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신발

(특별칼럼)계림 여행기

史野 2002. 8. 13. 10:10

남편이 작년에 출장을 좀 다닌 관계로 중국국내선 두장이 공짜로 생겼다
처음에는 서안을 갈려고 했는데 동방항공은 상해에서 직접가는 노선이 없다고 해서 계림으로 바꾸었다
넓디 넓은 중국 아직 안가본 곳도 많은데 어딘 들 어떠랴하는 심정으로..^^
난 사실 하늘 아래 최고라는 그 유명한 계림이 별로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너무 유명해서일까?
남편은 일주일 휴가를 내고 난 학교를 좀 빠지기로 하고 금요일 아침에 가서 월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여정으로 잡았다
비행기표가 공짜이니 호텔만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그냥 가서 편하게 놀다오는 여행을 하자고 하고 떠났다
난 북경단체여행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도 않아 빡빡한 여행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상해 홍차오공항에서 두 시간정도를 가니 계림에 도착이다
내려서 우리가 묵을 호텔을 알아보니 공항버스를 타고 또 택시를 타야한다길래 그냥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공항에서부터 확실히 작은 도시라는 느낌이 온다 먼저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슬그머니 다가와서 흥정을 하려는 사람들이 생긴다
그런 거에 질색을 하는 남편 빨리 끄고 택시를 타잖다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올라타서 우리가 묵을 곳을 가자고 했더니 나이 좀 드신 기사분이 이것 저것 물어보시다가 나보러 중국어 어디서 배웠냐고 잘한다고 칭찬을 하신다
원래 칭찬을 좋아하는 나 시작부터 기분 참 좋다..ㅎㅎ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아저씨 오후 관광을 자기 차로 하잖다
대충 가격을 보니 괜찮은 듯 하여 호텔에 짐을 풀고 나가기로 했다
지난 번 북경에서는 외국인들하고만 중국어를 썼지만 이젠 가이드도 없고 내가 다 해야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예전같으면 영어를 썼겠지만 이젠 중국생활 짠밥이 얼마냐? 중국어로 방도 전망좋은 걸로 바꿔달라고 하고 아침식사 식권도 주문하니 괜히 으쓱해진다


짐을 놓고 내려오니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자기가 영어를 못해서 우리 통역으로 데려왔단다. 헉 정말 관광도시긴 하다
얼마를 내야하냐니까 그냥 서비스란다 서비스??..
뭔가 이상하지만 뭐 공짜라는데 남편이랑 나중에 그냥 팁을 주자고 하고 알았다고 했다
일단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아 혹 한국식당이 근처에 없냐고 했더니 거긴 저녁에 가고 점심은 계림음식을 먹으러 가잖다 계림에 왔으니 계림음식을 먹어야하지 않겠냐고..
택시기사가 맘대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렇긴 했지만 사실 맞는 말이긴 해서 그러자고 했다
약간 멋있어 보이는 식당
넓다란 방으로 영어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한다 걔는 자연스럽게 우리 식탁에 앉으면서 기사도 오라고 하잖다 아니 그럼 자기만 먹을하고 했나? 물론이라고 하고 이강에서 잡힌다는 물고기도 시키고 그곳특찬이라는 우리나라 맛탕비슷한 것도 시켰다

음식이 나왔는데도 기사가 올라오지 않아서 다시 물어보니 그냥 밖에서 면종류로 때운다고 했단다 그런게 어디있냐고 당연히 올라오는 줄 알고 음식도 더 시켰다고 다시 전화를 하라고 했다
결국 아저씨가 올라오시고 우리는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밥을 먹었다
걔는 우리 신랑때문에 온 영어가이드라더니 영어는 무지 못한다 자기는 사실 일본어가이드라나 근데 나중에 돌아다니다 보니 아는 것도 제대로 없다 난 사실 지금도 그 날 걔가 왜 나타났는 지 모르고 있다..ㅎㅎ
그 레스토랑에는 살아있는 동물들이 무지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인게 쥐였다 무신 쥐가 정말 과장안하고 토기만하다..ㅠㅠ

어쨋든 전망이 좋다는 곳에 올라 계림시내를 보니 둘러쌓인 산들은 넘 아름다운데 건물들이 정말 너무 형편없다 옛날에 이 건물들이 없었다면 멋있었겠다고 위로 삼아 얘기를 했는데 그래도 씁씁했다
Reise


