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열렬한 다윈 주의자의 수다

史野 2024. 2. 9. 17:03

책장 속 책털기 2탄

이 책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다원의 영화를 본 후 마음을 바꿔 먹었다
생각해 보니 꼭 이 책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겠더라
거기다 이 쪽에 완전 문외한인 사야가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서 읽기 시작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로왔으나 역시나 이해 안 가는 부분들도 많았다

다원이 1859년에 그의 책을 출판했고 도킨스가 1976년에 이 책을 출판했는데 백 년이 훨씬 넘었지만 다원이 제대로 이해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자칭 열렬한 다윈주의자인 도킨스는 철저히 진화론자의 입장에서 모든 생명체 그가 생존기계라고 부르는 것 속에 내재된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건  별로 없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30억 년 전 최초의 모습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이란 거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
그러니까 이기적이라는 건 진짜 말 그대로 이기적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자기 복제를 하는 과정을 이르는 말이랄까
철저하게 유전자의 이익이 무엇인가
그래서 협업하고 전략을 짜고 사기도 치고 실패도 성공도 하는 그 과정이 자연선택이라는 것

곤충 새 등등 굉장히 많은 사례들로 어떻게 유전자가 살아남는 지를 설명하는 데 한 번도 이런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무지 흥미로왔다
어떤 선택이 누구에게 이득이 되는 지를 끊임없이 따지는 과정
예를 들어 암컷이 수컷의 정자보다 더 큰 난자에 수정란 즉 자손을 키우는데 더 투자하고 그럼 수컷은 그만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각 입장에서 에너지를 어찌 써야 더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더 남길 수 있는지 하는 관점등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사야에게는 신기하더라
무슨 경제학 관련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부모자식관계가 형제자매 간의 관계에 비해 유전적으로 더 특별할 게 없다, 는 것도 신기

아무 생각 없이 쓰던 밈(meme)이라는 단어도 문화전달의 단위 혹은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으로 도킨스가 만든 단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도킨스는 유튜브에서 쇼츠로 여러 번 접했는데 (유전자가 아닌 무신론자 관련) 책을 읽다가 그의 말하는 표정이 생각나서 몇 번 웃음이 났다
제목처럼 수다쟁이라기에는 그렇지만 말이다
여기서는 짧게 언급되지만 그의 만들어진 신 책 같은 철저한 무신론자의 입장이 어찌 생겨났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지난번 세스의 책에서도 동물기계라는 말이 나왔는데 생존기계라고 말하는 책을 읽었다
아주 많은 책을 읽은 것도 아닌 데다 그나마 읽은 책들은 소설 말고는 역사책이나 미술책이 대부분인 사야에게는 이해를 했건 못했건 읽어서 다행이란 생각
다시 책장에 갇힐 뻔한 책을 다원영화가 살렸으니 다원에게 감사해야 하나 아님 영화감독에게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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