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맥주 이야기

史野 2003. 5. 12. 19:18




A Bar at the Folies-Bergere
1881-82
Edouard Manet



맥주를 무진장 좋아했었다 (여기서 시제가 과거형인 이유는 지금은 내가 맥주 보다 적포도주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ㅎㅎ)

물론 지금도 맥주를 좋아하고 즐겨마신다


내 지인들에게는 맥주 하면 내가 떠오르니까 맥주 얘기를 하다보면 내 인생얘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식료품값은 잘 못외워도 어디가나 맥주값은 외우는게 내 특징이기도 하다..


내가 방문한다하면 맥주를 냉장고에 가득 채워놓는게 내가 아는 사람들이 보통 하는 일이구..ㅎㅎ


몇 일 전 독일TV를 보다보니 작년 세계맥주기록이 나오더라


전세계에서 맥주최강국(?)을 자랑하는 독일이 두당 맥주소비량으로 3위를 차지했다 자존심이 상했는지 마시자 또 마시자 이런 슬로건으로 프로그램을 끝내서 마구 웃었다


어쨋건 일위가 체코고 이위가 아일랜드 였다


세 나라다 뭐 큰 차이는 없었구 두당 일년 맥주소비량이 150리터가 넘었으니 대단하다


재밌는 건 2.3위 두 나라에 내가 7년이나 살았으니 내가 무진장 맥주를 마셔댄건 어쩜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하하하


독일은 누구나 알다시피 맥주의 천국이다 맛도 좋고 싼 맥주가 셀 수 없이 많으니까


가난한 유학생들도 맥주를 짝으로 사놓고 밤은 세우곤 했으니 천국이 (?) 따로 없다고나 할까


내가 살던 뒤셀도르프는 특히 알트비어라고 투명한 동색의 맥주가 유명했다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파는 술집도 여러 곳 있어서 맥주 맛에 따라 술집을 찾아다니곤 한다


여름 해도 길고 날씨도 좋을때면 술집 앞에 쭉 늘어서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쟁반가득 술잔을 담아 그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뚱뚱한 웨이터 아저씨들이 거리를 메운다


여름만 되면 친구들과 몰려나가 맥주를 마시며 수다떨던 기억이 새롭다


음주운전을 절대(?) 안하는 그 나라답게 알콜없는 맥주 종류도 무지 많고 맛도 무지 좋다


난 한동안 알콜중독자가 아니라는 시위로 한달간 무알콜 맥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정말 가짜 맥주를 마신다는 생각을 못했다


독일에서는 친절하게도 영화관에 맥주병을 들고 들어가 의자 옆에 넣어 놓고 마실 수 있는 시설(?)도 있어 나를 감동시켰다


아 물론 내게만 맥주병이고 남들에게는 콜라캔이되겠지만..ㅎㅎ


아일랜드 또한 맥주 특히 기네스맥주와 술집으로 무진장 유명한 곳이다


기네스는 탄소가 적고 철분이 많다는데 그래서인지 영양맥주로도 불린다


전에는 산모에게 마시게 했다는데 가난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었던 상황에서 젖 잘돌라고 생각해낸 방법이 아닌가 싶다


어쨋건 아일랜드남자랑 결혼한 한 일본여자애는 남편의 권유로 매일 기네스를 한 잔씩 마신다고 했으니 그 믿음은 정말 대단하다


단일 맥주로는 세계에서 소비량이 가장 많은 맥주란다
난 3년 동안 더블린에 살면서 불행하게도(?) 끝까지 기네스와 친해지지 못해서 기네스 귀신인 내 아일랜드 친구를 슬프게 했던 기억이 있다


아일랜드는 민속음악과 춤도 유명하지만 가장 유명한건 문학이 아닐까 싶다 그 작은 섬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여섯이나 되니 말이다


억압받는 모든 식민지사람들이 그랬듯이 아일랜드인들도 그들의 한과 설움을 문학으로 술로 음악으로 풀었겠지


그래서 인지 문학인과 술과의 에피소드가 많다고 한다


더블린 사람들은 독일사람들과 달리 술을 취하도록 마신다
아마 인구의 절반이 25세 미만인 유럽에서 가장 젊은 나라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슈퍼에서 사는 맥주값이 워낙 비싸서 인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게 보통이다


아일랜드작가 로디도일의 소설을 영화화한 스냅퍼를 보면(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스티븐 프리어즈감독작품) 임신7개월 정도의 여자애가 술을 무진장 마시곤 자기 핸드백안에 게우는 장면이 나온다

뭐 핸드백안은 영화에서 밖에 못봤지만 재떨이에 게우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다