내려오는데 건강진단(?)을 받으러 가잖다 좋다고 대답도 하기전에 벌써 도착했다
중국의학과 서양의학이 결합된 어쩌구 저쩌고 하는 곳이란다
어느 똑똑해보이는 아주머니가 독어를 쓰며 다가오더니 발맛사지를 받잖다 한국돈으로 일인당 만6천원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라서 좋다고 했더니 발맞사지를 받으면서 약광고에 난리가 났다
이거 저거 보다가 몇가지 약을 사는데 맞사지 도중 카드사인까지 받아가서 기분이 좀 안좋았다 주변에서 들려오던 독일인 관광객의 웃음소리는 또 얼마나 웃기던지..ㅎㅎ
어쨋든 기분좋은 맞사지를 받았더니 난 위가 좀 않좋고 남편은 어깨가 좀 않좋단다..ㅠㅠ

그 후엔 계림을 선전하는 곳이면 어디나 나오는 상비산으로 갔다 거기도 북경만큼이나 한국관광객이 많더라
저녁무렵이라 분위기도 좋고 좀 조용히 걷고 싶은데 그 남자애는 열심히 중국어로 옆에서 떠든다
정말 걔는 왜온건지..ㅠㅠ

상비산을 나서니 사천식 징기스칸이 맛있다고 그곳을 가잖다
우린 정말 조용히 있고 싶어 호텔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택시운전사 아저씨 그럼 쉬다가 다시 내려오란다
자긴 어차피 오늘 우리가 잘때까지 풀 서비스를 하겠단다
우린 그냥 거절하고는 돈을 지불하고 아무쓸모도 없었던 젊은 애에게도 팁을 건네주곤 올라왔다
우리끼리 나가서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서 불고기 냄새 비슷한게 나길래 보니 그곳사람들이 먹는 양고기 전문점이다
들어가 음식을 시키는데 종업원이 내 보통화를 못알아듣는다..ㅠㅠ 어찌어찌해서 맛있게 먹고는 호텔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둘째날은 이강의 유람선을 타러갔다 이강의 유람선을 타지 않고 계림여행을 하는건 앙꼬없는 찐빵과 같다고 할만큼 중요한 여행코스란다
유람시간만 여섯시간이란다 여섯시간동안 뭘할까 싶어서 남편은 잡지를 난 가져간 책을 베낭에 챙겨넣었다.(물론 나중엔 한번도 꺼내 볼 시간이 없었다..^^*)
선착장까지 가는 동안 영어가이드의 소수민족노래까지 들으며 도착해보니 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배는 별로다
어쨋든 출발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정말 수묵화에서 본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조금갔더니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동굴탐사를 한단다 물론 따로 돈을 내야한다지만 당근 따라갔다
개발한지 얼마안되었다는 데 정말 무지 크다 동굴속에서 작은 열차도 타고 배도 타고 나중에는 에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배에서 점심식사도 제공해주는 건데 한식탁에 6명이다

내옆에 앉은 중국인 부부는 타이완출신으로 뉴욕에서 산단다 아저씨는 와봤지만 아줌마는 대륙이 처음이라고 하신다
내가 조심스럽게 중국정부가 타이완을 한나라라고 생각하고 지난번 APEC 회의때도 나라로 인정을 안해서 타이완쪽에서 불참한 얘기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했더니 조금은 당황하는 듯 하다가 어차피 모두 중국인 아니냐고 한나라가 되는 것에 긍정적이라는 대답을 하셨다.
그리고 옆에 있는 우리같은 국제커플중에 남자는 또 독일인이다..ㅎㅎ
장기간을 장거리 연애를 한다는데 같이 독일로 갈려고 해도 그 중국여자애는 아직 여권도 없단다

길 것만 같았던 유람선이 곧 양수어라는 곳에 도착을 한단다 원래 계림시보다 양수오가 더 아름답다고 해서 거기를 좀 관광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배를 타 피곤한데다가 이미 아름다운 풍경을 너무 많이 봐도 소화가 안될 것 같아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20분동안 그 곳 시장을 구경했는데 정말 신기하더라

그 곳은 특히 서양사람들이 와서 자전거 여행을 많이 다니는 곳이란다 안그래도 그 말을 듣기 전에 남편이 여기서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면 참 좋겠다고 했었는데..ㅎㅎ
버스가 그냥 호텔로 데려다 줄 수가 있나? 당근 다시 뭔가 파는 곳으로 간다
차를 설명하고 파는 곳이었는데 우리도 그 곳 특산차를 하나 샀다

