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토 칸타빌레
보통으로 노래하듯이
뒤라스의 소설을 읽었다
아주 얇은 책인데도 보통 빠르기가 아닌 아주 느리게 그리고 스타카토식으로 끊어가며 간신히 읽었다
오래전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식민지시대 백인과 현지인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권력관계 그러나 그 권력에서조차 소외된 한 소녀의 처절한 성장기
그때 원작인 뒤라스의 소설은 읽지 못했는데 그래서였을까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의 책
제목처럼 음악과 관계된 소설이란 기대와 함께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뭔가 다이나믹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대화 또 대화
그런데 어디로 튀는 건지 헷갈리는 대화들
어려운 단어는 없는데도 낯선 문장들
매그놀리아 향기 바닷가 근처의 카페에서 와인에 석양에 뜨개질을 하는 주인여자에 두 남녀 인상파 화가의 그림 한 장이 연상되는 장면이 소설 내내 반복된다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게 뭔 이야기일까 제목은 또 왜 저런 걸까 이해 못 했다
영화가 되었다고 해 찾아보니 유튜브에 이태리어 더빙이 있더라
왜 고마워 아니 등등 열몇 단어 밖에 모르는데도 소설 속의 대화들을 연상해 가며 끝까지 봤는데 소설과도 많이 달라서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못했고 소설에서는 빛이 중요하다고 느꼈는데 막상 빛의 예술인 영화에서는 사야가 상상했던 그 맛이 안 느껴져 아쉽더라
누군가의 리뷰를 보니 정신 바싹 차리고 읽어야 하고 세 번쯤 읽어야 한다나
단순 로맨스인 줄 알고 전쟁 관련 보다가 쉴 겸 읽기 시작한 책인데 그렇게 읽을 책이 아니었나 보다
이팔전쟁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로와지면 그때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앉은자리에서 읽어봐야겠다
여전히 전쟁 속을 헤매 다니는 사야에게 무료한 여인의 나른함은 그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일지라도 조금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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