은 독일은행의 해외주재원이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하니 오늘은 그 근무조건에 대해 살펴볼려고 한다..^^*

자주 옮겨다니다보니 매번 계약을 할때마다 조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데 참 재미있다

독일의 해외근무조건은 철저하게 독일생활기준으로 아주 합리적으로 설정된다




어느 회사나 그렇듯이 주재원이면 본봉외에 수당이 포함된다

수당은 지역수당과 물가수당으로 나눠지는데 예를 들면 모스크바지점은 생명위험(?)수당 상해지점은 문화충격(?)수당 이런식으로 설정이 된다

(그러니 홍콩처럼 안전하고 국제적인 도시의 지역수당은 형편없다..ㅠㅠ)

물가수당은 그 나라의 물가를 고려하는게 아니라 독일인이 독일에서 먹고 살 물건들이 그 나라에서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다

전엔 비행기로 식료품을 실어날라서 그 가격을 독일가격과 비교해서 산출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것도 홍콩처럼 수입품 싸고 전반적 물가가 비싼 경우엔 손해다




그 다음엔 주택비보조인데

우리나라처럼 주택비를 전액보조하는 것과는 다르다

일단 조건은 독일에서 살았더라면 (이것도 본사가 위치한 지역의 조건이 참조된다) 대충 무난하게 살았을 정도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주재지역의 총가격이 정해진다

(이건 대부분이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의 거주비용이 가장 비싸고 일본회사가 가장 적다고 들었다)

총가격에 맞는 돈보다 싼 집을 얻는다고 해서 그 돈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 중에서 우리도 독일에서 우리가 내고 살았음직한 월세를 부담해야한다

그런데 이건 결정된 가격이기에 독일에서 살았더라면 더 싼집을 고를 수도 있는 거라 실제로는 손해다

하나 좋은 건 집을 구하는건 아내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고 이사오기전에 미리 가서 집을 구하는 아내의 비행기값과 체류비를 대준다..ㅎㅎ




그 다음은 고향방문이다

일년에 두번 가족이 독일에 갈 수 있는 비행기표가 주어지는데 그건 아마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활절과 성탄절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거 같다. 내가 상해에서 매년 두 번씩 독일을 가니까 돈많이 들겠다고 걱정하신 분들이 많은데 표가 공짜인게 이유다..ㅎㅎ



다음은 연료비와 전기세다

연료비와 전기세는 백프로 지급이 되는데 이것도 독일과의 상관관계가 고려된다

예를들면 아일랜드에서는 거의 일년내내 히터나 가스벽난로를 틀어놓고 살았다

(아일랜드는 여름에도 이십도를 넘어가는 날씨가 없고 습기로 인해 은근히 춥다)

그리고 홍콩이나 상해는 또 독일에서 필요없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살아야한다

홍콩처럼 거의 열달넘게 에어컨 틀어놓고 살아야하는 곳에서 전기세 안대주면 우리 망한다..ㅎㅎ




그 다음엔 헬스클럽회원권이 있는데 이것도 독일에 살았다면 친구들과 사교적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낯선 곳에서의 자유시간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가는 버스도 없고 왔다 갔다 택시비가 넘 많이 나와서 있으나 마나다..ㅠㅠ



다음은 의료보험비인데 이것도 회사에서 백프로 지원한다

뭐 보험회사에서 병원비를 백프로 내주는 게 아니니까 개인 부담비는 그럼에도 크지만 그래도 독일의 의료보험비가 상당히 비싼 걸 감안할때 이건 해외근무 보너스에 들어간다




상해근무조건에는 우리 부부가 걸린 병이 상해에서는 고칠 수 없을때 동경이나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값도 회사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중국인들이 그거 읽었으면 무지 열받았을거다

상해를 무시해도 유분수지..ㅎㅎ




또 다른 예외적인 상황이 한 번 있었는데 처음 남편이 아일랜드 지점으로 갔을땐 일년간의 프로젝트담당이었다

그 프로젝트를 계획한 지사장을 집구하러 갔다가 만난 일이 있었는데 내가 그동안 독일에서 뭘 했고 아일랜드에선 뭘 할 생각인지 꼬치 꼬치 묻더라.

그 후 회사에서 내 영어학원비를 지원해주겠다고 통보가 왔다

이유는 남의 나라와서 남편이 일하는데 마누라가 불행하면 남편도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거였다..^^

덕분에 우리가 직접 낼 수 없을 학원을 몇 달 다닐 수가 있었는데 한 코스를 반복해서 듣는 게 지겨워서 결국 그 돈을 다 못쓰고 왔더니 생각할 수록 억울하다.어차피 외국어는 반복해서 익혀야하는 걸 그냥 참고 다닐걸...그랬담 지금 내 영어실력이 타의추종을 불허했을 지도 모르는데..하하하



또 국제결혼을 한 사람이 해외근무를 지원했을때 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많은데 집안에서도 다른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이 있다면 해외근무하는데 훨씬 용이하다는 판단에서 이다




참 합리적인 생각이 아닌지?




위와 같은 이유에서 가장 조건이 좋았던 건 상해였다

호텔에 딸려서 제복입은 아저씨가 들어갈때 문도 열어주는 근사한 아파트에 중산층이 아직 형성이 안된 곳이라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근처에도 잘 안가던 별다섯개 호텔에 가끔 가서 술도 마시고...그래도 저축이 가능했던 곳..ㅎㅎ



근데 내가 보통 사람이어서 그럴까 난 그런 것들이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신은 것처럼 조금은 불편했는데 청소부도 없고 관리 더 나쁘고 물가는 또 넘 비싸서 별 다섯개 달린 호텔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당근 모르고 수입줄고 지출많고 몸은 몸대로 힘든데도 홍콩에 오니 넘 좋다..^^ (이렇게 철이 없으니 울 신랑 날 뭘 믿고 살지 걱정이다..ㅎㅎ)




상해에 있을때만 해도 빨리 남편이 독일본사에 맞는 일을 찾아 들어가기를 바랬었다

뭐 지금도 바라지만 남편회사도 자꾸 문제가 많으니 이젠 그냥 어딜가나 남편이 기분좋게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젠 정말 어차피 떠도는거 남극이라도 가서 펭귄언어라도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ㅎㅎ




근데 요즘 손해를 엄청 본 회사..결국 이주전 은행장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살아남기 방법으로 가장 먼(?) 아시아쪽을 대폭 축소할 생각이 있다니 어쩜 여기 계약기간보다 훨 짧아져 조만간 또 보따리를 싸야 할 지도 모르겠다....ㅠㅠ







2003.07.03 香港에서...사야





Caspar David Friedrich(1774-1840)는 독일태생의 풍경화가입니다. 그의 상징성에 대해선 저도 깊이 들어가보지 못했지만 그의 풍경화에 대한 의미찾기 작업이 무진장 중요할만큼 그는 상징적 풍경화의 대가랄 수 있겠네요. 저는 아직까지는 그냥 바라보는 걸로만 만족하고 있습니다..ㅎㅎ

Liszt-taran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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