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했던 중국어 뉴스책 공부하기는 도저히 여력이 안되어 포기하고 그냥 가볍게 중국어뉴스를 하루 삼십 분 정도씩 보는 중이다
이해는 여전히 잘 못하지만 두 달 넘게 꾸준히 들었더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낫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넓다 보니 화면이 다양해 그냥 보는 것도 재밌긴 하다
이팔 전쟁뉴스도 서방언론이랑은 장면이 다르다
오늘 아침 푸바오가 나오더라
푸바오가 처음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3월 3일까지만 공개하고 사월초에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당황했다
이 정도인지 사야 스스로도 몰랐다
사야가 푸바오를 알게 된 건 작년 여름
우연히 판다가 새끼를 낳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그 거구의 판다가 판다새끼를 낳는 게 아니라 쥐새끼 비슷한 걸 낳더라
너무 신기해서 판다에 대해 찾아보고 방송을 보고 하다가 판다라는 동물이 무척이나 귀여운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손을 사용하는 것도 넘 신기하고 아기나 엄마나 몸만 커질 뿐 하는 짓은 똑같이 귀엽더라는 것
그렇게 육 개월간 거의 매일 유튜브를 보는 동안 애정이 마구 생기더라
새로 태어난 쌍둥이들이 커가는 걸 보며 푸바오 커가는 걸 못 본 삼 년이 억울할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지
뉴스를 아예 안 보니 푸바오가 태어난지도 몰랐지만 알았다고 해도 판다 자체에 관심이 없었으니 억울할 일이 아니긴 하다만
그렇게 푸바오를 보다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전남편은 사야를 참 다양하게도 불렀는데 그중 하나가 베이비베어 아기곰이다
이 남자는 사야를 과하다 싶을 만큼 예뻐했는데 남녀 간의 사랑 이런 게 아니라 정말 이뻐죽을라고 하는 그런 거라 짜증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사야도 이해 못 하고 주변사람들도 이해 못 하는 황당 상황이 도쿄까지 그러니까 결혼하고 십 년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런데 이 남자눈에는 머리 크고 팔다리 짧은 사야가 진짜 푸바오처럼 보였나 보다, 하는 갑작스런 깨달음(?)이 오더라는 것
푸바오는 말도 못 하는데 이 인간 푸바오는 재잘재잘 말도 잘하니 얼마나 귀여웠겠냐고
갑자기 미스테리가 확 풀리면서 이게 웃어야 하는 건 지 울어야 하는 건 지 몰랐다나 뭐라나
우짜든둥 거의 매일 판다뉴스가 나올 만큼 중국도 판다를 무지 아끼는 거 같더라
동물은 이해시킬 수도 없는데 그리 옮겨가야 하는 게 참 잔인하다 싶었다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니 푸바오 부모도 그렇게 낯선 한국땅에 와 새끼 낳으며 잘 살고 있더라지
푸바오는 똑똑하니 중국어도 금방 배울 거고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다니 가서 잘 적응하고 엄마도 되고 제대로 된 판생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로 했는데도
비행기 타야 하니 케이지 적응 훈련이며 누군가 따라가서 초반 적응이야 돕겠지만 이해 못 하고 괴로워할 푸바오 생각에 여전히 가슴은 아프다
에고 푸바오야 넌 어쩌다 이 할망이 맘에 들어와서 울컥하게까지 만드는 거니
또 비 오는데 할 일도 못하고 앉아 참 감상적인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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