호텔에서 조금 쉬다가 시중심으로 걸어나갔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무지 많고 포장마차들이 줄줄히 들어서고 있었다
우린 한참을 걷다가 전망이 좋은 노천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춥지도 덟지도 않은 정말 상쾌한 저녁이다 왔다 갔다 하는 중국사람들을 바라보는게 무지 재미있었다.전망이 좋다보니 사람들이 우리 옆에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는데 갑자기 어느 나라나 하나 둘 셋 하고 사진을 찍는게 넘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은 어제 먹었던 생선이 먹고 싶다고 했지만 난 중국인들이 쭈그리고 앉아서 먹는 포장마차의 오징어구이가 먹고 싶었다
상해에서도 팔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상해에서는 위생문제가 걱정되어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여행이 좋은 건 괜히 그런 용기가 불쑥 솟아난다는 거다 이것 저것 먹고는 천천히 호텔로 돌아오는데 택시 기사아저씨가 로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남편표현에 의하면 그 아저씨는 대단한 사업가란다..^^
어차피 말을 못알아듣는 남편은 방으로 올라가고 우리 둘은 한시간에 걸쳐 남은 이틀동안 할 수 있는 일과 시간배정 가격흥정등을 했다


그 다음 날 아침을 먹고 고동폭포라는 곳으로 향했는데 길이 어찌나 나쁘던지 거의 기본값에 우리를 그리로 데려가는 아저씨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고동폭포들어가는 길에 한국어푯말이 있늘 걸보니 그곳도 한국인이 많이 오는 가 보다
그곳도 개발된지 얼마 안되었단다 지난 번 동굴처럼 갈때 어느 정도는 대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건너가고 내려오는 곳 조금은 마차를 타고 내려오는 관광상품이 입장료에 포함이 되어있다.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폭포를 올라갔다가 다른 길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폭포는 보기 좋았지만 일요일이라고 놀러온 고등학생들이 넘 많아 편안하지는 않았다
고등학생들이 늘 그렇듯이 웃고 장난치고 모여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다

정상쯤에서 차를 한잔씩 마시고 내려오는 길은 좀 한산하다 공기도 맑고 갖가지 이름모르는 나무랑 꽃도 많이 피었다. 안내하는 애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두 번 정도 올라온단다 좋은 직장이라고 하니 환하게 웃는다 어제 동굴에서 햇볕도 못보고 일하는 애들 보다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그렇게 돌고 내려오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폭포앞쪽의 마을과 풍경이 정다와 보여 우리는 좀 걸어가기로 하고 아저씨는 우리보다 좀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아저씨는 그게 그렇게 인상적이었다고 나중에 몇 번을 말씀하신다 지금까지 두 시간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고 땡볕에 또 걸어가겠다는 사람은 우리가 처음이었단다..ㅎㅎ

농촌이 늘 그렇듯이 일하지 않고 밖에서 보기만 할때는 늘 낭만적이다
간간히 농촌 사람들이 경영하는 식당이 눈에 띄어서 점심을 거기서 먹기로 했다
정자처럼 집위에 지어놓은 곳에서 음식을 시키는데 생선은 아침에 강에서 잡아온 걸 고르고 닭도 닭장에서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잡는다..
직접 갈아 만들었다는 두부와 야생야채들..한참을 걸어 내려온데다가 신선한 재료와 간단한 조미료를 친 음식은 정말 얼마나 꿀맛이던지..

 

Reise

올해 쉰 둘이라는 아저씨가 해주는 중국얘기를 듣는 것도 흥미진진했다 남들이 안하려고 하는 문화혁명얘기며 중국의 문제점이며 나름대로 아저씨의 의견을 열심히 피력하셨다
우리는 밥을 먹고 촌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기에 금방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저씨도 기분좋게 맥주 한 잔을 하시고..

구운 벽돌이 아니라 그냥 흙벽돌로 지은 집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다 넓은 곳에 아마 마을의 중심인지 노인들이 모여앉아 한가로이 잡담을 한다
그 때 들려오는 악기 소리.. 소리를 따라가보니 한 아저씨가 아후를 켜고 계시다가 우리를 보고 그만 두신다
넘 듣기 좋다고 계속 하시라니까 쑥쓰럽다나.. 미안해서 그냥 자리를 피해드렸더니 나중에 우리가 걷는 길을 따라 음악이 흐른다..그 사이를 무리져 다니는 새끼 오리들 나중엔 돼지새끼들까지 무리져 다니더라..ㅎㅎ
정말 가난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집들 사이를 걸으며 상해는 중국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지나치는 분들에게 다 인사를 하니 왠만하면 웃으면서 받아주신다

