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특별칼럼)독일에 다녀왔습니다

史野 2002. 11. 4. 15:20

이주 간의 여정을 마치고 어제 도착을 했습니다
늘 그렇듯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건 견딜만 한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오면 왜그렇게 적응하기가 힘든지
아직도 헤매고 있네요

밤새 일어나서 헤매 다녔답니다..^^*
그래도 오늘은 월요일 .
평소처럼 일어나 커피끓이고 그랬죠

제가 간 뮌스터라는 도시는 독일북서쪽에 위치한 인구25만 정도에
4만명이 대학생인 대학도시입니다
천이백년의 역사라 참 이쁜 곳이예요
물론 나무도 많구요
유럽30년전쟁을 종식한 베스트팔렌조약을 사인한 곳이기도 하답니다

올해로 그 도시를 방문하는게 11년째네요
이젠 꼭 고향집에 가는 것 마냥 모든게 익숙합니다
시부모님이 제일 듣기 좋아하시는 말이예요^^

가자마자는 갑자기 많아진 나무덕인지 알레르기로 넘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아마 공해도시에 살아야하나 보다고 농담을 했지요..^^*

그래도 기침을 하며 이틀간 줄기차게 정원에 누워 책을 읽었답니다
여긴 일어나면 보이는게 건물인데 거긴 풀과 나무밖에 없더군요

인도네시아에 가있는 친구도 마침 와 있어서 넘 반가왔구요
그새 무지 커버린 두 아이들은 만난지 2년도 안되었는데
절 전혀 기억못해서 슬펐답니다..ㅠㅠ

그리곤 곧 시누이가 일주일 예정으로 수요일에 나타났구요
생일선물사러 풍선사러 꽃사러돌아다니다보니 금요일엔 시이모님 두 분과 시이모부님 한 분이 출현..^^

장식할 꽃이며 비올걸 대비해 정원에 텐트치랴 정말 바빴습니다
물론 시부모님이나 시누이처럼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고
가끔 만나는 사람들이 많으니 독일어 알아듣느라고 머리에 쥐났구요
왜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한 사람이 주로 쓰는 언어가 다 다르잖아요
개인적으로 얘기할땐 괜찮은데 모두 모여 얘기할땐 정말 괴로웠습니다..흑흑

어쨋건 토요일 한밤중에야 도착한 남편을 픽업해오고
일요일아침부터 초70개 켜서 아침식사에 가족끼리 간단한 축하를.
저흰 핸드폰을 선물로 샀는데요
제가 이쁜 쟁반에 들고 가고 남편이 전화로 축하를 드렸어요..^^*
근데 문제는 받은 전화기가 당신 선물이라는 걸 어머님이
모르시더군요..하하
저희 시어머님은 세 자매이신데 두 분이 넘 이쁜 선물을 준비하셨더군요
내년에 세분이 여행을 가실려고 하신데요
선물은 그 여행비용이었는데 조그만 마차에 세 분이 타고 있구요
말이 끌고 성냥갑으로 넘 이쁘게 만들어진 여행가방에
편지와 보증서(?)가 들어있더군요
한분은 혼자시라 남자는 두 분인데 마부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시아버님과 시이모부님이 서로 그 마부는 나라고 하셔서 다들 웃었습니다

그리곤 상해에도 왔던 시누이친구가 좀 미리 나타나서
남편이랑 풍선 70개 불어 숨겨놓고요
제 생일선물이라고 펭귄인형에 넣는 핫팩을 가져왔더군요
덕분에 전 무지 놀림당했습니다
그 핫팩을 들고 다니니 꼭 6살짜리가 인형안고 다니는 꼴이라서..ㅎㅎ
10시부터 몰려드는(?) 이웃들과의 정원파티가 시작되었어요
거의 같이 이사와서 30년을 넘게 산분들이랍니다

한분이 그 역사를 시를 써서 읽구요
다른 커플은 노래를 부르구요
다들 모여 풍선을 날려보냈는데 참 아름다웠습니다

날씨가 안좋다고 해서 무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그 몇 시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답니다
그래도 여름옷을 가져간 제겐 얼마나 춥던지..ㅠㅠ

저녁에는 다시 가족 친지분들과 아주 친한 친구분들이
한 레스토랑을 빌려 모였구요
두 이모님이 거기 장식을 맡았는데 곧 70이 되시는 한 이모님이
그 식탁장식을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책을 세 권이나
빌리셨다고 하셔서 감동받았습니다
이름표도 직접찍은 꽃사진을 일일히 붙여서 만드셨더군요
그리곤 친구분들 세 팀이 선물을 시와 연결해서 읽으셨구요
아 여기서도 다른 분들은 마구 웃는데 전 거의 이해를 못했어요..ㅠㅠ
제 10년사는 결국 못했구 전 그냥 서른 분중 한 분만 빼고는
다 미리 뵈었던 분들이라 여기 저기 다니며 수다만 떨었습니다..ㅎㅎ
제일 마지막으론 남편이랑 시누이가 퀴즈를 진행했답니다
대답하는 과정에서 마구 웃었던건 말할 것도 없구요

화요일 저희 빼고 마지막 팀이 떠나기까지 정말 정신이 없더군요
전 화요일에 제가 살던 뒤셀도르프로 와서 한국분들을 만났구요
쾰른으로 가서 자곤 다시 뒤셀도르프로 와서 아일랜드에서
함께 있었던 독일친구를 만났어요
그리곤 다시 뮌스터로 왔는데 그제야 신문에서 뒤셀도르프에서
미로전시회를 한다는 걸 알았지요
땅을 쳤지만 다시 가기는 그렇고..ㅠㅠ

불피우는 걸 좋아하는 남편이 날씨는 무지 나쁜데도
숯불구이를 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아버님은 겨울파카를 입으시고
어머님이랑 전 담요를 뒤집어쓰고 바깥에서 식사를 했답니다..^^*

마지막날은 시어머님이 섭섭해하시는데도 친구부부을 만났어요
저희랑 제일 친한 부부인데 9월에 중국에 온답니다
저희땜에 온다면서 저희집에는 한달여행중 겨우 6박7일 오더군요.
뭐 짧은 것도 아니지만..하하.
뭐 저희도 그런적 있지만 그래도 휴가를 한달씩 온다니 부러워요
그 집 지하실에 있는 적포도주병을 거의 비우고는 술 취한 두 사람이
새벽 두시에 칠흙같은 밤을 어슬렁 거리며 걸어왔지요^^*

이렇게 보내고 왔습니다
정말 다시 한 번 독일어땜에 열받았구요
미워할 수 없는 독일어가 아니라 미워죽겠는 독일어더군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빨리 독일로 가서 그 언어권에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지 막지하게 큰 사전도 하나 사왔습니다
뭐 열심히 해야 늘겠지만..
모두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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