중요한 건 그리고도 계속 마신다는 거다



한 집 건너 하나가 술집인 더블린에서는 특히 금요일에 발디딜 틈조차 없는데 문제는 술을 사러가는 거다

아일랜드의 거의 모든 술집은 손님이 바로 직접 술을 사러가야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바로 다가가는 것도 힘들거니와 바에 도착해서 그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원하는 술을 시키는 건 보통 힘든게 아니다

뭐 거기서 나처럼 눈에 띄는 동양여자애가 득을 보는건 말할 것도 없다..ㅎㅎ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민속음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추는 멋진 바도 많아서 나처럼 술마시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정말 멋진 나라였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그리스신전식으로 지어진 멋진 건물을 보곤 그 건물이 넘 궁금한 적이 있었다

무슨 박물관인지 관청인지 궁금해했었는데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그 건물 전체가 술집이었다..^^

더블린에서 유명하다는 술집을 다 다닐 계획이었는데 결국 다 못가고 왔으니 술집이 얼마나 많은 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결국 남편에게 더블린 술집은 내 마누라가 다 먹여살린다는 영예를..ㅎㅎ


영국애들은 총각파티를 보통 더블린까지 와서 하는데 술집 앞에 총각파티금지라는 안내문을 심심잖게 볼 수 있기도 하다


금지 안내문 얘기가 나오니 여담하나..


아일랜드는 아무래도 영국보단 싸니까 어학연수오는 사람들이 무지 많다


(버나드 쇼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영어가 쓰이는 곳이 아일랜드라는 말을 했다..아 물론 쇼는 아일랜드출신이다..ㅎㅎ)


그 중에 국가에서 학원비 체류비까지 대는 스웨덴애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스웨덴 사람들 술마시는 건 또 무진장 유명하다


더블린에서도 한 손에 기네스 한 손에 위스키를 들고 있는 애들이 있으면 보통은 스웨덴 애들이다..


이건 스웨덴 애들에게 직접 들은 얘긴데 오스트리아에 가면 개와 스웨덴 사람금지 이런 팻말이 붙은 술집이 있단다..하하 믿거나 말거나


금요일인데 오늘 저녁 모두 괜찮은 술집에가서 맥주 한 잔 어떤지...^^





98년 스웨덴애들과 더블린 팝에서의 사얍니다..^^*



 

 

왠 궁시렁??? ..Boss

제목이 사야의 궁시렁이라서 사야님의 궁시렁을 들을려고 왔는데 궁시렁이 아니라 너무나 멎진 칼럼이네요...ㅎㅎ

인생두 있구,,,여행두 있구,,,
그기다 음악,문학...물론 미술까지...ㅎㅎ

이렇게 칭찬 많이하는건 야단을 덜 맞을려구요.^^;

보스의 홍콩여행이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일단 티켓 예약까지 했다가...^^;;
다음을 기약해야 될것같네요...쩝...

참,일본도 맥주를 많이 마시죠.
식사할때나 목욕하구 나서 대부분의 사람이 맥주 한잔을 마신답니다.

일본에선 아랫배(똥배?)가 나오는걸 비루 바라(맥주 배)라고 하죠.
맥주 마시면 살찐다는 선입관(?)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같은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보스 칼럼은 현재 작업중(??)입니다.ㅎㅎ

 

Re:이럴 수가..

아니 연기가 되었다니..

난 보스님네 부부 홍콩와서 드디어 얼굴 본다고 시어머님에게 까지 자랑했는걸요..^^

뭐 근데 압니다 여행보다 중요한 일 있다는거..흐흐

그리고 칭찬은 마구 할 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즐거운 주말요!!!


 

음...맥주라... empty

아시죠?? 저 술이랑 안친한거..

하지만 언젠가 하이트가 처음 나왔을 때 시음해 보라기에 한잔(?) 마셨을 때의 그 시원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ㅎㅎㅎㅎ

제 경험에 의하면 같은 술이라도 더 달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구요...

안주가 좋을 때..뭐 이럴때..하하하

나그네님도(사야는 좀 입에 안붙넹^^*)즐거운 주말 보내시구요.....

Re:아~ 하이트..^^

제가 좋아하는 맥주랍니다

하이트 유명해지기전 부터 열나게(?) 마시기 시작했다죠 아마..ㅎㅎ

맞아요 나무님

술은 정말 분위기 따라 누구랑 마시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난 하얀천막집에서 마시는 술이 늘 맛있다나 어쩐다나..^^

 

史野의 맥주편력...ㅎㅎㅎ 모래알

오 멋진...!!
史野의 맥주편력이었어요...
세계를 넘나드는 ㅎㅎㅎ

그리고 주당답게 글도 무척 재미있었고요...
어제 마신 술로 하루종일 머리가 아파서 죽을 뻔하다가(쐬주와 맥주를 섞어서 ㅠㅠㅠ)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 다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결심을 한지 불과 1시간 남짓 지났는데...
그래도 맥주는 좀 먹어야지 하는 유혹이 생기게 하는 글이었어요...ㅋㅋㅋ

자... 그럼 오늘 밤 멋진 꿈을 꾸길 바라면 건배~~

Re:해장술??

