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제빈의 소설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을 읽었다
400페이지의 소설인데 대화체가 많다 보니 먼저 읽은 소설 사분의 일 정도의 분량 같은 느낌.
너무 다른 종류의 소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볍게 때론 재미있게 나름 즐거운 독서였다
단어를 다 알았냐고 아님 다 찾아가면서 읽었냐고 묻지 마라
맥락상 꼭 알아야 할 것 같은 단어만 찾아보며 그냥 읽었다 ㅎㅎ
이 소설에는 놀랍게도 동현과 봉자가 나오는데 남주인공이 한국계 혼혈이다
혼혈에 민감한 사야는 살짝 방어적으로 읽었는데 마지막 후기에 나오는 엄마 애란 제빈 그러니까 작가가 주인공처럼 한국혼혈이더라
본인이 제일 잘 아는 얘기일 텐데 괜한 노파심이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일본 한국혼혈인데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은 그냥 평범한 미국인이지 혼혈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름만 그럴 뿐 주인공의 조부모인 동현과 봉자마저도 아메리칸 같다
70년대에 태어난 세 젊은이의 삶의 이야기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디오게임인데 게임에서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수준인 사야는 집중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작가가 의도한 그 놀이판의 중앙에 들어가 함께 논 느낌은 들지 않아 안타깝기는 한데 그건 검색해 가며 읽어도 해결할 수 없는, 사야 현실 삶에서도 놓치고 있는 혹은 놓아버린 부분이라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 중국에서 만났던 어떤 애가 스타크래프트를 모른다는 사야에게 대놓고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는데 비디오게임을 껴안고 사는 남자랑 십 년 넘게 살았어도 도저히 흥미가 생기질 않는 걸 어쩌겠냐고
심지어 그 남자는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는데 사야에게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사야에게 매력적인 건 사람과 삶 동시에 죽음의 이야기 그 의미를 시종일관 끊임없이 묻는 이야기라서다
사랑이야기이기도 한데 그게 로맨스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더 읽혔다
샘과 사디 두 주인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뉴욕이든 보스턴이든 엘에이든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그들이 가끔씩 궁금하기도 할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 책에도 나오는데 요즘 영어권에서 젠더중성으로 he 나 she 대신 쓰는 they
무슨 의도인 지는 알겠는데 새로 만들지 헷갈리게 왜 그렇게 쓰는지 모르겠다
그와 관련 유머도 나오는 거 보면 자기들도 불편하다는 거 같은데 아닌가
them을 데려온다고 해서 음식을 많이 사놨더니 하나가 왔더라고 ㅎㅎ
알고 읽는데도 몰입이 안되더라
언어얘기하니 미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 한 엄마는 일본어를 제대로 못해 사는 게 힘든데 엘에이 한인타운에 사는 동현과 봉자는 영어가 너무 거침없는 것도 조금 거슬린 부분 ㅎㅎ
이 소설을 읽기 전에도 여러 번 생각했지만 수학적으로 동시대를 산다고 해서 모두 같은 세상에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
그러니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깨달음
접점이라면 인간이라는 것 하나 일 텐데 만능키 같으면서도 아무것도 열 수 없는 모순 그게 또 인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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