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의 낯선 마당

미련해서 하는 고생

史野 2024. 4. 26. 20:27

한 달 넘게 길 가장자리 쪽의 쑥이랑 이상한 잡초들을 나오는 대로 계속 제거를 하고는 조팝나무들을 길 가장자리 쪽으로 다 옮겨 심었다
작년에 심을 때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던 일이라 우선 안쪽으로 심어놓았었는데 계속 거슬리더라
일을 거꾸로 한다고 해야 할까 저질러놓고 수습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하면 일은 더 많아지는데 심정적으로는 더 쉽다
저 텃밭비닐들도 평탄작업을 하고 만들었어야 하는데 우선 저렇게 만들어놓고 주변 평탄작업을 요즘하고 있다
하긴 미련하지 않으면 손으로 아예 저 일들을 못하겠지

오미자 때문에 자생하는 것들이 갑자기 마구 궁금해져서 또 알게 된 이 나무
언제부턴가 저기 자라고 있길래 잎이 예뻐 안 뽑고 조금씩 잘라주며 키우고 있었는데 맙소사 오디나무다
예전에 오디나무 두 그루 키웠었는데 그 놈들이 남긴 후손인가 보다
살 때 길쭉한 나무만 봤어서 오디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문제는 엄청 크게 자라던데 위치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별로 안 춥고 강수량이 많았던 겨울 탓인지 몇 꽃새싹들이 잡초 수준으로 올라온다
뿌린 씨들은 반타작도 못했는데 부익부 빈익빈이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넘치는데 원하지 않았더라도 저게 다 꽃이란 생각에 없앨 수도 없고 하나하나 옮기느라 돌겠다


문하나랑 창문하나에 방충망을 새로 달아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중 대참사 발생
뱀도 들어오고 쥐도 들어오고 냥이도 들어오고 얼마 전에는 대걸레 말리고 들여왔더니 개구리가 튀어나오고 별 일이 다 있다만 드디어(?) 새까지 들어왔다
천창으로 나가려고 머리를 박고 있어서 처음에는 순간 어디 지진 났나 했다
생쇼를 하고 내보내긴 했는데 왜 멍청하면 새대가리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바로 옆이 열린 문인데 그걸 못 나가고 자꾸 유리창에 부딪히더라지

그건 그렇고

새발무늬사초뒤로 흰갈풀이 사이사이로는 노란 무늬조릿대가 나오기 시작하는 저 느낌이 참 좋다


관리는 힘들지만 야생머루잎도 나올 때의 저 색감 참 좋다


인디언앵초랑 뒤편 차가플록스의 조화도 참 좋다
두메양귀비까지 있어야 하는데 2년초라더니 올해는 정말 싹이 안 나오네


요즘 이 풍경 때문에 침실에서 아침 먹는다
침대에 앉으면 저렇게 꽃의 끝부분들과 산이 보이는데 꼭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에 있는 느낌
특별히 좋아하는 색은 아닌데 푸른 배경에 있으면 대비가 참 좋다


흰꽃만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나름 화이트가든인 이곳에서 흰 꽃들이 핀다
조팝 지고 철쭉  필 때까지 화이트명맥을 유지해 주는 고마운 패랭이


냥이식구들땜에도 고생중
무티 저 놈은 앙앙거리면서 고기 내놓으라는 건 지 에미를 닮았고 승질 급해서 사야손에 상처 내는 건 지 애비를 닮았다
당당이랑은 완전 반대인데 그래도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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