하하 저도 가끔 그럽니다

그 전 날 마신 술로 이제 정말 술 끊는다 그러다가 아니지 오늘 저녁 해장술 한 잔 해야지..ㅎㅎㅎ

아니 근데 아직도 나가서 술 같이 마실 사람이 저 말고 또 있단 말입니까???

하긴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어디나 있지요..

저도 옮겨다닐때마다 마음 딱 맞는 사람들은 찾기 힘들어도 술 마시자고 연락하는 사람들은 꼭 한 둘씩 생기더라구요..ㅎㅎ

모래알님 요즘 여유있으시니 제가 좋네요

자주 글을 접할 수 있어서..^^

즐거운 주말요!!!

맥주와 함께 당신을 그리워하며 ..바람돌이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답니다. 이 글을 어제 읽지 않은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날씨가 권하고, 당신의 글이 권하고...그랬다면 바로 뛰어나가 술에 흠뻑 젖어야만 했을테니까요. 이젠 몸이 예전같지 않아서 후유증이 심각하답니다.

당신도 알고 저도 알지만, 우리 둘이 마셔댄 맥주가 만만치 않을텐데, 그래도 서울에 있는 술집을 먹여 살리진 못했는데, 당신은 이제 포도주의 품으로 안겨버렸군요.
매우 서글픕니다.
전 그대로 남아 슬퍼할 맥주와 더불어 당신의 배신에 대해 성토나 해야겠습니다.

아침부터 술 이야기로 즐거워 하다니 저도 어쩔 수 없는 술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화창한 주말인데 그곳은 어떤지요?

Re: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글을 읽으니 갑자기 송창식이 부르는 시가 생각이 나네요

여긴 안개가 가득 합니다

앞에 있는 섬도 보이지 않을 정도루요

그리고 배신이라는 무슨 섭섭한 말씀을..^^

어제도 그와 나가 점심부터 맥주 마셨습니다..하하

정말 오랫만에 점심을 함께 하곤 혼자 이것 저것 사고 싶었던 것도 사구요

관광객이 줄었다니 혹 사스세일 뭐 이런 건 없나 했는데 없던걸요..-_-;;;

행복한 주말요

전 이번 주말도 엑스레이 찍으며 보내렵니다..^^

 

자화상??? 재휴 <배암 나오라> 종이에 담채 66x127cm 1969

배암 나오라

구상

풍곡(豊谷) 성재휴(成在烋) 화백의
회고전 개막식장엘 갔더니
70평생의 대표작을 모은지라
호암갤러리 1.2층이 빼곡했다.

그와 함께 전시장을 돌면서
내가 한마디 없을 수 없어
"이거 정말 임자 궁리로 다 그린 건가?"
하고 덕담(德談)을 했더니
"더러 남의 것 베낀 것도 있고!"
라는 그다운 응수다.

또 가다가 이번에 둘이는
'배암 나오라!' 라는
그림 앞에 섰다.

쟁반만한 둥근 달밤
넙적바위만한 개구리 한 마리가
엉덩이를 깔고 뒷다리는 내뻗고 앉아
남산만한 배를 불룩 내놓고는
왼쪽 앞다리를 내뻗친 발바닥에다
가득찬 큰 컵 술잔을 올려 놓고는
왕방울 눈에 입을 찢어지게 벌리고
도연(陶然)해 있는 진기한 정경......

"이거야 임자 자화상이로군!"
"음, 자네가 이 도저한 경지를 알까"
"그야 정도(正道)에는 아둔하지만 주도(酒道)사!"

둘이는 마주 보고 껄껄대다
"임자, 요새 술 하나?"
"작별했어! 자네는?"
"나도 못해!"
서로가 서글퍼져서 입을 다물었다.



난 동양화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냥 알 것 같구 너무 마음에 든다
구상의 이 시를 읽다가 그림이 궁금해져서 찾아 봤더니 이런 멋진 그림이 나왔다
달아래 앉아 술을 마시며 호쾌하게 뱀이 나오라고 외치는 저 그림..
내 자화상인듯 하여 웃음이 난다..


2003.04.26 香港에서....사야

 

'떠도는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 Gisela Hesse  (0) 2003.05.21
주변 스케치  (0) 2003.05.13
Sars에 대한 斷想  (0) 2003.05.07
가방 두 개와 컨테이너  (0) 2003.05.02
Frohes Neues Jahr!!!!  (0) 200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