다시 계림으로 가는 길 딸기밭인데 아저씨가 나가서 딸기를 딸 생각이 없냔다
우린 그냥 사기만 할려고 내렸는데 아저씨가 먼저 돈을 꺼내 한 바구니나 가득 사주신다 어찌나 싱싱하고 달고 맛있던지..ㅎㅎ
그리고 도착한 칠성공원 봉우리가 일곱개라고 그렇고 부른단다
또 산에 올라보니 정말 산들의 모양이 기묘하다 내려와서 한참을 보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시킨다 난 좋아라 떠들고 택시자리를 찾아오니 그 길을 또 걸어왔다가 구박하신다..ㅎㅎ

어딘가 가자고 하시길래 우린 그냥 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했더니 그제 말씀하신 사천요리를 먹으러 가잖다 그것도 아저씨가 사시겠단다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꼭 그 사천요리를 먹게 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같다..하하
먹으러 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리가 사겠다니까 굳이 당신이 우리를 초대하시고 싶으시단다 우린 벌써 친구가 아니냐면서..그래도 그렇지 영 불편했는데 하도 고집을 부리셔서 그냥 그러기로 했다

곱창이며 돼지간이며 별 이상한 것들을 매운 맛 아닌 맛 두가지 끓는 물에 넣어먹는 음식은 정말 너무 맛있었다
원래 그런 걸 안 좋아하는 남편도 너무 맛있다고 난리고 잘 먹는 우리를 보는 아저씨도 무지 흐믓해 하신다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데 아저씨가 그러신다
첫 날 자기가 같이 밥 안먹는다고 했을때 우리가 두 번이나 전화를 해서 오시라고 한데에 감동을 받으셨단다
보통 손님들은 택시기사를 별 상관을 안하는데 우리가 그러니까 자기가 존중받는 느낌이어서 넘 좋았다고
그리고 밥먹을때도 우리 끼리만 독어를 쓰는 게 아니라 보통은 당신이랑 중국어를 쓰고 그걸 내가 남편에게 통역해주고 하는 모습이 꼭 손님이 아니라 아는 사람같아서 밥한 번을 사주고 싶었다고..
별거 아닌 일이 사람을 기쁘게도 할 수 있다는데 우리도 기분이 참 좋았다

아저씨가 결국 계산을 하시고 일어서시려고 하길래 내가 맥주가 아직 남았다고 이것도 돈이 아니냐고 했더니 음식( 음식이 좀 많이 남았었다)이렇게 남기고 가는 건 하나도 안아까우면서 맥주는 아깝냐고 배꼽을 쥐고 웃으신다 남편에게도 통역을 꼭 하라고 하셔서 했더니 헉 내 남편왈 아저씨가 나를 벌써 파악하셨단다..ㅎㅎ


마지막날은 짐을 싸고 나와서 소수 민족이 사는 곳을 가기로 했다 참고로 중국에는 한족말고 55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광서성에도 11개 민족이나 된단다
그 중 주앙족과 야오족이 산다는 농승이라는 곳을 가기로 해서 일찍 부터 호텔을 나섰다
가는 길이 굽이 굽이 산길에 비가 많이 와 산사태까지 있었어서 매번 아찔 아찔하다
아저씨는 한 두번 온 곳이 아니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지만..흑흑
결국 3시간 가까이 걸려 도착했다 다시 산 길을 1KM 걸어가야한다고 해서 신발을 갈아신고 마중나온 주앙족아가씨들과(마중이라기 보다 손님을 기다리는 아가씨들^^*) 올라가는데 야오족들이 앉아 있다 돈을 주고 긴 머리를 풀어서 올리는 걸 같이 사진을 찍게 해준단다 테레비로만 보던 사람들과 말도 하고 사진도 찍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Reise

가파른 산을 모두 논으로 개간해서 몇개의 산이 계단식 논이고 그 가파른 곳에 나무로 지은 큼지막한 집들이 백채가량 서있는데 장관이다
먼저 그 집에 들려 숨을 돌리고 두 아가씨들이 밥을 하는 동안 한 아가씨가 우리를 데리고 산에 오른단다
너무 재미있는 건 우리 보러 셋 중에 하나를 고르란다..ㅠㅠ 우리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16살짜리 아리라는 여자애가 자기가 가도 되겠냐고? 사실 그 애의 보통화가 제일 형편이 없었지만 뭐 산에 가는데 어떠랴

올라가다 보니 한무리의 독이사람들이 눈에 띈다 어디가도 독일사람들은 못 피해간다 여담이지만 처음 중국에 왔을때가 새천년이 시작되기 전 날이었다 황푸강에 나가 새천년을 중국사람들 틈에 끼어 맞는 순간 옆에서 들리던 독일어..ㅎㅎ

