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에서의 단상

Far From Heaven

史野 2003. 6. 15. 20:24








몇 일전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갔다.

난 영화를 보면서 특히 색감이나 빛의 쓰임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난게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놀데이다

그는 물감을 뭉텅 뭉텅 묻혀놓은 듯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특히 이 영화는 놀데의 꽃 그림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


가을에 시작되는 이 영화는 아름다운 단풍, 출현하는 배우들의 옷색 등 색감에 많은 노력을 들인 회화적인 영화였다

영화에 색과 빛을 적절히 조절해서 내가 좋아하는 감독은 에릭 로메르나 키에슬롭스키 등인데
간혹 색감이 아름다운 영화는 영화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화면이 너무나 아름다와 동화나 그림속 얘기를 접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흑인인권문제 그리고 중산층의 이중적 도덕성등 비교적 무거운 주제가 가득한 이 영화도 단순히 한 여자의 고뇌를 칼라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영화는 50년대 후반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다루고 있다

행복하기 그지 없는 아름다운 여자 캐시가 어느 날 남편의 동성연애 장면을 목격하면서 깨어지는 유리상자

남편의 동성애경향을 치료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아내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녀....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흑인정원사 레이몬드는 그의 가치 여부를 떠나 동성연애자 이상으로 또 다른 불행을 예견하는 대상일뿐이다

캐시가 레이몬드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라기엔 좀 미흡하고 모든것이 흔들리는 절망적 순간에 평가받지 않고 기댈 어깨가 필요한 거였는데 그것 조차도 그녀는 허락받지 못하다


지역신문에서 모범여성으로 인터뷰기사까지 실리던 그녀의 모습은 사회가 원하는 관습대로의 삶을 산다는 전제하에서 였다

캐시의 남편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자식을 떠나는 반면 레이몬드는 자식을 위해 다가온 사랑을 떠나는 대조적인 면을 보인다

떠나는 레이몬드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캐시의 뒷모습..

그녀는 이후에 그 사회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걸까?


캐시를 연기한 줄리언 무어의 연기가 흠잡을데가 있었던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시대도 그렇고 디 아워스에서의 역할과 연장선상인듯하여 약간은 식상했다


사회가 집단적으로 가지고 있는 편견은 참 무섭다

어느 한 개인의 판단이나 행복이 거론의 가치도 없이 무참히 짓밟힐 수 있으니까

내가 아니 우리 세대가 지금 가지고 있는 편견은 그래서 불행한 사람들을 만드는 그런 편견은 뭘까

수 십년이 지난 후 나도 후세들이 얘기하는 그 잔인한 편견시대에 살다간 한 인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내게 가장 가슴아프게 다가온건 그녀가 기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를 믿어주는 그 한사람이 실제 우린 필요한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그 한사람이 되어줄 수 있다면....





20030517 香港에서...사야


놀데(Emil Nolde 1867-1956)가 꽃 그림을 많이 그린 북독일의 그의 정원은 아직도 그가 살던 그때처럼 꽃들이 자라고 있답니다. 그는 한국나이 80세에 혼자가 되어 2년후 서른도 안된 처녀애과 결혼을 했다니 대단하죠? 후후

빗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한국의 장대비 생각이 나 잠들기 힘든 밤입니다..^^



영화 맛보기



 

america beauty.. 무명씨

사야님 글을 보니 아메리카 뷰티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그때 예전에 사야님은 아메리카 뷰티가 미국의 흔들리는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했고 난 그저 하나의 미국영화일뿐이라고 이야기했던것 같은데 ... 작년에 다시한번 그영활보고 사야님생각이 나더라구요.. 다들 외로운 영혼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야님께서 말한 영화도 보고싶네요..

유화로 둥실둥실 찍어바른 멋진 그림이네요.. 왜 창조주는 저에게 저런 특기를 주지 않았는지 만약 저에게 그런 달렌트가 있다면 피카소나 고흐나 터너만큼 멋지게 표현할수있었을텐데요...

Re:대단한 기억력..^^*

멎아요 그랬었죠..

근데 그거 저 아일랜드 있을때 무명씨님 얼굴도 보기전 얘기 혹시 아닌가요? ㅎㅎ

아메리칸 뷰티 마음에 들었었는데..그러고보니 그 영화도 색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네요 빨간색..그쵸? ㅎㅎ

여러가지 분위기상 팝아트쪽에 가까운 그런 이미지 였지만요

무명씨님 화가로서의 달란트 얘기하니까 생각하는 에피소드 하나..^^*

시부모님 친구분들이 아일랜드에 오신 적이 있어서 저희가 저희 집으로 식사초대를 했었죠

오셔서 제 그림에 감동을 받으셔서(믿거나 말거나..ㅎㅎ) 제 남편에게 마누라 재능 살릴 기회를 안준다고 구박하시고 또 돌아가셔서는 시부모님까지 구박했다는 얘기가..ㅎㅎ

문제는 울 신랑이랑 시부모님이 만났을때 그 얘기가 다시 나왔겠죠?

서로 구박받은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절대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없다고 믿는 이 남자..-_-;;;

갑자기 그러더군요

어머니 아버지도 짜증나셨죠? 글쎄 그 분들 무슨 반고흐가 살아돌아온것 처럼 난리를 치시더라니까요..

하하하

사야님 부럽습니다..

 그런 멋진 특기를 가졌다는것은 행운이에요.... 넘넘 부러운 사야님...

어제부터 약간 좀 우울하네요..
주위의 남자들탓에..크크

 

Re:에구...

그림 안그린지 정말 오래되었어요

그냥 얘기 나온 김에 생각나 한건데..ㅎㅎ

그건그렇고 주위 남자들땜에 우울하다니 부럽다..^^

근데 뭘 그런걸 가지고 우울은..

난 남자들도 아니고 주위 남자 하나가 수시로 열받게해도 아 세상은 아름답다 그러고 삽니다..헤헤

 

이럴땐.. 그렛

내가 필요로하는 사람이 여러명일때...이거 쉽진않군요..

나를 필요로 하는 그누군가가 여러명일때...그또한 쉽진 않군요..

이럴땐 사야님의 선택은 어떤것일까요?
궁금해지는군요..^^

Re:선택은 커녕..^^

질문도 잘 파악이 안됩니다..^^

제가 멍청한가 봐요..하하하

그냥 감으로 때려서 대답하자면..

전 제가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도 나 몰라라 저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도 나몰라라

그냥 저없으면 죽을 것 같은 남자를 선택해 결혼을 했다는 전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