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오즈의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이 83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결국 다 읽었다
읽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인명이나 지명이 어마어마하게 나온다
처음에는 찾아보며 읽었는데 결국 포기
자전적 소설이라지만 거의 회고록 수준이라 대화체도 없다시피 한다
거기다 시간순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도 읽는데 어려움이었다
엄마의 자살이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아무리 읽어도 자세한 이야기가 안 나와 약이 오를 지경이었다
결국 63장 중 마지막장에서야 풀어놓는 작가
사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학작품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사야가 읽은 책이면 모를까 책 속의 주인공도 모르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걸 다 떠나서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는 게 제목에 있는 사랑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 지 사야에게는 그냥 어둡고 어두운 이야기더라
1939년생인 작가가 60이 넘은 나이에 출판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사야가 몰랐던 유대인의 이야기다
모태신앙은 아니어도 삼십 년간 기독교인이었고 홀로코스트로 지금도 영화만 보면 나오는 그 유대인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남의 땅에 들어가 이천 년 전에 우리가 이곳에 살았었노라고 외치는 뻔뻔한 민족
팔레스타인으로 꺼지라고 해서 왔더니 이번에는 팔레스타인에서 꺼지란다는 말
말한 주체야 다르지만 사야에게 아프게 박혔다
이 소설이 사야에게 의미가 있었던 건 처음으로 유대민족이 아닌 유대인 개개인으로 그러니까 거칠게 말해서 사야와 같은 사람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그들의 고통과 절망이 아모스가족의 서사와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여 숨이 턱턱 막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식민지지배를 받는 것도 아니고 아예 살 땅이 없는 민족
문학적으로만 이해했던 디아스포라라는 단어가 이렇게 처절한 단어였다니
만 열세 살이 되기 전 엄마가 자살하고 그 일 년 후 아빠는 재혼을 하고 그 다음 해 열다섯 살의 작가는 집을 떠나 키부츠공동체에 들어가 아예 성까지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트라우마란 얼마나 징그럽고 무서운 놈인 지 육십이 넘은 작가를 여전히 붙잡고 있더라
엄마얘기를 할 듯 말 듯 사야를 지치게 했던 작가는 무슨 클라이맥스를 노리는 소설 속 장치로서가 아니라 차마 쓸 수가 없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에 툭 뱉어놓고 소설을 끝냈나 보다
소설이 이렇게 길어진 건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들었다
소설이 길었던 만큼 할 말도 많은데 여기서 줄여야겠다
이렇게까지 오래 끌 생각은 없었는데 자꾸 읽다 말고 하다 보니 정말 더위가 지나가 있다
책을 다 읽고 보려고 아껴두었던 영화를 이젠 봐도 되겠다
영화가 어떤 지는 모르겠지만 삼대에 걸친 이야기인 데다 이스라엘 국가성립 전쟁 키부츠 그리고 히브리어까지 10부작 정도의 드라마로 보면 좋겠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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