어쨋든 올라가니 아까 머리길게 올린 야오족들이 앉아 수를 놓고 있다 뭐냐고 물었더니 두건이라고 하나 사란다
하나사서 머리에 쓰니 다들 이쁘단다 하하 그럼 난 지금부터 야오족이다..ㅎㅎ

 

Reise


남들은 다 내려가는데 우리는 산길을 따라 또 걸어갔다 가다가 아리에게 이것 저것 그 곳 생활을 물었다 자긴 집에 돈이 없어서 학교를 일년 밖에 다니지 않았단다 아까 야오족이랑 무슨 말로 했냐니까 보통화를 썼단다 서로의 말은 모르단다 두 족이 안싸우고 잘 지내냐니까 잘 지낸단다 결혼도 할 수 있냐니까 서로 좋아하면 해도 되지만 안좋아하면 안해도 상관없단다..하하
자긴 여기서 괜찮은 주앙족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게 꿈이란다 요즘 같은 세상에 계림이나 뭐 그런 곳으로 나가서 한족이랑 결혼하고 도시 생활을 할 생각이 없냐니까 거기서 누가 자기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겠냐고 진지하게 돼묻는다
키가 아주 조그만 그 애는 등에 25KG을 짊어지고 다닐 수 있다며 내 베낭이 무거우면 자기가 들어준단다 내가 아무리 그 애보다 나이가 20살은 많아도 그렇지 그 어리고 작은 애에게 내 짐을 들게 할 수야 있나? 굽있는 장화(?)를 신고 산길을 잘도 걷는 내가 신기한지 자꾸 쉬었다 가란다..ㅎㅎ

돌아와서 밥을 먹으니 직접 훈제한 돼지고기요리랑 또 새로 잡은 닭요리 그곳에서 생산된다는 쌀을 나뭇가지로 밥을 해서 향이 풍부한 밥에 모두가 꿀맛이다
더 있고 싶었지만 비행시간에 맞춰 가야하므로 안타깝게도 그냥 일어서야 했다
그 집주인은 마흔이 좀 넘었는데 6살짜리 손녀딸이 있다..ㅎㅎ
나중에 시간 있으면 또 놀러오라고 몇 번을 말한다 음식값을 치르며 같이 올라갔던 애에게 수고했다가 팁을 주었더니 놀랜다 팁을 주면 안되는 건가?

밑으로 다시 내려왔더니 세 아가씨들이 뛰어가서 뭔가를 사온다 자기들도 걸고 있는 그곳의 작은 손가방이다 선물이라며 수줍게 내미는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했더니 아저씨가 그냥 성의니까 받으란다..고맙기도 하고 관광객이 많은 그곳에 아직도 순수함이 남아있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다시 산길을 내려오는데 마신 맥주탓인지 아름다운 풍경에서 받은 감동탓인지 이젠 무섭지가 않다 아저씨랑 다시 수다를 떨며 내려오는데 아저씨가 내가 건강하다고 감동을 한다
다른 중국아가씨들은 이런 길에서 토하거나 힘들다고 난리인데 연달아 그렇게 걷고도 어찌 피곤한 기색하나를 안보이냐면서..
참고로 그 아저씨는 내가 이십대 후반인줄알고 있다(아 이건 정말 아무리 주장을 해도 안믿어서 그런거지 내가 내 나이를 속인게 아니다..ㅎㅎ) 이십대후반인데도 건강하다고 감탄을 하니 실제로 더 늙은 나는 기분이 더 좋을 수 밖에..ㅎㅎ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 우린 약속했던 가격보다 더 쳐서 드렸다 아저씬 안 받으신다는데 덕분에 여행 너무 잘했다며 그냥 나도 우겼다 사실 밥값이 부담스러웠지만 그건 아저씨말대로 아저씨의 성의이니까 밥값을 계산해서 드리는 건 아니라면서..^^

이번 여행은 정말 그 곳사람들과의 대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중국어를 배운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내가 중국어를 못했다면 그냥 풍경만 보고 말았을텐데 영어를 못하는 중국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여러가지 묻기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택시 운전사 아저씨에겐 독일사람과 한국사람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니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아저씨의 권유로 또 공항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질 받는 동안 수속도 대행해주는 곳이란다
기분좋게 마사지를 받고 비행기시간에 뛰어 갔더니만 두 시간가까이나 연착이란다..ㅠㅠ
그냥 마사지 방에서 자다가 나올껄 후회가 막심이었다..ㅎㅎ
그래도 우리 게이트옆에 인터넷카페가 있어서 남편이랑 한 개씩 차지하고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아 여행은 아무리 생각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