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지쳐가던 사야

史野 2024. 1. 23. 12:56

이번 겨울은 11월부터 추워서였는 지 해보기가 힘들어서인 지 벌써 지치고 쉽지가 않다


살짝 해가 나왔다가도 사라져 버리고 이런 겨울 정말 처음 본다
마당의 몇 식물들은 썩어가고 있다니까
난로 피우는 것도 지치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해야 할 일이 더 많아 힘들다

저거 간신히 다 태웠는데 저만큼 또 있다

냥이 밥 훔쳐먹는 직박구리

역시 흔한 새라는데 처음 본다

갑자기 나타난 당당이놈
사야가 궁금해하는 걸 어찌 알았나 신기하지만 밥도 엄청 경계하며 먹고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냥이들 밥 준다고 이리 고생을 하는데 새끼쥐가 또 들어왔다
지난겨울에는 들어온 곳이라도 알았지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또 예상외의 곳에서 죽어있는 걸 발견할까 공포스러워 잡긴 잡았는데 끔찍한 건 매한가지
이럴 땐 혼자 사는 시골살이가 감당이 잘 안 된다
꼭 이 이유때문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사는 게 넘 힘들더라니까 ㅎㅎ

휴가라도 가고 싶다고
한 일주일정도만 아무것도 안 하고 따뜻한 호텔방에 틀어박혀 세끼 다 룸서비스로 먹으며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고
읽던 책이 흥미롭지 않았다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릴 뻔했다


결론은 드디어 겨울다운 해가 난다

달 보기도 힘들었는데 어젯밤 정말 오랜만에 누워 달을 보며 설렜고 해가 나니 좀 살 것 같다
석유통 채우러 나갔더니 엄청나게 춥더만 그래도 좋다
이제 마당에 나가서 소설 읽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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